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위치한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파업이 200일째 되는 지난 23일 오후6시. 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 정당 관계자 50여 명이 아산시민모임 회의실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위치한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파업이 200일째 되는 지난 23일 오후6시. 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 정당 관계자 50여 명이 아산시민모임 회의실에 모였다.
이 자리에는 갑을오토텍 노동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아산시 둔포면에 위치한 유성기업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유성기업 역시 사측의 집요한 노조파괴에 맞서 무려 7년째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작년 3월 극심한 현장탄압과 징계 위협에 죽음을 선택한 고 한광호 조합원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냉동고 안에 시신을 둔 채 312일째 맞고 있다.
이들은 이날 아산시민단체협의회가 주최하고 충남도민인권지킴이단 아산모임이 주관한 시민토론회에서 현재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았다.
이진숙 도민인권지킴이단아산모임 대표 사회로 열린 토론회는 갑을오토텍 노조 이재헌 지회장, 유성기업노조 윤영호 지회장이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사측의 노동탄압 현장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어 민주노총 류미경 국장, 충남도동인권센터 두리공감 장경희 활동가는 노동기본권의 현실과 대응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같은 날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람은 생산과정의 소모품이 아니며, 이윤을 위해 자본 마음대로 쓰고 버려서는 안 되는 존재”라며 “헌법은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갑을오토텍과 유성기업에서는 참혹한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부뜰은 갑을오토텍과 유성기업 사측, 우너청사인 현대자동차를 향해 “즉각 노조파괴 시도를 중단하고, 그동안의 잘못을 노동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또 재판부를 향해 “불법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 법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판결로 보여주고, 법을어긴 사업주를 엄중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명수·강훈식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게는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끝으로 시민들에게는 “부당한 자본권력의 노동탄압에 맞서 연대와 참여”를 호소했다.
노동당 충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노조파괴 Q-P 시나리오, 대체인력 투입, 불법 대체 생산 등 ‘노동법 위반 종합선물세트’인 갑을오토텍 사측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200일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심각한 직무유기에 대해서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200일 동안 굳건히 싸우고 있는 400여 명의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에게 존경을 보내며, 사측의 불법행위에 맞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갑을오토텍 이재헌 지회장 “일터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갑을오토텍 노조 이재헌 지회장
지난해 7월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시작된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파업은 지난 23일 200일을 넘겼다. 이들의 하루는 차가운 칼바람을 맞으며 아침 8시에 정문에 모여 시작한다. 8시30분 사무직 직원들이 다리 건너편 공터에 모여 공장진입을 시도한다. 이들과 대치하며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 이들이 물러나면 휴식을 갖는다.
이들은 이렇게 긴 시간을 왜 이러고 있을까?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이재헌 지회장은 “노동조합을 지키고, 일터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회사가 드러난 범죄로 처벌을 받고도 계획된 불법을 앞세워 노동조합을 파괴해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려 하기 때문이고, 이를 막아내지 못하면 모두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014년 12월 사측은 전과자를 포함한 전직경찰과 특전사 출신의 노조파괴용병들을 위장 채용했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회사는 이들을 앞세워 제2노조를 설립하고 폭력을 앞세워 현장의 조합원들과 노동조합을 위협했고, 유혈폭력사태를 일으켰다.
2015년 여름 사측의 노조파괴 공작에 노동조합은 맞서 싸웠고 6월과 8월 두 번의 노사합의를 통해 마무리했다. 그러나 회사는 대체인력 투입과 외주용역경비 투입 등의 행보를 시작했다.
작년 7월26일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경비용역과 공권력을 동원하자 이에 맞선 조합원들과 팽팽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이때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회사의 노조파괴 문건인 Q-P시나리오를 폭로하면서, 2015년 노조파괴 공작을 비롯해 지금까지 회사가 벌이고 있는 불법들이 모두 계획된 시나리오 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현재 사측은 50여 명의 조합원이 생활하고 있는 기숙사의 물을 끊고 난방을 끊어 노동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유성기업 윤영호 지회장, “원인모를 죽음을 피하려다…”
갑을오토텍 노조 이재헌 지회장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동료들의 원인모를 죽음에 불안한 나날이 반복됐다. 심혈관계 질환, 돌연사,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이어졌다. 유성기업 노조는 야간을 비롯한 살인적인 노동 강도가 결국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는다. 결국 노동자들은 행복하게 살기위한 노동을 한 것이 아니라 죽음을 부르는 위험한 노동을 해온 것이다.
노동자들은 자녀양육을 비롯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했다. 저임금 구조에서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오직 노동시간을 늘이는 방법 밖에 없다. 결국 야간을 비롯한 강도 높은 노동시간을 견뎌야 했고, 그 결과 원인모를 죽음을 맞아야 했다.
강도 높은 노동으로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느낀 노조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구조를 개선이 시급하다고 느껴 주간 2교대제와 월급제를 요구해 사측과 합의까지 도출했다.
2009년 유성기업 노사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에 노사가 합의하고 2011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2011년 5월18일 사측은 합의를 번복하고 직장폐쇄와 용역을 투입했다. 또 노조파괴 전문업체로 알려진 창조컨설팅 시나리오에 따라 복수노조를 설립해 노동차별정책과 함께 노노갈등을 조장하고 끝없는 분열과 탄압을 유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2012년 9월 국회청문회에서 은수미 의원을 통해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폭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윤영호 지회장은 “현재까지 7년째 악질적인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이어지고 있다”며 “노조파괴를 끝장내는 것만이 우리의 고통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합원 상당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노, 우울, 불안·초조, 수면장애, 무기력감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또 오랜 고통 속에서 가족관계, 동료관계, 지인·동창관계 등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있다.
오랜 시간 이러한 고통에 시달려온 한광호씨는 지난해 3월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고 한광호씨 시신은 300여 일이 지났지만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냉동고에 안치돼 있다.
충남노동인권센터 장경희 활동가, “무엇이 짓밟히고 있는가”
충남노동인권센터 장경희 활동가.
“유성기업에서는 어린 초등학생 딸이 기업노조 소속 노동자의 자녀들인 또래 아이들로부터 왕따와 멸시를 경험했다. 갑을오토텍에서는 가정통신문을 홀로 사는 노모에게 보내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충남노동인권센터 장경희 활동가의 말이다. 장경희씨는 “노조파괴 과정에서 유성기업과 갑을오토텍 사용자들은 노동자의 삶은 물론 그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을 노동조합과 주요 간부들만의 문제로 호도되고, 노동조합을 불법집단으로 내몰았다. 또 가정통신문, 문자통보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혼란을 겪었다는 것이다.
장씨는 “노조파괴 현장에서는 ‘경영권’이 최고의 법으로 통한다”며 “단결권을 가로막는 것도, 단체교섭을 장기간 해태하는 것도,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도 모두 경영권이라는 이름으로 재단되고 통제되며, 불법화되고 징계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유성기업이나 갑을오토텍 모두에서 사용자들이 취했던 전략중 하나는 노동자들을 궁핍으로 내 모는 것이다. 유성기업에서 계속되는 임금삭감, 잔업·특근 차별, 생산기여금 명복의 상여금 차별, 민주노조와의 임금교섭 해태와 기업노조 몰아주기 등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장경희 활동가는 “갑을오토텍이 해를 넘기면서까지 공격적 직장폐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노동자의 돈줄을 말려 스스로 투쟁을 포기시키기 위해서”라며 “유성기업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으로 생활하며,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7개월이 넘도록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유성기업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43%가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갑을오토텍에서는 노동자 38%가 우울증 고위험군이다. 유성기업의 장기간에 걸친 탄압, 차별, 감시, 통제 등은 개별 노동자들의 고립감을 심화시켰고 주변 관계들을 파괴했다. 이러한 상황들은 노동자들에게 극도의 분노, 적개심, 우울, 불안을 심화시켜 왔으며, 최근엔 신체화로 이어지고 있다.
장경희 활동가는 “유성기업과 갑을오토텍의 반인권 반노동적 행위가 노동자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에게까지 확대됐다”며 “결국 한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그 가족 그리고 주변의 모든 인간관계까지 파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법제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생명권과 인격권의 보장, 신체의 자유, 사상의 자유 등 민주주의를 표현하는 무수한 가치들은 노조파괴 현장에 없다”며 “폭력이 일상이 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인권유린을 당하고, 작업장 내 민주주의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파업이 200일째 되는 지난 23일 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 정당 등에서는 ‘노동인권 없는 민주주의는 가짜’라며 토론회, 논평, 기자회견 등을 통해 노동권 경기풍조를 비판했다.
유성기업 노조가 부당한 노동탄압에 맞서 천안시 신부공원에서 법원까지 오체투지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