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른바 ‘장화의전’이 수해피해를 입은 주민들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눈총을 받으며 지난 한 주 내내 입방아에 올랐다.
홍 대표는 7월19일 청주시 수해복구 현장에 도착해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준비된 장화를 신었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는 스스로 장화를 신은 게 아니라 주변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한쪽 다리를 들었고, 또 다른 관계자가 홍 대표의 발에 장화를 집어넣는 장면이 연출됐다.
당시 홍 대표가 장화를 신는 데만 3~4명의 도우미가 필요했다. 또 이날 자유한국당 측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수해복구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 알려진 바로는 홍 대표가 현장에 50분 늦게 도착했고, 현장에 있던 시간도 1시간에 불과했다.
빨간 점퍼를 말끔하게 차려 입고, 흙 한 삽 퍼 올리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동원된 인력과 시간과 자원낭비에 대한 비난이 거셀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장화조차 혼자 힘으로 신지 못하면서, 각종 오물이 뒤섞여 악취가 진동하는 침수지역 현장에서 무슨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겠냐는 비난이 쇄도했다.
지난 16일 새벽 내린 기습적인 폭우로 천안과 아산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마을이 고립되고, 주택이 파손되고, 상가가 물에 잠기고, 계곡이 무너지고, 하천이 범람하고, 농경지가 유실됐다. 도심에서도 마찬가지로 도로가 수로로 변해 차량이 떠다니고, 침수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저지대 곳곳에서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 주민들은 중요한 물건을 챙길 겨를도 없이 몸 하나 빠져 나오기 바빴다. 물이 빠지고 되돌아온 삶의 터전은 지옥이 따로 없을 만큼 처참하게 변했다.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망연자실 무엇부터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들을 돕기 위해 군부대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수해복구 현장에 투입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방문객들은 홍준표 대표가 보인 ‘장화의전’과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여 눈총을 받고 있다.
봉사활동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가볍게 촬영하는 것은 현장 주민들도 얼마든지 이해한다. 그러나 지나친 의전행위로 소란을 피우거나, 위문품을 전달하며 원치 않는 촬영을 요구하거나, 민망한 장면을 배경 삼는 행위는 알아서 자제하는 성숙된 의식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