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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드러난 꽃뱀 살인사건 전모

한국인 사업가 중국에서 살해 후 유기…가족공모 범행 시나리오 충격

등록일 2017년06월2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꽃뱀역할을 맡았던 C로부터 압수한 현찰. 이들은 A로부터 빼앗은 돈과 아파트를 매도한 돈을 모두 현찰로 쌓아두고 생활하고 있었다.

2010년 여름 중국 흑룡강성 영안시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50대 한국인 사업가의 사체가 발견됐다. 사건발생 10여 일 만에 범인이 자수해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7년 여 만에 직접 살해한 진범이 잡혔다.

충남 아산경찰서(서장 김종민)에서 사건을 재수사한 결과 철저한 사전공모와 범죄 시나리오가 드러났다. 일명 꽃뱀에 의한 유혹과 불륜, 꽃뱀의 남편과 남동생의 불륜현장 습격과 금품갈취, 중국으로 유인해 살해 한 후 금품강탈, 한국으로 돌아와 신분을 세탁한 후 평범하게 살아가던 범죄자와 그 가족들의 막장드라마는 2017년 6월11일 경찰에 체포되며 모두 끝났다.

이들의 7년간 행적과 아산시와 중국을 오가며 벌였던 꽃뱀 살인사건 전모를 재구성했다.

2010년 6월25일, 중국에서 발견된 한국인 사체

2010년 6월25일 중국 흑룡강성 영안시를 끼고도는 하천에서 낚시꾼에 의해 한국인 사체가 발견됐다.

왼쪽 목과 가슴 부위에 칼에 찔린 상처자국이 선명한 사체는 부패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었다. 사체가 발견된 주변에서는 대한민국 여권과 소지품을 소각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사체는 중국경찰에 넘겨졌고, 조사결과 충남 아산시에서 사업가로 활동하던 A씨(당시 54세)로 확인됐다.

양국경찰은 살인사건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사체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했다.

2010년 7월8일, 한국경찰에 걸려온 살인자의 전화

2010년 7월8일, 대전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 범인으로 추정되는 B씨(52)로 부터 한 통의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한국인 이라고 밝힌 B씨는 중국에서 다툼 끝에 사람을 칼로 찔렀는데 ‘피를 많이 흘려 죽은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경찰 통신기록에 남아있다.

당시 전화를 받은 경찰관은 자수를 권유했다. B씨는 “중국에서 자수를 하더라도 한국에서 한국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가” 물었다. 당시 경찰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B씨는 이날 한국영사관을 찾아가 자수했다. B씨는 중국 경찰에게 인도돼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은 A씨의 유족에게 사망소식을 전했고, 유족들은 곧바로 중국 현장으로 달려갔다. 중국경찰은 사체가 발견된 장소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A씨가 임대해 투숙했던 아파트의 CCTV를 확보해 유족들과 함께 탐색했다. CCTV를 탐색하던 중 A씨의 내연녀 였던 C씨(49)가 발견됐다.

자신을 범인이라고 밝힌 B는 C의 남편이다. 중국의 재판은 한국보다 살인죄를 무겁게 다뤘다. 중국 법원에서는 B씨를 ‘치정에 의한 고의살인’으로 무기징역형을 내렸다.

꽃뱀역할을 맡았던 C에게 압수한 현찰.

교도소에서 날아온 살인자의 편지

중국에서 무기징역형으로 복역 중이던 B는 아내 C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짐을 느낀다. 아내 C는 변호사 선임비 330만원을 보낸 이후 옥바라지조차 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소식을 끊었다.

그러다 2013년 가을 아내 C는 복역중인 남편 B에게 법원의 이혼결정문을 통보한다. 그러자 이때부터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B는 태도가 돌변하기 시작했다.
B는 모범수로 복역하면서도 중국교도소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등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그러던 중 B는 2013년 10월 중국법원으로부터 형량을 22년으로 감형 받았다.

이후 2015년 1월 범죄인인도조약 등의 규정에 의해 중국에서 한국 청송교도소로 B에 대한 이감결정이 내려졌다. 중국 교도소에서 5년간 복역한 B는 남은 형기를 한국교도소에서 보낼 수 있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B는 아내와 두 명의 자녀에게 ‘호소, 협박, 회유, 하소연’ 등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수없이 많이 보냈으나, 아내 C씨로부터 모두 차단당했다. 그러자 B는 그동안 자신이 자백했던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주범은 C와 그의 남동생 D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A를 죽이게 된 배경은 그의 재산을 노린 아내(C)와 처남(D) 그리고 자신(B)이 함께 공모했다는 것이다. 또 처남인 D가 직접 A의 목과 가슴을 접이식칼(일명 맥가이버칼)로 살해했으며, 자신(B)은 단순 가담했지만 가족들을 위해 단독범행으로 자백해 스스로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B는 살인사건의 전모를 새롭게 구성해 밝힌 자신의 편지를 경찰과 법무법인 등에 보냈다.

살인자의 아내는 ‘꽃뱀’ 이었다

아산경찰서 지능팀(팀장 이건필 경감)은 B의 편지 내용을 토대로 본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현재 대구교도소에서 복역중인 B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사망한 A가 C와 처음 관계를 맺은 것은 A의 사업장에 C씨가 경리직원으로 채용되면서 부터다. A는 충남 아산시에서 모텔과 건축자재회사를 경영하는 중견사업가로 유학중인 자녀를 뒷바라지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경리직원 C는 노골적으로 A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A는 위험한 사랑을 하게 됐고, 불륜이라는 함정에 빠져 들었다. 둘의 사이는 더욱 깊어졌고, C의 요구로 2009년 7월 중국여행을 함께 떠나게 된다. 이렇게 된 상황은 이미 치밀하게 짜여진 C의 각본에 따른 것이다.

중국에서 밀월을 즐기던 어느 날 A와 C가 호텔에 투숙해 있는 동안 C의 남편 B가 들이닥쳤다. B는 둘의 불륜관계를 추궁하며 A를 겁박했다. 이 사건으로 A는 위자료로 B에게 2억여 원을 건네며 합의했다. 이렇게 강탈한 돈으로 C는 아산의 한 신축아파트를 매입했다.

이후에도 A와 C의 관계는 계속됐다. 2010년 6월 중국 사정에 능통한 C는 A에게 중국에 가서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A는 수십억 원대의 모든 사업장과 재산을 급하게 정리했다. 이중 현금 5억원 상당을 들고 C와 함께 중국으로 건너갔다.

2010년 6월21일, 살해 후 시신 유기

A와 C가 중국에 도착한 시점은 6월18일이었다. 이들은 중국 흑룡강성 영안시의 한 아파트를 거주지로 정해 6개월치 임대료를 미리 지불했다. 그리고 사흘 후인 6월21일 오후3시30분, A와 C가 거주하는 아파트에 남편 B와 남동생 D가 찾아왔다. 이들은 또 다시 불륜을 이유로 A에게 금품을 요구했다.

이미 2009년 한 차례 금품을 빼앗겼던 A가 반발하며 저항하자 남동생 D가 접이식칼(일명 맥가이버칼)로 A의 왼쪽 목과 가슴을 두 차례 찔러 살해했다. 살해 후 이들은 A의 사체를 침대커버로 말아 묶은 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지인에게 빌린 오토바이를 이용해 아파트에서 15분 거리의 하천에 버렸다. 이때 버려진 사체가 6월25일 앞서 언급한 한 낚시꾼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이들은 A의 소지품을 태운 후 현금 7000만원 상당을 챙겼다. 그러나 A가 중국으로 건너갈 당시 현금 3억5000~5억원을 가져간 것으로 A유가족들은 진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는 경찰이 조사 중이다.

이들 꽃뱀 가족범죄단은 현금 7000만원을 중국에 거주하는 지인 E에게 맡기고, 각자 자신의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만든다.

현찰뭉치와 함께 압수한 탑승권. 중국에서 A를 살해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7년 전 탑승권을 보관하고 있었다.

살인 후 알리바이 만들기와 살인죄 독박쓰기

가장 먼저 남동생 D는 중국 연길 등을 거쳐 가며 자신이 버섯을 구입하러 다닌 흔적을 남긴다. 또 실제로 버섯을 연길 등에서 구입해 6월23일 한국으로 입국한다. 입국 후에는 아산시의 한 병원 부원장에게 중국에서 구입한 버섯을 나눠주며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한 포석을 깔아 놓았다.

C는 중국 항저우 등을 돌며 A의 사망사건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행보를 보이다 6월28일한국으로 들어왔다.

7월8일 B는 앞서 언급한 한국 대전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언급하면서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지 타진해 본다. 그리고 바로 같은 날 한국영사관을 찾아가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수한 후 중국경찰에 인도됐다.

사건을 수사한 이석주 경위는 “B는 자신이 중국에서 추방돼 한국으로 들어가 재판을 받고, 한국교도소에서 적당한 형량을 채운 후, A로부터 갈취한 돈으로 남은 인생을 편하게 보내려고 기대한 것 같다”며 “그러나 C(아내)와 D(처남)도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니 심적으로 힘들었을 테고, 중국에서 돈을 맡겼던 지인 E와도 접촉이 되지 않자 혼자 궁지에 몰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2010년 A의 유족이 중국경찰과 아파트 CCTV를 탐색할 때 아버지(A) 회사의 경리직원이었던 C를 발견한 것도 사건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됐다.

꽃뱀가족, 신분세탁 후 도피생활 막장드라마 끝

아산경찰서 지능팀은 지난 2017년 6월11일 C와 D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6월13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정성호 판사)으로부터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돼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C와 D는 처음부터 범행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경찰은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C와 D를 상대로 측정한 결과 ‘거짓’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경찰은 C와 D를 B와 대질심문하자 이들이 A를 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한 사실까지 모두 시인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조사결과 C와 D는 A를 중국에서 살해한 이후 자신들은 물론 자녀들까지 모두 개명하는 등 신분세탁을 마쳤다고 밝혔다. C는 2013년 남편인 B가 중국에서 무기징역으로 복역하는 사이 법적 이혼절차를 마치고, 자신은 물론 자녀들 이름까지 개명했다.

D는 2010년 A에게 갈취한 돈으로 구입했던 신축아파트를 매도해 현금화 한 후 아내와 법적 이혼절차를 밟았다. 이때 모든 재산을 아내에게 준 후 자신 앞으로는 돈 한 푼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D는 법적으로는 이혼상태지만 생활은 이혼 전과 다름없이 자신의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아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재 C와 D 남매를 구속수사 중이며, 여죄추궁과 함께 A에게 갈취한 돈의 행방도 쫓고 있다.

2010년 6월 중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실이 가려져 있다가 2017년 6월11일 C와 남동생 D가 체포되면서 꽃뱀 살인사건의 모든 전모가 드러났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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