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를 반대하는 단체에서 제작한 홍보물.
“인권조례로 인해 동성애와 항문성교를 조장하고, 에이즈가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추측과 비뚤어진 확신이다.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퍼뜨려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최근 충남 아산시에서 제정한 ‘아산시 인권기본조례’에 대한 일부 종교단체와 동성애반대 단체의 폐지요구가 대두된 가운데, 아산시인권위원회가 13일 오전11시 기자회견과 공동성명을 통해 반박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그동안 아산지역 일부 종교단체와 동성애반대 단체는 ‘아산시 인권기본조례’ 제정에 반대하며, 아산시의회를 항의 방문해 조례 백지화를 요구하고, 반대운동을 벌이는 등 ‘인권조례’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 왔다. 특히 아산시인권조례를 대표 발의한 아산시의회 안장헌 의원을 표적으로 다음 선거에서 낙선시키겠다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아산시 인권위원회’ 위원 18명은 개개인의 소속과 실명을 밝힌 공동성명서를 통해 “시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아산시가 책임있는 행정을 하도록 제정한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식의 억지주장에 흔들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아산시 인권조례 둘러싼 공방
‘아산시 인권기본조례’에 대한 일부종교인과 동성애반대 단체에서 폐지요구가 대두된 가운데, 아산시인권위원회는 13일 오전11시 기자회견과 공동성명을 통해 반박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아산시 인권조례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시장이 공무원에 대해 인권교육을 하는 등 시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했다. 또 ‘시민의 인권을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노인, 어린이, 여성, 장애인, 농민 등 모든 시민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존중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지역의 일부 종교기구와 단체는 인권조례가 국가인권위원회와 협력하도록 함으로써 동성애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권조례로 인해 항문성교가 확산될 수 있으며, 군대내 동성애 등으로 사회불안이 유발될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이에 대해 아산시인권위원회 우삼열 위원장은 “이들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허황된 것”이라며 “모든 아산시민이 가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해 아산시의회가 제정한 인권조례를 ‘동성애 확산’ 운운하며 폐지를 주장하는 행위에 대해 인권조례의 제정 취지와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시민단체협의회 박진용 공동대표는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인권조례를 근거 없는 추측과 비뚤어진 확신으로 동성애와 에이즈 확산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상식을 가진 아산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아산시민을 대상으로 공포감을 퍼뜨려 인권의 가치를 폄하하고 훼손하는 것으로써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산시인권위원회는 성명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모든 이가 차별 없이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아산시 인권조례가 구체적으로 이행하도록 과제를 설정해 아산시에 제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모든 이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을 두고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종교단체는 비합리적이고 허황된 주장으로 아산시민의 존엄한 인권을 짓밟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아산시의회 인권조례, 절차적 정당성 논란
지난 5월 아산시의회에서 제적의원 15명 전원 만장일치로 통괴된 아산시 인권조례는 사무국의 행정착오로 입법예고 절차가 누락돼 ‘절차적 정당성’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아산시의회는 원점에서 다시 조례입법 절차를 밟기로 했다.
‘아산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개정안’은 지난 5월15일 아산시의회 제194회 임시회에서 안장헌 의원의 대표발의로 통과됐다. 아산시의회 총무복지위원회 상임위는 물론 5월19일 열린 본회의에서도 아산시의원 제적인원 15명 전원 만장일치였다.
그러나 아산시인권조례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입법예고 절차가 누락됐다. 입법예고는 일정기간 조례에 대한 입법취지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다. 이러한 입법예고 절차를 누락된 이유는 아산시의회 사무국 담당직원의 오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비난의 화살은 조례를 대표발의한 안장헌 의원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아산시의회는 조례제정 과정에서 ‘반대의견을 듣지 않았다’ ‘절차적 정당성도 지키지 않았다’는 빌미를 스스로 제공한 셈이 됐다. 결국 아산시의회는 ‘절차적 정당성 문제’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아산시인권위원회는 “의회사무국의 착오로 입법예고 절차를 밟지 않는 것에 대해 의회사무국과 시의장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그러나 의회사무국의 행정 착오로 발생한 문제를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던 시의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이미 개정된 조례를 개정 전 조례로 발의해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아산시의회는 지난 5월 ‘아산시인권조례’를 비롯한 제194회 임시회에서 제·개정됐던 3개 조례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기로 했다. ‘아산시 인권조례’를 입법예고부터 다시 진행하기로 함에 따라 인권조례에 찬성했던 일부 의원들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산시의회 인권조례가 재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