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선거가 큰 문제 없이 치러졌다. 각 정당들의 유세전이 때때로 가열되기는 했지만 크게 눈살 찌푸리는 일 없이 즐겁게 진행됐다. 선거문화가 예전에 비해 상당히 나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속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농촌과 도시의 여전한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연령별 지지세의 시각차가 또렷하게 나타났다고 보는 게 맞다. ‘저연령은 중·진보, 고연령은 보수’라는 틀이 아직도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천안 광덕면은 더불어민주당(문재인)에 711표를 준데 반해 자유한국당(홍준표)에 1177표를 안겨줬다. 이와는 반대로 불당동의 경우 자유한국당에 2628표를 줬지만 더불어민주당에는 10974표를 내놓았다. 이들 지역 말고도 대체로 이같은 표의 갈림을 보여준 선거. 인물 위주든 정당을 중요시했든간에 젊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와 나이 드신 분들이 지키는 농촌의 격차는 진보(중도)와 보수로 갈린 이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연령에 따른 정치적 시각차는 어디에서 연유된 걸까. 모든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들의 차이는 단지 ‘안보’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압축해 설명할 수 있다.

한국전쟁과 일제치하의 쓰린 역사를 직접 겪거나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세대들이 원하는 안보는 ‘완벽하고 강한’ 방어적 태세를 지향한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한 트라우마는 아직도 전쟁의 연장선상에서 불안함을 갖고 있다. 반면 젊은이들의 정서는 ‘피아(彼我)’의 구분이 아닌, 다양하고 다채로운 사회와 인간으로서의 관계형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놓고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사고를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이의 ‘10만 양병설’같은 주장도 아니건만, 전쟁발발 70년이 다 돼가는 데도, 서로의 위치(기준)를 다르게 맞춰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아직도 10년 전, 또는 20년 전과 똑같은 거리감을 갖고있는 것은 어쩌면 정치인(정당)들의 ‘전략’적 수단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된다.

이제 대선도 끝났으니, 연령에 따른 이념적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 실행되길 바란다. 교육과 토론을 통해 서로간에 한발씩 다가설 수 있는 자리는 충분히 확보돼 있다. 

요즘은 정치를 ‘생활정치’라 말들 한다. 우리 주변의 삶을 살찌우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생활정치라면, 아직도 분열돼 있는 세대(연령)간 간극을 좁히기 위한 참교육과 인문학적 토론문화가 활발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