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맨위로

“월10만원 골방서 홀로 맞아야 하는 한겨울”

전기장판 하나로 버텨, 몸이 좀 나아져야 일을 할 텐데…희망2016-박근우(가명·62·봉명동)

등록일 2016년12월1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희망2016-박근우(가명·62·봉명동) “얼마 전까지 노숙하다가 ‘겨울은 그래도 나야 되지 않겠냐’며 아는 분이 소개해 주셔서 방 하나를 겨우 얻었어요. 선불로 월세 10만원입니다. 잠만 자는 방인데 지금은 거기서 살고 있어요. 난방은 못하죠. 전기장판 하나로 버텨요. 몸이 좀 나아져야 일을 할 텐데…. 얼른 몸을 추슬러 배달일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주의 어느 쌀쌀한 날, 봉명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박근우(가명)씨를 만났다. 맞춤형복지팀을 통해 어려운 형편의 대상자를 소개받은 건데 주거와 의료 등 여러 면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초췌해 보이는 박씨는 물어보니 몸무게가 52㎏에 불과하다고 한다. 

올해 3월 말 뇌경색으로 쓰러졌을 때는 48㎏였는데 그나마 조금 살이 붙었다고. 박씨는 이전부터 앓았던 결핵에 뇌경색 후유증, 게다가 시력의 손상으로 노동은 커녕 일상생활도 편치 않은 상황이다.

기초생활 수급비를 받기 시작한 것은 5개월 전. 하지만 열악한 주거와 불편한 생활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
 

30년 외길, 무너지는 건 한 순간

“고향은 광천이에요. 네 홍성 광천. 젓갈로 유명하죠. 아버지는 구멍난 솥 같은 것을 땜질하고 이것저것 고치시는 분이셨는데 번듯한 일자리는 갖지 못하셨어요. 제 밑에는 여동생 둘이 있는데 어머니는 제가 7살 때, 막내 여동생이 갓돌이 지났을 무렵 가출하셨죠. 집안이 극히 어렵다 보니 학교도 제대로 다니기 힘들었어요. 형제들 모두 초등학교 밖에 다니지 못했답니다.”

박씨는 권해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차근차근 그동안의 힘든 삶을 전하기 시작했다.

어렵게 생활하다보니 일찌감치 일을 시작했다는 박씨. 10대 초중반부터 20대까지는 농사짓는 집들을 찾아 품팔이하며 가계를 도왔다. 20대가 되어서는 자전거로 양조장에서 배달일을 했다. 한 번에 통막걸리를 8말까지 싣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안되겠다 싶어 새로운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바로 아래 여동생이 시집 가 살고 있는 천안에 자리를 잡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피붙이가 있는 곳이니 정을 붙여보자 싶었죠. 쪽방을 하나 얻어 일거리들을 찾아다니며 계속 막노동을 했어요. 그러다 보도블럭 경계석을 쌓는 일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30년 가까이 그 일을 쭈욱하게 됐답니다.”

봉정로, 쌍용동, 두정동 택지개발지구 등 천안 웬만한 곳은 자기 손이 안 간 곳이 없다는 박씨. 수원 지하철 보도블럭 등 천안을 벗어나서도 작업 영역을 키워갔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계속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작업반장’ 같은 위치에도 올라 사람들을 모으고 관리하는 일까지 하게 됐다고. 하지만 긴 세월 쌓아온 공에 비하면 그의 입지는 너무나 쉽게 무너지고 만다.

“4년 전 쯤이었나봐요. 충남 서산 쪽에 한 아파트 단지의 경계석과 보도블럭 공사를 맡은 적이 있었어요. 약 1억5000만원 짜리 일이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수지를 못 맞춰서 손해를 크게 봤어요. 그때 인력관리 때문에 캐피탈로 차도 구매했다가 빚도 늘어나고 전체적으로 휘청하게 됐죠. 결정적으로 건강도 급격히 나빠져 무너지다시피 했답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다는데’

경제상황과 함께 몸이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멘탈까지 흔들리는 위기가 찾아왔다. 6~7년간 살던 월세방에서 나와야 했던 것도 바로 그때 쯤이다.

이후 간헐적으로 막노동을 하면서 여관생활도 하고 찜질방에서도 자고, 아는 사람의 신세를 지기도 하다가 노숙까지 하는 형편에 미치고 만다.

그러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이 지난 3월 말. 다리, 손, 얼굴까지지 몸 왼쪽에 온통 마비가 와서 불구가 되나 싶었지만 다행히 그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때 병원에서 결핵 판정을 받게 된다.

“병원에서 이것저것 검사받다보니 결핵이라더군요. 이후 바로 격리돼 2주간 치료받고 일반병실 진료까지 약 두 달간을 입원했죠. 그 뒤에도 천안의료원에서 한 달, 국립마산결핵병원서도 한 달을 치료받았어요. 지금도 월 1회는 피검사를 받고 검진을 해야 해요. 눈도 초점이 잡히지 않아 영 불편합니다. 사실 눈이 더 걱정이에요.”

중앙시장 앞에서 1000원짜리 밥도 사먹고, 무료급식도 찾아가고, 집에서 가끔 라면도 끓여먹곤 하지만 그래야 하루 한 끼가 보통이라는 박씨는 최소한의 몸 상태라도 만들어야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함이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지난 6월부터 기초생활 수급비를 받고 있지만 방값에 전기세 등을 내고 나면 한 달 받는 40여 만원의 수급비는 들어오기가 바쁘게 빠져나가기 일쑤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지는 날씨.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다던데 박씨는 어떻게 이 겨울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라이프 우리동네 향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