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여자고등학교 늘봄 동아리 회원들이 교육봉사로 교사의 직업을 미리 체험하고 있다. 사진은 늘봄 회원들, 왼쪽부터 고다은, 정가은, 박유정, 박지민 학생.
재능과 비전을 결합한 봉사로 한발 앞서 직업을 체험하는 고교생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천안여자고등학교(교장 김광근) 봉사동아리 ‘늘봄’ 회원들이다.
늘봄 동아리는 2016년 11월 결성됐다. 지난해 천안여고 1학년 같은 반인 열여덟 동갑내기 정가은, 박유정 학생이 동아리 결성의 물꼬를 텄다. 초등학교 교사가 꿈인 두 학생은 교육과 봉사를 결합한 동아리를 물색했다. 마땅한 곳이 없자 아예 동아리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교사가 꿈으로 봉사를 하고 싶은 학생들을 찾는다며 포스터를 제작해 교내 게시판 곳곳에 부착했고 두 학생을 포함해 학생들 10명이 모아졌다. 봉사 대상으로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을 설정했다.
이들은 천안시 쌍용동의 북카페 ‘산새’에서 11월 첫 봉사수업을 했다. 알음알음으로 참석한 초·중학생 10명을 앞에 놓고 다른 나라의 교육제도를 두 시간 동안 수업했다.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어려워 하는 것을 발견하고 2월부터 방향을 선회했다. 중학교 교과서 속 문학작품과 문인들을 소재로 문학수업을 기획했다. 2월의 문인은 김유정으로 정했다. 늘봄 동아리 회원 모두가 매주 금요일마다 모여 봉사수업을 준비했다.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조사하고 참여 학생들의 재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교안 작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정성을 들인 덕분에 2월 넷째 주 토요일 봉사수업에 참석한 중학생 10여 명은 수업 내내 흐트러짐 없이 집중했다. 3월은 오는 25일 ‘시인 윤동주, 절망의 시대에서 희망의 시를 쓰다’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문학 수업을 가질 예정이다.
2월 수업에서 발표를 맡았던 박지민(18·2학년) 학생은 “교실에서 항상 듣기만 하다가 직접 아이들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니 긴장되고 떨렸다”며 “수업내용을 학생들이 이해하고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고 말했다.
늘봄 동아리 창립멤버인 정가은 학생은 “예전에는 교사라는 꿈이 막연했지만 교육봉사를 통해 한층 구체화됐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 새로 늘봄 동아리 회원이 된 고다은(17·1학년) 학생은 “제일 못하는 과목이 국어”라며 “국어실력도 보충하고 장래 진로인 교사의 길을 미리 체험해보기 위해 늘봄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한편 천안여고 최초의 교육봉사동아리인 늘봄은 창립 5개월 만에 회원이 23명으로 늘어났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