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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천 이주가정들, “법으로만 몰지 마”

등록일 2002년12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내년 6월 우기전까지 공사를 끝마쳐야 하는 시 입장에 1월 말까지 이주해야 하는 원성천 16가구 주민들의 근심이 크다. “차라리 수해가 나요. 한해 두 번의 재난이라니, 게다가 이번 건 엄동설한에 맞는 거라 대책조차 세울 수 없습니다.” 원성천 수해복구 개량공사에 따른 편입토지 및 지장물에 대한 감정평가가 19일(목) ‘형편없이(?)’ 나오자 이주가정들의 근심이 크다. 이곳에서 40여년간 살아온 이들은 대부분 빠듯한 생활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나마 한푼 두푼 가정살림을 장만했던 이들에게 지난 여름의 원성천 범람은 지독히도 상처가 컸다. 법적 보상가가 낮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보상가는 제대로 나왔으나 자신들이 기대에는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오는 ‘실망’이 큰 것이다. “6천만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고작 3천5백90만원이 나왔어요. 이번 수해로 집을 고치느라 2천만원을 대출받아 겨우 고쳤는데 갑자기 떠나라며 나온 보상비가 3천6백이라니….” 네식구가 전부인 진권(75)씨네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아들(진수경?31)이 있어 곧 며느리가 들어올 참이다. 없는 형편에 며느리도 생각해 큰 맘 먹고 고쳤는데 이 지경에 처했다. 형편은 유상근(66)씨네도 마찬가지. 다섯식구에 유씨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50만∼60만원으로 그마저도 불규칙하다. 둘째네가 함께 살고 있으나 신체장애가 있는 등 1백만원의 월급쟁이로는 이들 생활비마저 겨우 감당해야 할 처지. “우리도 지난해 2천만원을 들여 고쳤는데 (이번에) 나온 돈은 3천6백만원이 다예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살라고….” 원성천 정비공사로 떠나야 할 이주민들은 총 16가구. 그중 형편이 좀 낮다고 하는 가정이 이 정도니 ‘열악’한 형편이야 다른 가정은 더할 터였다. 안승천(72)씨는 1년 전부터 중풍에 시달리고 있다. 아들 안대근(31)씨가 돈벌이도 못하며 봉양하고 있는 형편에서 이번 보상가는 2천2백만원. 위로 누님 둘이 있으나 제 살기에도 바쁜 상태고 보면 2천만원 넘는 빚에 안씨는 “어떻게 갚아야 할 지 막막하다”고 푸념이다. “실제적으로 문제는 ‘돈’입니다. 돈만 있으면 당장 어딜 못 가겠습니까. 우리에게 아쉬운 건 두 가지입니다. 40여년간 이 터전에서 어렵게 살아온 우리에게 법적 보상가 외에 배려할 수 있는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시가 하천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를 ‘내다 버려야 할 방해물’로만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유응열(32)씨는 며칠 전 시에 전화해서야 ‘내년 1월 말까지’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안 좋은 감정을 드러냈다. 엄동설한에 한 달 남짓한 이주기간 통보는 행정편의상 발상일 뿐, 조금도 주민생각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섭섭함이 묻어있다. “연 40여만원씩 하천세도 꼬박고박 내고 있는 일반 주민이에요. 현재 있는 빚도 갚아나가기 힘든데 이제 전세라도 얻으려면 또다시 빚을 져야 할 형편이죠.” 시 건설행정과 서강석씨는 “주민들의 어려운 실정에 일을 추진하는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주 정착금 등 생활보상권을 다각도로 검토, 법적 한도에서 최대한 배려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허름한 집이라도 40여년간 ‘내 집이다’하고 살아온 이들에게 지난 여름수해와 이번에 맞을 겨울재난은 대책도 없이 고달프기만 하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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