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배 교수/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헤노흐 쇤라인(Henoch Scho?nlein) 자반병(HSP)은 전신성 혈관염으로 환자의 약 90%가 소아기에 발병한다. 과거에는 자반이 볼록하게 만져지고, 알레르기 반응으로 의심되어 알레르기 자반병으로도 불렸으나, 병태생리가 다르므로 알레르기 자반병의 병명을 혼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특히 2~8세에 흔히 발생하며, 남자아이들에게 더 많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다양한 선행질환이나 외상 후에 발생한다. 특히 많은 환자에서 상기도 감염이 선행하며,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반이란 혈관의 손상으로 혈액이 혈관 밖으로 나와 피부에 착색되는 현상이다. 혈액학적으로 출혈이 멎지 않는 자반과 지혈이 정상적인 자반으로 구분된다. 헤노흐 쇤라인 자반병의 경우 지혈은 되지만 혈관염 상태에서 충격과 자극이 더해져 출혈 증상과 자반이 심해질 수 있다. 임상적으로 혈소판감소증, 혈액응고장애가 없고 정상적인 출혈시간을 보이는 피부의 촉지성 자반, 관절염이나 관절통, 복통 등 복부 증상과 콩팥 침범의 네 가지 소견이 특징이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서 네 가지 소견이 모두 발생하지는 않는다.
수일 또는 수주에 걸쳐 진행된다. 자반과 관절통이 보통 선행되지만 증상의 순서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 자줏빛 반점이 약간 볼록하게 올라와 만져지며, 보통 다양한 크기의 여러 개가 떼를 지어 나타나고, 대칭적 분포를 보인다. 몸통보다 주로 엉덩이, 다리, 발목과 같이 중력과 압력이 작용하는 신체 부위에 잘 나타난다. 피부층이 얇은 눈 주위, 귓바퀴, 두피와 고환에도 부종과 자반이 자주 발생한다.
관절 증상이 약 75%의 환자에서 나타난다. 주로 발목과 무릎에 통증과 부종을 동반한 관절염의 양상을 보이지만, 일시적이며 변형과 후유증은 남기지 않는다. 위장관 증상도 환자의 약 80%에서 나타난다. 구역, 구토, 복통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부터 혈변과 토혈 등 장출혈 증상과 장중첩증, 장괴사와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콩팥 침범은 환자의 약 50%에서 발생하고, 가장 흔한 소견은 소변 검사에서 현미경적 혈뇨와 단백뇨가 있다. 드물게는 전신의 혈관 침범의 증상으로 호흡기계와 중추신경계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최근의 유럽 소아류마티스학회 진단기준은 혈액검사에서 출혈성 경향이 없는 촉지성 자반이 있는 환자로서 ▲복통, ▲관절염 또는 관절통, ▲콩팥 증상(단백뇨 또는 혈뇨), ▲조직검사에서 면역글로불린 A 관련 혈관염 중 4가지 조건 중에서 1가지 이상이 있는 경우다. 류마티스 질환 등의 자가면역질환과 감별하기 위한 혈액검사와 소화기계, 신경계, 골격계 증상과 콩팥 합병증을 확인하기 위한 영상검사와 소변검사를 시행한다. 일부 진단이 불확실하거나 중증의 콩팥 침범이 있는 환자의 경우, 피부자반 및 콩팥 생체검사를 시행한다.
증상이 극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통원치료가 가능하고, 적절한 수분섭취와 휴식을 취해야 한다. 통증이 있으면 통증치료를 실시한다. 급성기에는 혈관염으로 인해 혈관이 약해지고 과민한 상태다. 따라서 심한 운동과 충격을 피하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자반의 발생을 보면서 점차 정상 활동하는 단계로 진행해야 한다. 경구로 수분섭취가 어렵거나, 복통, 위장관 출혈의 소화기계, 호흡기계, 신경계, 골격계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입원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치료예후가 양호한 편으로 대부분 1개월 안에 자연 회복이 되지만, 환자의 15~60%는 6개월 이내에 재발을 경험한다. 약 50%에서 콩팥 침범의 소견을 보이며, 초기에는 소변검사가 정상이어도 진단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치료 후에도 수개월은 소변검사와 혈압측정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초기에 위장관계 증상이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되고, 콩팥 침범이 있는 경우에는 예후가 안 좋다. 환자 중 약 1~2%는 만성콩팥질환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