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신 교수/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얼마 전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 수십여 명이 노로 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보여 학교에 휴교 조치가 내려졌다. 이러한 집단감염은 제주도에서도 보고되었는데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노로 바이러스 감염증의 신고 건 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겨울철 식중독의 원인으로 노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에 대한 주의와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전체 식중독 환자 중 절반가량이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로 바이러스가 겨울철에 주로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노로 바이러스의 입자 크기가27~40nm(나노미터·10억분의1m)에 불과해 냉동·냉장 상태에서도 수년 동안 감염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과 추운 날씨로 인해 밀폐된 공간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대인 간 감염 전파가 많아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4시간에서 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에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오심이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두통이나 발열 및 근육통과 같은 전신증상들도 동반된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에서는 구토가 많이 나타나고, 어른에게는 설사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설사는 염증성 설사가 아니라 수양성 설사이기 때문에 점액변이나 혈변이 아닌 물처럼 묽은 설사가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탈수 증상이 나타나면 특히 영유아나 65세 이상의 노인, 만성질환자에서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진의 진료가 필요하다.
노로 바이러스의 감염은 주로 오염된 물이나 굴 또는 조개와 같은 어패류를 통해 발생된다. 또 감염된 환자의 대변이나 체액에도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바이러스로부터 감염될 수 있다. 그 외 바이러스가 묻은 환자의 물품에 접촉하거나 공기 접촉으로도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가정이나 공동생활시설 등 사람끼리 접촉할 기회가 많은 곳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로 직접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2000만명의 노로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며, 주요 감염 장소를 조사한 결과, 64%가 식당에서 발생했고, 17%는 단체급식소와 뷔페식당을 감염경로로 보고했다.
안타깝게도 노로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는 없다. 통상적으로 증상에 대한 치료가 시행되게 된다. 따라서 장염 증상이 있는 노로 바이러스 감염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 하겠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철저한 손 씻기와 같은 위생관리다.
노로 바이러스는 입자가 작고 표면 부착력이 강해 손에 묻으면 잘 제거되지 않으며 흐르는 물에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비누를 사용해 손가락 사이사이와 손등까지 골고루 씻어야 한다. 또한 화장실 사용 후 그리고 음식 준비 전에 반드시 비누와 물을 이용하여 손을 씻어야 하며, 음식 섭취 시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노로 바이러스는 85도씨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하기 때문에 식수로 사용할 물은 반드시 한 번 끓인 후 마시는 것이 좋다. 그리고 채소나 과일, 어패류도 깨끗이 씻은 후 가열 조리해서 섭취해야 한다. 특히 채소를 날로 먹을 때에는 세척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감염된 경우 회복 후 최소 3일에서 2주간은 음식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염이 의심되는 경우 즉시 깨끗이 닦고 표백제가 함유된 소독제를 사용해 소독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