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대 천안캠퍼스에 걸린 플래카드
“학생들의 기본 권리를 무시하는 학교가 학과를 마음대로 없애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호서대학교(총장 정근모)가 철학과의 지원이 극히 저조해 지자 학생참여 없이 폐과를 결정, 학생들의 민주적 참여권을 침해하고 기초학문조차 말살하려한다며 교수들과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철학과의 폐과 결정이전 호서대학교는 호서대 인문학부를 천안캠퍼스로 이전한다는 계획도 학생들의 참여없이 진행해 학생들에게 크게 반발을 샀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초학문인 철학과를 폐과 결정했음에도 해당 학생들이 입소문으로만 이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학과 학생들은 “기초학문을 폐과하는 것”은 기초정신을 말살하는 처사라며 대학본관을 점거하고 지난 9일(수) 오후 1시 호서대학교 대학광장에서 기초학과 존립을 유지하기 위한 시위와 토론회를 열었다.
호서대학교에 따르면 학부제 실시 이후 인문학부(철학·국문·영문·중문과)에서 1학년을 마친뒤 전공 결정시 철학과 정원 30명 모집 중 지원 학생이 99년과 작년 각각 2명에 불과했고 올해는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어 폐과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이 비인기학과 대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아예 한 과를 없애기로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다른 대학으로까지 확산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대학측은 그간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강제 배정해 왔으나 등록률이 매년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전공선택권을 빼앗긴 학생들의 불만이 커 지난달 교수회의에서 철학과의 폐과를 전격 결정했다고 밝혔다.
학생측은 한 과의 존립을 학생들의 의견개진 없이 진행했다는 것도 문제로 꼽고 있다.
철학과 학생회는 “철학과가 없어지는 것을 소문을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철학과는 학부제 개선위원회(가칭) 등 유사 협의체를 만들어 토론하고 적용단계와 대안을 먼저 생각한 후에 결정했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참여와 기초학문에 대한 배려가 먼저 결정됐어야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학측에서는 현재 2학년생이 졸업할 때까지 전공교수 5명의 신분을 유지해주고 이후 유사 학과로 소속을 바꿔줄 것을 약속했으나 교수들이 자신의 전공과 다른 학과로는 갈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또 철학과 학생회도 “장사가 안 되는 학과는 없어져야 되느냐”고 분개하고 “학생이 주인이 되고, 기초학문이 살아있는 학교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증설에만 혈안이 되어 기본 정신을 말살하려 한다”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기초학문 분야는 대학원 중심 대학들이 주도해야 한다”며 “폐과 결정은 대학의 경쟁력 확보와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학교측은 소속 학생과 교수들의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철학과 학생회는 기초학문의 존립을 위해서 수시모집과 특별전형 등에 철학과를 포함시키고 인문학부에 들 수 있는 신학과 같은 유사학과도 편입해 철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학부제 및 학교부분이전 문제 등 수요자인 학생들이 참여해 학교가 학생이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민주적 절차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