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게 그림자 청소를 마친 아산지역의 한 대학 화장실. 청소노동자들이 일찍 출근해서 일하겠다고 하면 관리자들은 이를 거부한다. 관리자에게 보고된 노동은 연장수당 등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초과근무조차 ‘알아서 몰래 해야 하는’는 상황이다.
가혹한 ‘저임금’ 가혹한 ‘노동착취’ 가혹한 ‘인권탄압’
“세제 때문에 머리가 띵하고 매스껍고 힘들어요. 면장갑, 고무장갑들을 한 달에 한 번씩은 교체해 줘야 해요. 워낙 독한 약을 쓰고 잘 못 했다가 구멍 나거나 칼집이 나거든요. 그런데 회사에 청소도구를 달라고 하면 잘 안줘요. 대청소 할 때는 강한 세제를 워낙 많이 쓰니까 살이 타고 손에 습진이 생기더라구요. 습진과 피부 화상을 1년 내내 달고 살아요. 또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캔이나 음식물도 많이 나와서 쓰레기가 무겁거든요. 나이들도 있는데 무릎에 매일 파스 붙이고 사는 사람도 많아요.”
아산시 5개 대학과 천안 2개 대학에 근무하는 청소·용역노동자 155명, 대학담당 직원·용역회사 관리소장 5명, 8명의 청소노동자를 심층면접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용불안, 가혹한 저임금, 인권침해, 열악한 근무환경 등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는 최근 ‘아산지역 대학 청소용역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6년 10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3개월간 아산시 권역 내 5개 대학과 인근 천안지역 2개 대학에 근무하는 청소·용역노동자 설문과 심층면접조사를 진행해 분석한 결과물이다. ‘실태조사 결과’는 장경희 충남노동인권센터 활동가가 분석했다.
아산·천안대학 청소·용역노동자들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는 비율은 54.5%, 공상처리 16.4%, 자비처리 10.9%로 나타났다. C대학은 75%가 자비로 처리 한다고 응답했고, D대학도 27.3%가 자비로 처리한다고 답했다.
청소·용역 노동자들에게 안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나타났다. 또 화학세제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보호구는 장갑과 앞치마 이외에는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었다. 열악한 노동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떠안고 있다.
청소노동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노동은 필요성이나 중요성과 달리 현실적인 사회적 위치로 볼 때 비정규직에서도 가장 하위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그 어디에서도 청소노동은 존재한다. 작업환경과 근무환경 뿐만 아니라 가정생활에서도 안락함과 쾌적함은 인간 기본생활을 영위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한국여성학회에 따르면 청소노동은 경제활동인구를 기준으로 세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지만 청소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77.4%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한국여성학회 박옥주 연구원은 “청소노동자의 인적특성은 여성, 저학력, 고령층이 대부분”이라며 “그런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은 연령, 학력, 성으로 인한 중층적 차별에 더해 청소용역이라는 직접적 차별까지 추가로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자에 막말과 책임전가 “일찍 출근 하지 마!” “못하면 그만둬!”
청소노동자 72%, 가구생계 책임
아산시 5개 대학과 천안 2개 대학에 근무하는 청소·용역노동자 155명, 대학담당 직원·용역회사 관리소장 5명, 8명의 청소노동자를 심층면접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용불안, 가혹한 저임금, 인권침해, 열악한 근무환경 등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지역 대학 청소용역노동자 평균연령은 55.8세(여성 54.66세, 남성 62.28세), 평균근속연수는 4.36년(여성 4.39년, 남성 4.22년)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72.1%가 본인의 수입으로 가구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답했다.
청소노동자의 19.9%는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부득이한 사정이 발생하면 자신의 일을 동료에게 부탁하거나, 본인 임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대체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연차휴가도 여성은 모두 사용하도록 하고, 남성은 12일 수당지급 나머지는 휴가로 사용하도록 하는 남녀차별을 둔 곳도 있었다.
청소·용역노동자들은 업체가 변경될 때 상당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용역업체는 근로계약서 작성 시 근로계약의 갱신가능성을 이중삼중으로 차단하고 있었다. 또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재계약여부가 용역업체를 대히하는 현장 관리자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계약서에는 ‘보수·임금 현황을 공개하거나 하면 징계’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고, 직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용역업체들이 시키는 일을 아무 저항도 못하고 해야 하도록 정하고 있는 부당한 근로계약내용도 확인됐다.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한 경우도 63.8%나 됐다.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는 경우 근로기준법 17조 위반이지만 이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거나, 안다고 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청소노동자 평균임금, 여성 120만원, 남성 140만원
“현재 받는 임금은 주로 생활비로 써요. 가정 생계를 꾸려나가는 금액인 거죠. 임금은 우리가 하는 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요. 이 금액에서 차비도 빼야 하고 식사비도 따로 드니까요. 고무장갑이나 청소도구도 제때 지급되지 않아 직접 개인 돈으로 사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모두 턱없이 부족해요.”
아산·천안지역 대학청소·용역노동자 평균임금은 여성이 121만원, 남성이 141만원으로 조사됐다. 근속에 따른 임금인상이나 수당지원은 거의 없고, 식사제공이나 식사비지원, 출퇴근 교통비도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A대학은 통근차량으로 학교버스를 이용하는데 별도의 비용까지 내야 했다. 심지어 작업에 필요한 물품마저 직접 구입해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답한 3개 대학교 4명의 관리자는 모두 예산문제로 최저입찰제로 계약이 이뤄진다고 응답했다. 최저입찰제는 구조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구조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관리자 몰래 일찍 출근하는 ‘무급노동’
“정해진 출·퇴근 시간에 맞추면 일을 다 못하기 때문에 일찍 출근해야 해요. 그러나 관리소장은 일찍 나오지 말라고 해요. 일찍 출근하지 않으면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제 시간에 일을 마칠 수가 없어요. 교통편 때문에 출근시간을 조절하기는 어려워 몰래 일찍 출근해서 일하는 적도 많아요. 일을 제때 마치려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죠.”
“강의실이 많아서 7시부터 일을 했어요. 강의실 9개를 혼자 해야 하고, 그 곳은 화장실이 4개예요. 출근시간인 7시30분부터 일을 하면 일을 다 못하고, 그러면 퇴근 차량을 못 타기 때문에 불편하고 힘들거든요.”
청소노동자들의 ‘초과근무’에 대한 ‘무급노동’과 ‘노동착취’의 실상이다. 청소노동자들이 일찍 출근해서 일하겠다고 하면 관리자들은 이를 거부한다고 한다. 관리자에게 보고된 노동은 연장수당 등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초과근무조차 ‘알아서 몰래 해야 하는’는 상황이다.
‘화학약품’ ‘근골격 질환’ 무방비 노출
“동료 한 명이 퇴근하다가 교통사고가 났어요. 거의 한 달 넘게 입원해 있었거든요. 관리자가 병문안도 가지 말라고 해서 가지 못했어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일 처리하고 바삐 퇴근하다가 당한 사고예요.”
“무릎을 다친 적이 있지만 일을 계속 했어요. 그러다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다쳤을때 바로 오지 그랬냐’고 하더라구요. 산재신청을 하더라도 안 될 것 같아 신청하지 않았어요. 소소하게 다치거나 화상은 그냥 넘어가죠.”
청소·용역노동자들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산재보험으로 처리한다고 비율은 54.5%, 공상처리 16.4%, 자비처리 10.9%로 나타났다. C대학은 75%가 자비로 처리 한다고 응답했고, D대학도 27.3%가 자비로 처리한다고 답했다.
청소·용역 노동노동자들에게 안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나타났다. 또 화학세제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보호구는 장갑과 앞치마 이외에는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었다. 열악한 노동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떠안고 있었다.
대학교 청소·용역노동자들의 87.6%는 샤워실이 없어 대학 화장실이나 집에서 샤워 하고 있었다. 휴게실 설치여부를 묻는 질문에 공식적으로 휴게실 있다는 답변은 71%였고, 14.5%는 간이시설을 이용한다고 응답했으며, 휴게실이 없다는 응답도 13.1%에 달했다.
휴게실이 있는 경우도 냉난방 23.2%, 환기 18.1%, 채광 13.5% 등의 시설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는 2016년 10월 ~ 12월31일까지 3개월간 심층면접을 통해 조사한 ‘아산지역 대학청소·용역노동자 노동조건 실태 보고서’를 발표해 많은 과제를 남겼다.
맘 편히 밥도 못 먹는다
“일 년에 한 두 차례 대청소를 해요. 대청소 할 때는 매우 힘들어 쓰러진 적도 있어요. 그렇게 힘들게 일해도 간식도 주지 않아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힘들게 대청소 하려면 얼마나 배고픈지 몰라요. 하다못해 빵, 우유하나 사주지 않았어요. 결국 돈을 각자 걷어서 우리가 직접 간식을 사 먹어요. 대청소 기간이 두 달 정도 걸리는데 그 동안 내가 낸 간식비만 10만원이 넘어요. 쥐꼬리만 한 월급 받아서 식비 쓰고, 용품사고, 간식비 내고 밥 사먹고 하다 보면 얼마나 남겠어요.”
청소노동자들이 출근해 식사하는 횟수는 2회가 10%였으며, 대체로 점심 1회를 한다는 응답이 85.2%를 차지했다. 식사방식은 도시락 67.5%, 취사 14.9%, 구내식당 11%, 기타 6.5%로 도시락 식사가 가장 많았다.
대학교 또는 용역업체로부터 식사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87.8%로 가장 많았다. 식권을 지급받는 노동자는 9.5%, 식비일부 보전 2%, 현물지원 0.7%였다. 청소노동자 대부분 식사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개별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식권이나 식비, 현물지원 주체는 용역업체다. 도시락이나 취사로 식사가 가능할 경우 식사장소는 휴게실이 86.1%, 기타 13.9%의 분포를 보였다.
이에 대해 충남노동인권센터 장경희 활동가는 “대학교에서 식사지원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반 제조업에서는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사내 구내식당을 이용하게 한다. 대학교 역시 학내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휴게시설, 냉·난방-환기·채광 열악
“휴게공간은 확보돼 있어요. 그런데 공간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비품이나 냉장고도 얻어서 가져다 놓고, 장판도 우리가 사서 깔았어요”
“식당 안쪽에 휴게실이 있어요. 좁은 느낌은 있지만 그냥저냥 쓸 만해요. 다행히 온돌 판넬이 있어요. 에어컨은 오래된 게 하나 있구요. 겨울은 웃풍이 너무 세서 힘들어요. 아주 오래 된 TV 하나 있고, 환기와 채광은 나쁘지 않아요”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 문제는 청소노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주제였다. 휴게실이 없어 화장실 한 켠에서 식사를 해야 했던 청소노동자들. 그림자 노동이라 불릴 정도로 보이지 않는 곳에 그들의 휴게실이 있다.
습하고, 환기와 통풍이 열악한 지하실이 대부분이다. 지상에 있더라도 임시로 만들어져 냉난방시설도 갖추지지 않은 곳이 많다. 아산지역 대학은 휴게시설 설치 여부에 71%가 있지만 14.5%는 자체간이시설을 휴게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휴게실이 없는 곳도 13.1%를 차지했다.
휴게실 환경개선문제에 대해서는 냉난방 23.2%, 채광·취사시설 13.5%, 소방시설 8.4%, 소지품보관의 어려움 6.5%, 남녀구분 5.8% 순으로 응답했다.
2016년 11월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휴게실들은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개선이 시급히 필요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79조는 휴게실과 세척시설 세면, 목욕, 세탁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은 달랐다.
휴게시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샤워시설이다. 아산지역 대학청소노동자 중에서 샤워시설이 있다는 응답은 12.4%에 불과했고 나머지 87.6%는 샤워시설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차별, 폭언, 멸시, 부당한 ‘인권탄압’
“소장 눈 밖에 나면 엄청 괴롭힘 당하고, 결국 퇴사해야 해요. 불만을 이야기하면 사람들 앞에서 그만두라고 큰 소리로 면박을 주고, 말 잘못 했다가 하루아침에 그만둬야 하니까 다들 입조심 하고 있어요. 소장의 마음에 들면 일도 시키지 않고,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힘들고 어려운 일만 시켜요. 차별이 심각해요.”
“청소한다고 깔보는 사람들 좀 바뀌어야 해요.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있어도 숨기고 살아요.”
“관리소장이 몇 사람을 해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소장이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하는 것도 봤는데 정말 나빠요. 안 봤으면 좋겠어요.”
부당한 경험의 가해자로는 용역회사 관리자가 23.2%, 동료직원 8.4%, 원청관리자 0.6%, 기타 3.2% 순으로 응답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때 대처는 참고 견딘다는 대답이 21.3%로 가장 높았다. 개인적으로 항의한다 9.7%, 사직한다 4.5%, 노동부나 관련기관에 신고한다 1.9% 등 적극적인 해결을 못하는 상황이 많았다. 반면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노조에 신고한다 응답도 21.3%로 나타났다.
열악한 노동실태 개선되고 있는가
청소노동은 용역계약이라는 형식을 띄기 때문에 사업주는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 또 용역업체도 명목상 노동시간을 단축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련 법과 제도를 교묘하게 피해 나간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누구의 입장에서 법을 적용하는가에 대한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보고서를 분석한 충남노동인권센터 장경희 활동가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실태조사가 이뤄졌지만 환경 개선은 더디기만 하고 속 시원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며 “대학 당국은 물론, 교직원과 학생 모두 청소노동자를 대학의 같은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연대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소노동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법은 다양하다”며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용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노인복지법, 최저임금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근로자 직업능력개발법, 고용보험법, 조세특례제한법 중 근로장려금 관련조항을 엄격하게 적용만 해도 부당한 노동착취로부터 많은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