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희 교수/순천향대병원 혈관중재센터
혈액투석 환자들에게 있어 투석을 위한 혈관접근로(동정맥루, 투석도관)는 생명줄이나 다름이 없다.
혈관접근로는 콩팥기능이 소실된 환자의 몸과 혈액투석기계를 연결해주는 통로로서 환자는 혈액투석을 통해 혈액 속 노폐물과 과잉 수분을 제거하는 등 몸속의 콩팥기능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동정맥루는 많은 양의 혈액을 단시간에 체외순환 시킬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동맥과 정맥혈관을 연결해 만든 굵은 혈관이다. 동정맥루는 보통 손목 부위에 만들지만 손목 부위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팔의 상부 또는 다리의 대퇴부 등 여러 부위에 만들기도 한다.
또 혈관상태가 좋지 않아 동정맥루를 만드는 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인조혈관을 삽입해 혈관접근로를 만들게 된다. 신장이식을 받지 않는 한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혈액투석은 필수적인 것이며 지속적이고 원활한 혈액투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튼튼한 혈관접근로가 필요하다.
만성 콩팥병이 악화돼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면 혈액투석을 시행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혈액투석을 시작하게 되면 평생 받아야 하며 보통 일주일에 3회 정도를 실시하게 되는데 혈액투석을 위해 주기적으로 동정맥루에 굵은 바늘을 꽂았다 빼기 때문에 혈관에 손상이 생기게 된다.
지속적인 손상과 혈역학적인 변화로 인해 동정맥루의 평균 수명은 3년이 채 되지 않으며 결국 신체의 다른 곳에 새로운 혈관접근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인조혈관을 이용해 혈관접근로를 만들 경우에는 동정맥루에 비해 혈전으로 인한 협착 또는 폐쇄가 더욱 자주 생기고 혈관의 수명 또한 짧다.
혈관접근로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와 적절한 시술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오랜 기간 혈관의 사용이 가능하다. 정상적인 혈관접근로는 손으로 혈관을 만졌을 때 진동(감전되듯 떨리는 느낌)이 느껴지며 청진기로는 잡음(쉬익 쉬익하는 소리)이 들린다. 진동과 잡음은 매일 4시간 주기로 확인하고 만약 느껴지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혈관접근로가 있는 팔은 일상에서는 무리가 가는 행위(무거운 물건 운반, 심한 운동)는 자제하고, 팔을 압박 하는 행위(팔베개, 시계 차기)를 삼가 해야 한다. 또한 병원에서도 혈관접근로가 있는 팔에 혈압측정, 채혈, 정맥주사 등을 시행하면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혈관접근로와 관련된 합병증으로 성숙부전, 감염, 협착, 혈전형성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혈관이 막히는 협착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혈관 내에 혈전이 생겨 치료를 점점 어렵게 만든다. 혈관의 협착이 발생하면 과거에는 외과적 수술을 통해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등의 방법 등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협착과 혈전의 치료를 위해 혈관 속에 미세한 의료기구(풍선 카테터)를 넣어 병변 부위만을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인터벤션 시술(혈액투석 동정맥루 재개통술)이 늘고 있다. 인터벤션 시술은 개통 성공률이 95% 이상으로 부분 마취와 최소 침습으로 간편하게 시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같은 곳에 재발해도 반복적인 재시술이 가능하고 시술 후엔 곧바로 투석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에는 빠른 진단과 치료, 환자의 편의성을 위해 복잡한 입원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일 외래와 낮병동을 이용해 하루 내에 모든 진료와 치료를 하고 있다.
혈액투석 시 혈관접근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혈관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혈관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며 이상이 발견되면 즉각적인 시술을 통해 혈관의 협착, 폐쇄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말기 신부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