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물부족 지역인 천안에 180㎜나 내렸으니 반가운 일이지만 ‘물폭탄’으로 떨어져 많은 피해를 입혔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린 것은 결코 좋은 게 못된다. 아무리 배고파도 한번에 너댓끼를 먹자면 탈이 날 수밖에 없는 이치와 같다. 천안은 갑작스런 폭우로 여기저기서 탈이 나버렸다. “이렇게 내릴 거면 차라리 내리지나 말지.” 하늘을 원망해도 들어줄리 만무하다.
문제를 어떻게 수습하는 가에 따라서도 상당히 다른 결과를 얻는데,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긍정적인 마음자세로 현명한 피해복구에 힘쓰고, 행정은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최선인가를 살펴 행해야 한다.
여기서 행정과 시민들에게 당부할 것은 ‘비가 이렇게도 올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깊이 생각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록적인 폭우’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한번 내렸으니 또다시 내리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러니 이젠 기후를 예측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시간당 70㎜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면 시간당 100㎜가 올 것을 대비하는 것이 옳다. 갑자기 물이 불어나거나, 그로 인해 물살이 강해졌을때 이를 견디거나 급히 피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놓는 것이다. 산속이나 산비탈, 지반이 약한 지역, 저지대 등에 사는 사람들은 특히 ‘대비’해놓는 것이 상책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비가 내려 250㎜를 넘겼다면, 300㎜나 그 이상도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준비해야 한다. 재앙은 항상 우리가 생각한 것을 뛰어넘는다.
도심에서 가장 중요한 대처방법은 물빠짐(배수로)을 넉넉히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지하차도를 비롯한 도로침수는 무엇보다 물빠짐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온통 콘크리트(아스팔트)로 땅을 뒤덮어놓은 도심에서 물빠짐은 지하에 매장해놓은 우수로밖에 더 있겠나 싶다. 폭우는 어쩌면 자연재앙이 아닌, 스폰지처럼 흡수력이 좋은 땅의 기능을 빼앗은 인간재앙일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가뭄으로 피해를 주고, 많이 내릴 때는 폭우로 피해를 주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를 뛰어난 인간의 노력으로 조절할 수는 없을까. 폭우때 물을 적절히 가둬두고, 가뭄때 꺼내쓰는 재앙극복의 전략이 마련되길 바란다. 단순히 ‘댐’을 두자는 발상을 넘어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실행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