엄청난 혈세의 낭비라고 비판받았던 ‘천안야구장’ 사업.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이은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논란은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평이다.
천안야구장 비리 의혹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성무용 전 천안시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지난 3월30일(목) 업무상 배임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청구했던 성무용 전 천안시장의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천안지원은 “범죄 혐의에 대해 피의자와 다퉈볼 여지가 있다.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수사경과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을 초래하고 있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피의자의 주거·가족 등 사회적 유대관계와 수사과정에서의 출석관계, 수사·심문과정에서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하면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성 전 시장이 야구장 부지의 적정성 검토에서 부적정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 사업을 강행한 배경에 주목하고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10년 후원회를 거치지 않고 지인으로부터 1억원의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논란이 된 ‘천안야구장’은 총 사업비 78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로 사업인데, 토지보상비 대비 시설비 비율이 93% 대 7%에 불과해 ‘땅을 사준거지 야구장을 만들어 준 게 아니다’라는 지탄을 받아왔다.
천안야구장 부지의 보상가 급등은, 보상에 앞서 주변 지역을 자연녹지에서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다. 지목이 바뀌면서 토지주들이 앉아서 돈잔치를 벌이게 된 것이다. 야구장 인근 105개 필지 소유주 20여 명은 3.3㎡당 130~150만원대로 용도변경 전보다 몇 배나 많은 보상비를 받았다. 야구장에서 직선거리로 200m 인근에는 천안시 쓰레기 위생매립장이 있다. 또 야구장과 연접한 곳에 아파트를 지으면 야구장에서 나오는 소음과 야간경기 조명으로 입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제대로 된 도시계획 전문가라면 왜 이 곳을 자연녹지에서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치자금법 위반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성 시장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A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40년지기 친구로 성 시장에게 신세를 많이 졌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 앞서 돈을 빌려달라기에 기꺼이 그렇게 했다. 친구지간이라 차용증을 쓸 생각은 하지 않았고 수표로 만들어서 줬다’고 진술했다. 이 인터뷰에서 A씨는 ‘당선 이후 임기동안 1년에 1000만원씩 4000만원을 받았고 2016년 1500만원을 받았다. 또 올해(2017년) 4000만원을 받아 이자까지 다 받은 셈이 됐다. 대가를 바랐던 것도 이자도 받을 생각도 없었다. 정치자금이 아닌 친구사이의 금전거래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은 선거에 앞서 빌린 1억원을 선거비용 보존을 받은 후에도 갚지 않다가 조사가 시작된 후 갚았다는 점에 개인 간의 금전거래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780억 맨땅 야구장 비리 의혹, 해소될 수 있을까?
타 대규모 토지보상 사업에 대한 검증 필요 주장도
논란이 되고 있는 천안야구장은 천안시 동남구 삼용동 천안삼거리 공원 남쪽일원 총면적 13만5432㎡부지에 총 사업비 780억원 규모, 성인야구장 4면과 라틀야구장 1면 시설로 전임 성무용 시장 시절인 2013년 11월26일 준공됐다.
지난 2002년 천안시장에 당선된 당시 성무용 시장은 공약사업으로 2004년 1월 동호인들과 학생들을 위한 천안야구장 건립이 시급하다며 부지를 선정했다. 이후 관련 도시계획과정을 거쳐 4년 뒤인 2008년 1200억원을 들여 국제규모의 야구장 건설계획안을 수립해 정부에 심사를 요청했으나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성 시장은 야구장 건립사업비 예산을 780억원으로 대폭 줄이고 천안시 예산만으로 야구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자체적으로 투·융자사업 심사를 마친 뒤 2010년 5월 토지 보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토지보상에 따른 땅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처음부터 야구장 건설은 몇 명의 돈잔치를 위한 사업이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주도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던 천안시의회 주일원 의원은 “또 전체 토지보상비 중 60%이상이 특정인 2명에게 집중됐다. 자연녹지를 제1종일반주거지역도 아닌 제2종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하고 특정인에게 수백억원을 보상한 것을 두고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배임이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하다”고 주장했었다.
천안아산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천안시민들을 위한 야구장 조성사업을 추진한 것이 아니라, 토지매입사업을 추진한 것’이라며 성명을 내고 비판에 가세했다. 천안시의회는 ‘780억 맨땅 천안야구장’ 감정평가에 대해 타당성 조사까지 의뢰했었지만 국토부는 지난해 8월 ‘불문’에 이어 ‘적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누구나 엄청난 혈세의 낭비라고 비판했던 사업이지만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은 사실상 지지부진했던 상황. 하지만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이은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천안야구장 논란은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성 전 시장 재임시에 추진됐던 대규모 토지보상 사업들에 대한 심층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