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동남서 김한상 경위.
상습 지체되는 퇴근길, 탈북민 신변보호 업무를 하는 나는 승용차 창밖으로 낯익은 탈북민이 다른 여성과 서로 삿대질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탈북민은 탈북해 한국에 온 지 1년이 채 안 된 중년 여성으로 평소 성실하게 정착해 오던 사람이었다.
골목길에 주차해 놓고 다투고 있던 그들에게 다가가 사연을 들어보니 인도에 떨어진 은행나무 가로수 열매를 줍던 탈북민을 그 앞 상가 주인 여성이 말리던 과정에서 다툼이 생긴 것이었다.
길에 떨어져 버려진 은행을 왜 못 가져가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탈북민과 떨어진 은행이라도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것이니 그렇게 많이 가져가면 안 된다는 주민과의 다툼이었다.
상대 여성에게 이분은 새로 정착한 탈북민이라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말하자 그 여성은 혼잣말로 “뭐하러 한국에 와서 세금이나 축내고 있냐”며 말끝을 흐리며 돌아섰다.
떨어져 버려진 듯한 은행이 주인이 있을 리 없다는 탈북민에게 지자체 소유인 것을 재차 설명하자 그 탈북민은 검정 비닐봉지에 모아 넣은 은행을 땅에 쏟으며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싫다는 탈북민을 애써 달래며 집으로 데려다 주는 차안에서 왜 울었냐고 묻자 “한국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창피해서 울었다”는 것이다.
‘문화의 차이’, 우리 모두 함께 극복해 나아가야 할 사회적 문제다.
새로 정착하는 탈북민들에게는 문화의 차이, 편견과 경계심, 자유경쟁체제 그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기만 하다.
탈북민 3만명 시대, 서로 다른 사회환경에서 살아온 남과 북의 사회적 차이점을 이곳 자유 대한민국에서 잘 다듬어 나아가는 것이 곧 통일의 시작인 것이다.
탈북민들과의 화합은 인간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평화적 통일한국을 그려가는 그 첫 걸음이며 필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