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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혈약, 자가진단 후 약국에서 구입? “위험천만!”

반드시 전문의 통해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아야

등록일 2017년05월2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한조 교수/순천향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평상시 갑자기 핑 도는 어지럼증을 느끼면 우리는 보통 빈혈을 의심한다. 실제 진료 환자 중 일부도 본인이 빈혈에 걸렸다며 성급하게 자가진단 하고 온다.

이처럼 빈혈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질환이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임상적 이상 소견 중 하나다.

인체 내 혈액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의 다양한 성분들로 구성된다. 이중 적혈구가 정상보다 부족한 경우를 빈혈이라고 한다. 적혈구는 헤모글로빈을 다량 포함하고 있고, 헤모글로빈은 철을 포함하고 있는 단백질로서 붉은색을 띈다. 그래서 혈액이 붉은색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빈혈은 헤모글로빈 수치를 기준으로 진단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성인 남성 13g/dL, 성인 여성 12g/dL, 임산부 11g/dL 이하일 때 빈혈이라고 한다.

적혈구는 몸속 곳곳에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빈혈이 있으면 그래서 산소공급의 장애로 전신 증상이 나타난다. 무증상인 경우도 있지만 어지러움, 피로감, 운동 시 호흡곤란, 두통,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월경불순 및 성욕감퇴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체내 산소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심장이나 폐가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하므로 중요한 장기에 부담이 된다.

빈혈의 원인은 ▲적혈구의 손실 증가, ▲적혈구의 파괴 증가, ▲적혈구 생성기능 저하로 구분한다. 적혈구의 손실 증가는 가임기 여성의 월경과다(자궁근종, 자궁선근증 등), 위장관출혈(위궤양, 위암, 대장암 등), 외상이나 수술로 인한 출혈이 해당된다.

적혈구 파괴 증가는 특정약물의 과다복용, 심한 감염, 유전성 질환, 자가면역 질환으로 인한 적혈구 용혈 등이 있다. 적혈구 생성기능 저하는 극단적인 채식주의, 장기간 또는 과도한 다이어트, 만성적으로 간이나 신장(콩팥) 질환이 있는 경우, 혈액을 만드는 영양성분 흡수장애가 있는 경우, 드물게 혈액을 만들어내는 골수에 혈액질환(백혈병 등)이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처럼 비교적 치료가 쉬운 질환부터 암질환까지 빈혈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빈혈은 진단된 순간 바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원인에 따라 적합한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빈혈 증상을 느낀 환자 중 일부는 의사의 처방 없이 임의로 약국에서 빈혈약을 구입하여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하다.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빈혈약은 철분제이며, 만성 빈혈과 악성 혈액질환일 때는 전혀 필요하지 않거나 오히려 몸에 해롭다. 또한 위암이나 대장암 등과 같은 암질환을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빈혈약 자가 처방은 반드시 삼가야 한다.

빈혈은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도 쉽게 진단받을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빈혈로 진단됐거나 본인이 빈혈로 의심되면, 반드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받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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