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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못쓰던 복막암, 복강 항암화학요법 ‘희망’

20년간 생존확률 0%→70% 확대, 복막 전이암 새로운 관점 제시

등록일 2017년01월1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안태성 교수/순천향대병원 외과

“암이 다 퍼져서 손을 쓸 수가 없대”

흔히 말기암을 이렇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암이 퍼지면 전부 손을 못쓰는 것일까? 암이 퍼졌다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전이(轉移), 암이 처음 생긴 자리를 벗어나서 다른 자리에 생긴 것을 의미한다. 전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세포의 단위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암치료의 근본적인 원칙인 암의 완전 절제가 불가능해 전신에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를 사용하곤 한다. 그러니 암이 넓게 퍼지면 손을 못 쓴다는 표현은 맞을 수 있겠다.

하지만 암이 퍼졌다는 표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혈관 혹은 임파선을 통해서 간이나, 폐, 뇌, 뼈 등의 다른 장기의 내부로 퍼져서 자리 잡는 경우다. 이와 같은 경우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전신항암제를 사용한다. 두 번째 의미는 난소, 대장, 위 등에서 발생한 암이 장기를 뚫고 나와서 복강 내(배안)에만 퍼져있는 경우다. 이런 경우도 암세포들이 서릿발처럼 배안에 흩뿌려져 있어서 ‘암이 다 퍼져 있다’는 표현은 맞으나 혈관이나 림프관을 통해서 퍼진 것이 아니기에 양상이 다르다. 하지만 이 또한 완전절제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복막 안에 흩뿌려지듯이 퍼지는 질환이 또 있다. ‘가성점액종증’이라는 희귀한 질환인데 이것은 암세포가 아닌 점액질을 만드는 세포들이 복강 안에 흩뿌려져서 배안에 점액질이 가득 차게 만드는 병이다. 점차 점액질이 증가하면서 장을 막아서 식사가 불가능해지고 복통을 유발하며 사망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예전부터 다양한 항암제와 여러 치료를 시도했었으나 뚜렷한 효과가 없던 이 질환은 근래에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었다. 혈관이나 림프절로 퍼진 것이 아니니 눈에 보이는 퍼져있는 조직을 다 제거하는 쪽으로 생각을 하였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제거한 뒤 복강 안에 직접적으로 항암치료를 시행해 보았다. 그 결과 20년간 생존확률이 0%에서 70%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로 복막 전이암에 대한 치료도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었다.

복막암 양상으로 진행되는 암은 복강 내 장기에서 시작된 암이다. 대표적으로 난소암, 대장암, 위암 등이 있다. 대장암의 경우 복강 내 퍼져있는 경우에 수술적 치료는 의미 없다고 생각되며 처음 발생된 부위의 암만 제거하는 경우엔 생존기간에 큰 영향을 보이지 않아서 전신항암요법을 시작한다.

하지만 복막에 전이된 대장암의 경우엔 간에 전이된 암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항암제가 잘 흡수되지 않아 치료효과가 적었다. 그러나 암조직을 최대한 제거한 뒤에 복강 내 항암요법을 시행한 경우 의미 있는 생존기간 연장을 보였고, 특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제거한 경우엔 말기암으로 판정받았음에도 약 3년간의 생존기간을 보였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완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장기간 생존하는 환자들도 생겨났다.

복막에 자리 잡은 암세포는 일반적인 항암주사가 도달하지 못한다. 전신항암요법을 시행해도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일부 연구에서는 부작용만 나타난다는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복강에 직접 항암제를 투여하는 경우에 부작용은 적고 약이 암세포에 직접 흡수돼 더 큰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약 42도의 높은 온도에 취약해서 고온의 항암제를 복강 내에서 순환시키는 치료를 같이 할 경우 우수한 치료효과를 나타냈다. 

현재까지 복막에 전이된 암은 말기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사실 완치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복막에만 퍼져있고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명확하지 않은 일부의 암에서는 적극적인 수술적 제거와 적절한 복강 내에 항암제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늘리고 더 나아가 완치가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복막 전이가 있다고 무조건 포기하기 보다는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판단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 볼만하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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