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김 모씨는 아내의 아이디로 정기승차권을 구매해 이용하다 이용요금의 10배에 해당하는 300여 만원의 부가운임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대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며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김 모씨는 최근 코레일로부터 벌금폭탄(부가운임)을 맞았다.
KTX 정기승차권을 구입해 충북 오송역에서 광명역까지 이용하던 김씨가 부정승차자로 내몰리고, 경찰에 고발까지 당한 것이다.
김씨가 구매한 정기승차권은 4월20일~5월19일까지 1개월간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등록 티켓이다. 문제는 정기승차권을 이용한지 10일째 되는 5월2일 발생했다.
KTX 승무원이 무임승차 여부를 검표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정기승차권이 본인 명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코레일측은 <철도사업법 제10조 제1항>을 들며 지난 10일간 김씨가 이용한 철도요금의 10배에 해당하는 302만9400원을 납부하라고 김씨에게 고지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자신이 무임승차할 목적도 없었고, 부정 승차할 이유도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김씨는 왜 코레일 부정 승차자가 되었나?
김씨가 부정승차자가 된 사연은 이렇다.
김씨는 2017년 4월20일 부터~2017년 5월19일까지 정기승차권을 구매했다. 구매 과정에서 15년 전 코레일 회원으로 가입한 코레일 회원권 번호를 코레일톡에서 사용했고, 이 코레일 회원권은 명의자가 김씨의 아내로 되어 있다.
김씨에 따르면 15년 전부터 이 회원권으로 표를 예약할 수 있었고, 가족 중 누구나 역에 가서 예약된 표를 계산하고 사용해 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 구매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용한 것이다.
이번 정기승차권 구매도 김씨 명의의 스마트폰으로 코레일톡을 사용해 아내 명의의 코레일 회원번호로 로그인해 결제했다. 아내 명의의 회원번호로 로그인 했지만 김씨 스마트폰에 정기승차권이 입력되는 과정에 아무런 에러도 발생하지 않았다.
김씨는 코레일측 주장대로 명의가 달라서 문제가 된다면 아내 명의의 회원권으로 김씨 명의의 모바일에 정기승차권이 발권되지 않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4월20일부터 검표 할 때마다 핸드폰에 저장된 승차권을 항상 승무원에게 보여줬지만 단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열흘이 지난 시점에 왜 갑자기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내는 현재 대전시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중에 철도를 이용하지 않은 사실을 입증할 수 있고, 자신이 무임승차나 부정승차를 할 목적이나 이유가 없음을 명백하게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범법자 취급하는 코레일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5월8일부터 코레일회원번호를 자신의 이름으로 다시 발급받아 정기승차권을 이용하고 있다.
코레일, “관련 규정을 따랐을 뿐”
김씨 항변에 대해 코레일측은 단호한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25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정기승차권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본인과 일치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팝업창을 통해 고지되고 있다”며 “본인(김씨)도 정기승차권 구매 과정에서 안내 문구를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동의절차를 거쳐 구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기승차권은 최대 50~60%까지 할인되고, 아무 열차나 탈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부정사용자에 대한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승무원들은 규정에 따라 무임승차나 부정승차를 적발한 것이며, 부정승차에 대한 책임은 승객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승객(김 모씨)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규정을 어긴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승무원 입장에서도 일일이 승객의 속사정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며 “승객을 철도경찰에 고발한 것은 본인(김 씨)이 부가운임 납부를 거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아산소비자상담센터, “벌금보다 실명제 전환이 먼저다”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사이트에서 승차권을 예약하는 시스템은 인터넷과 앱을 통해 할 수 있다.
코레일측은 맴버쉽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비자는 회원가입을 통해 코레일 회원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승차권을 예약 할 때도 맴버쉽 회원번호와 비밀번호를 넣어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으며 승차권은 일반승차권과 정기권으로 구분된다.
충남 아산소비자상담센터 박수경 사무국장은 “일반 소비자들은 가족 구성원들이 한 개의 아이디로 접속해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철도공사의 정기승차권 구입절차가 실명제도 아니고, 아내의 아이디를 이용했지만 김씨의 정기승차권은 김씨의 스마트폰 앱에서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3자가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이어 “김씨가 본인의 아이디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 과실이 맞다. 그러나 코레일의 정기승차권 발매 시스템상 허점도 많았다. 특히 큰 범죄도 아니고, 단순 소비자 과실에 경고나 계도절차도 없이 300만원 이라는 무거운 부가운임을 물리는 것은 지나치게 기업 편의적이다. 소비자에게 이처럼 강력한 책임을 부과하기에 앞서 아이디를 차용할 수 없도록 실명제로 전환을 먼저 했으면 어땠을까 아쉽다”고 말했다.
박수경 국장은 “김씨에 대한 코레일의 벌금폭탄에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도, 고객에 대한 애정도, 소비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도 느껴지지 않는다”며 “소비자 과실에 대한 징벌적 부가운임이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