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엘 교수(순천향대병원 신장내과)
전 세계적으로 만성 콩팥병 환자는 증가추세다. 우리나라도 인구의 약 10%가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이제 만성 콩팥병은 드물지 않은 질병이다. 만성 콩팥병의 주원인은 당뇨다. 그 외 원인으로는 고혈압, 다낭성신질환, 사구체신염, 고령, 비만 등이 있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및 감염질환의 발병률이 높고, 그로 인한 사망률 또한 높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만성 콩팥병은 개인의 건강문제를 넘어 국가 전체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보건학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만성 콩팥병의 의학적 정의는 사구체여과율에 관계없이 콩팥손상의 증거가 있거나, 사구체여과율이 60mL/min/1.73m2 미만으로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신장 기능이 정상이라도 콩팥 손상이 확인된 경우 만성 콩팥병이라고 이야기한다. 크레아티닌 검사, 즉 신장 기능 검사를 통하여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것이 확인된 사람들은 쉽게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
소변 검사도 진단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상 신기능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는 단백뇨나 혈뇨의 여부가 만성 콩팥병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러한 단백뇨나 혈뇨를 통해서 신기능이 실제로 감소하기 전에 만성 콩팥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고, 만성 콩팥병을 일으킨 원인을 찾아 빠르게 치료를 시작한다면 신기능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생활습관, 식단 등이 서구화 되면서 당뇨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만성 콩팥병의 원인 중 약 50%를 당뇨가 차지하기 때문에 당뇨에 대한 치료와 관리는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당뇨환자의 경우 철저한 당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혈압이 동반된 경우에는 혈압조절 또한 중요하며, 특히 단백뇨가 있는 환자들은 혈압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등 식이조절 및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만성 콩팥병을 예방할 수 있다.
만성 콩팥병이 악화되어 말기 신부전, 즉 콩팥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신대체 요법을 시행 받아야 한다. 신대체 요법에는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이 있으며, 가장 많이 사용되고 흔히 알려진 것이 혈액투석이다. 혈액투석이란 몸속의 혈액 중 일부를 밖으로 빼내어 신장 대신 투석기계로 노폐물을 걸러준 후 다시 몸 안으로 혈액을 넣는 방법이다.
혈액투석 기술이 발달하고, 신약도 개발되고, 치료환경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완치가 쉽지 않은 만성콩팥병 환자에 있어 신대체 요법이 필요한 단계, 즉 말기 신부전으로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를 위해서 만성 콩팥병의 조기발견과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일반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혈액검사나 소변검사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콩팥의 이상 유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이상이 발견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장내과 의사를 만나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단계의 만성 콩팥병을 빠르게 진단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 교정하는 것만이 만성 콩팥병으로의 진행과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당뇨, 고혈압과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규칙적인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를 시행해 만성 콩팥병이 새롭게 발병하지 않는지 혹은 더 진행되지는 않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