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갯關3기가 됐는데도 아직 중앙정부의 지방통제는 어느 수준인지 아십니까. 일용직인 환경미화원 한 명을 쓰려 해도 행정자치부 승인을 받아야 되는 실정이니, 말 다했죠. 정부가 권한 이양의 맨 끝자락에 놓고 있는 것은 아마 ‘인력’과 ‘재정’부문일 겁니다.”
한 인사관련 공무원의 독백어린 푸념이긴 하지만 현실에 처한 정부-지방간 행정갈등이 심각하게 초래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역할이 시계부품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지만 민선이 시작된 지 8년여가 지나가도 ‘삐그덕’거리는 소리는 여전하기만 하다.
특히 인사와 관련해서는 승진적체와 업무기능의 부적절함이 ‘불만’과 ‘사기저하’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무대책’으로 일관, 시 발전의 누수현상이 커져만 가는 형편이다.
피라미드형에 이직율 적어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게 빠를 터.’
시 공직사회 인력구조가 언제부터인가 피라미드형에서 항아리형의 기괴한 형태로 변질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피라미드형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인력의 자연감퇴가 이뤄져야 함에도 ‘평생직장’이 되다 보니 구조형태가 기형화된 것이다.
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경우 7급까지는 일정기간이 경과되면 자동 승진되는 근속승진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상위직급 결원과 관계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9급에서 8급 승진은 7년, 8급에서 7급은 8년이 지날 때 자동 승진되는 제도다.
천안시의 경우 자동승진이 멈춘 7급에서 87명의 과원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81명이 부족한 9급이나 39명이 부족한 8급과는 대조적인 상황. 정원은 한정돼 있는데 7급이 많다 보니 8?9급이 7급 과원만큼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6급 이상에서는 한 두명의 결원이 발생한 정도지만 승진과 과원의 양적?질적 문제가 발생한 7급 공무원들은 ‘6급 탈환’이 최대 목표가 되고 있다. “전쟁터보다 이곳의 싸움이 더욱 처절한 것 같습니다. 차라리 전쟁터라면 살아남을 수 있으련만???.”
공무원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살벌함’이 묻어난다.
그나마 9급 이하에서 공직에 몸담은 직원들은 6급에서 일부 퇴직시한(5급이상 60세, 6급이하 57세)을 맞이, 체념에 따른 탈출구를 만들기도 하지만 공직사회를 떠나기 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
탈출구는 ‘자연감퇴’ 뿐
‘자연감퇴’ 밖에는 해답이 없는 것인가.
피라미드형이란 위로 오를수록 좁아지는 구조다. 어떤 방식으로든 일정 부분이 떨어져 나가야 피라미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생직장으로 여기는 공무원들에게 ‘이직’이란 흔치 않은 일. 개인 사정이나 비리 등에 연루돼 공직사회를 떠나는 이유 말고는 ‘정년퇴임’ 뿐이다. 이렇게 볼 때 현 상황에서는 지자체 내의 노력 가지고는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다는 전문가 의견이다.
항간에 7급까지로 돼있는 근속승진제를 6급까지로 조정하는 제도 개정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충북 청원군의 경우도 7급에서 정원 1백62명에 현원이 2백24명으로 62명이 초과된 상태다. 이처럼 천안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전국 시?군?구도 근속승진제의 확대도입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근속승진제라 해서 문제의 근간을 건드리지는 못하는 ‘한시적 계책’일 수밖에 없다. 당장은 7급의 과원이 풀려 좋겠지만 몇 년이 지나면 과원문제가 단지 6급으로 옮겨올 뿐 여전히 문제점은 남아있다.
사기저하, 시 발전 저해로 나타나
인사적체는 또다른 부작용을 부른다. 승진요건을 갖췄음에도 3배수 이상의 경쟁률에 뛰어들어야 하고, 동료직원의 승진에 상대적인 박탈감 등 총체적인 ‘사기저하’에 빠지는 것이다.
현재 요건(승진소요 최저년수 3?4년 이상)을 갖췄음에도 승진하지 못한 공무원은 8급 1백45명(72%), 7급 2백73명(69%), 6급 1백64명(77%)에 해당하며 5급도 29명(44%)에 달한다.
시 안대진 인사담당은 중앙부처가 승진소요 최저년수만 넘으면 대부분 승진하는 것과 비교해 승진연한을 다 채워야만 하는 8?9급 지방공무원들이 상대적인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시에서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같이 공무원의 70% 이상이 ‘승진 히스테리’ 증세에 휘말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해 보세요. 5급(사무관) 달아도 시원찮을 짬밥(경력)에 말단 7급으로 갖가지 궂은 일에 뛰어다녀야 하겠습니까. 대우해 달라고 원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못나서 승진못하는 것은 그렇다 치나 실타래처럼 꽉 묶여있는 현 (인사)적체 여건이 암담하게 만드네요. 아들 보기도 부끄럽고….”
드러내 놓고 할 말이 아닌 듯 얼른 짜증섞인 표정을 감추고 화제를 돌리는 한 공무원의 모습 속에 공직사회의 암울함이 깃들어 있다.
정부차원의 타개책 마련 ‘절실’
이런 공직사회의 우울한 단면에 시의 고민도 크다.
시 안대진 인사담당은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개인견해를 피력했다. 먼저 6급까지 근속승진제를 통한 자동승진을 보장하는 것이 당분간이라도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6급이 많아지면 업무상의 사기저하가 도래할 수 있는데 이는 ‘팀제’를 도입하면 됩니다. 시는 정책적으로 현안들에 대한 특별팀제를 두고 부서개념이 아닌, 독립운영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게 만드는 겁니다.”
안 담당에 의하면 보직없는 6급, 이른바 ‘물주사’로 불리는 이들에게 정책적 프로그램을 맡겨 일할 분위기와 자긍심을 심어주자는 발상이다.
또 대통령인수위에서 얘기되는 담임평가제를 거론, 성과와 능력 외에도 연공서열과 상?하 공무원간 평가를 통해 인사를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물론 능력 성과를 우선시 두는 것으로, 이는 이근영 전임시장때부터 시도해 오는 평가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비율을 어떻게 두느냐가 중요한 자대죠.”
이 외에도 조기퇴임을 유도하는 것도 인사적체 해소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명퇴하는 자에게 1계급 명예특진과 정년 기간까지 봉급의 50%를 수당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정년 1년 이내에서는 공로연수라 해서 자리는 결원으로 잡되 그에게는 급여를 1백% 지급해 주는 대신 사회적응기간을 두도록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효과가 적습니다.”
또 광역자치단체의 경우에는 퇴임공무원에게 별도 자리를 주고 ‘도 정책보좌관’으로서 각종 정책에 자문역할을 하는 제도도 마련,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말했다.
‘인사는 만사’라고, 공직사회를 뛰게 하려면 인사적체에 허덕이는 현실 구조를 타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게 공직사회와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 전문가 의견듣기 / 권 경 득 선문대 교수-일 중심’ 인사체제로 전환해야
“공직사회는 세계적으로 ‘계급제’와 ‘직위제’라는 두가지 큰 형태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계급제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 제도의 맹점중 하나가 ‘승진적체’입니다.”
지방행정의 조직인사 부문을 전공하고 중앙인사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권경득 선문대 행정학 교수는 정부차원의 ‘해결책’이 있음을 밝혔다.
권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과 캐나다의 직위제를 도입, 사람 중심에서 일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외적인 현 시대 흐름은 능력과 성과중심입니다. 공직사회처럼 더 이상 사람에 맞게 일자리를 나눠주고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직무 중심의 적합한 인사를 단행해야 합니다.”
심각한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 인사문제와 관련, 전체적이고 전략적인 맥락에서 봐야 한
다는 권 교수는 최근 일부 중앙부처에서 직무 중심의 인사로 지향하고 있어 계급제는 머지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의 경우 10여년 전 중간계급(5급)을 없애고 대신 보수등급을 확대했죠. 근무연수는 같아도 일의 성격과 비중에 따라 보수를 10여등급으로 나눠 차등지급하는 제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승진보다는 보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죠. 더 이상 자기능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수순을 밟게 된 거죠.”
권 교수는 공직사회에 “행태와 개혁인식의 변화에 두려워 말라”고 주문한다. 평생직장의 허울에 안주하기 보다는 경쟁력 확보를 통해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을 넘나드는 공직사회의 실질적 주인으로 성장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서서히 평생직장의 꼬리표를 단 공직사회가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사람중심에서 일 중심으로.
■이달 승진 기대 ‘10여명’
만성에 허덕이던 시 공무원 승진적체에 약간이나마 구멍이 뚤릴 것인가.
1월 말로 있을 인사에 공로연수를 통한 퇴직자가 발생, 이로 인해 적체됐던 승진요인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5급(사무관)과 6급에서 두 세명이 퇴직신청을 할 것으로 기대돼 6급 이하 직원들이 줄줄이 승진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그동안 공석으로 있던 종합체육시설관리소장과 지난 연말 경영개발사업소 한 웅 관리담당(6급)의 퇴직에 따른 자리도 1월 말경 있을 예정인 인사에서 채워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들 외에도 지난해 도 공채를 통한 천안시 배정 임용자 12명이 충원되며 사회복지사 12명 등 나머지 25명의 결원 인력(9급)에 대해서도 점차적으로 충원할 예정이다.
구조조정 여파로 당초 1천5백95명이던 정원이 1천3백53명으로 2백40여명으로 줄은 반면 택지개발 등 각종 개발바람으로 시 규모가 확장, 인력의 효율적 관리에 시의 고심이 크다.
성무용 시장은 인사운영과 관련, 능력과 실적 중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여 모두가 공감하는 인사운영의 원칙을 밝힌 바 있다. 또 승진?전보는 정기(1월?7월)와 수시로 정례화하고 전보임용은 읍면동-사업소-본청 체계의 순환전보해 인사 투명성 확보의지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