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3 선거시 성무용 현 시장이 내놓은 공약사항은 총 1백11개. 이후 천안시는 공약사항 실천계획보고회(9월27일), 실천계획 수립을 위한 소관업무 담당회의(10월2일?29일)를 거쳐 일부 공약사항에 대해 일괄 재정비했다.
시행정을 완벽히 익힌 후보자가 아닌 이상 내건 공약중 일부 조정이 불가피하다. 주민과 약속이라 해서 무리하게 추진, 맹목적 신뢰를 얻기보다는 정확한 재검토를 통해 이행할 것과 조정할 것을 구분, 과감히 주민 앞에 재심판을 받는 것이 현명한 시장의 용기다. 그러나 이에앞서 시장 후보의 자질을 갖추려면 공약으로 내놓기까지 좀 더 정확한 사전연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장 후보라면 적어도 자신이 내건 공약에 관해서는 수년간 지역을 익히며 각종 문제점을 검토?연구했어야 함에도 선거기간에 다가와 각종 흘러 다니는 정보를 취합해 만든 정도의 공약이라면 부실공약일 뿐이며, 이런 이유로 ‘당선용 공약’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무용 시장의 1백11개 공약과 시 검토를 통해 만들어진 1백11개 공약은 숫자상으로는 대부분 수용돼 있으나 시의 재검토 후 몇몇 중요공약이 빠져 ‘알맹이 없는 밤톨’처럼 보이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부실공약, 안에선 빼고 밖에선 시치미
시는 여건상 ‘실현 불가능’하거나 ‘사업효과가 불투명’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사실상 배제했으나 행정신뢰 확보를 위해 가급적 공약사업으로 책정,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업성격이 유사하거나 2개 이상 사업을 1개 사업으로 조정하고 사업명칭 또한 현실성 있게 조정했으며, 새로운 공약도 선정해 1백11개 공약을 제시했다. 시 관계자는 “검토후 조정된 건수는 80여건이었으나 당초 공약건수를 맞췄다”고.
예로 재래시장 재개발과 주차장 설치건은 ‘재래시장 활성화’로 통합 추진키로 고쳤다. 내부적으로는 활성화의 포괄적 의미에 재개발과 주차장 설치건도 포함될 수는 있으나 반면 이들 공약사항이 빠져도 활성화 추진은 가능한 것. 이로 볼 때 이같은 통합추진은 같은 공약이면서도 전혀 다른 공약이 될 수도 있는 사항이다.
원예 및 포도 관광단지 조성도 이런 맥락에서 ‘북부원예권 관광농업단지 조성’과는 다른 개념의 공약일 수 있어 보인다.
시는 1개 공약만을 여건상 실현불가능한 사업으로 간주했다. ‘지방도 623?693호선의 국가지원도로 승격’이 그것인데 “국가지원도로는 도와 도간 중요지점을 연결하는 기능이 있어야 지정이 가능하나 아산?천안시 구간에 걸쳐 있어 국가지원도로 승격 대상이 아니다”는 게 해명. 그러나 이를 통해서도 일부 공약사항이 얼마나 부실한 가를 알 수 있다. 공약사항으로 가능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연구 검토 없이도 담당부서에 ‘한 통의 전화’상으로도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또 시가 현실성 있게 사업명칭을 조정했다는 공약이 소방도로 편입토지 보상의 현실화를 도시계획(소방)도로 개설계획으로 한 것이다. 보상현실화와 개설계획은 도시계획도로라는 범주는 같을 지 몰라도 이질적인 공약사항임에도 사업명칭 조정건으로 내놓은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이외 유량로 개설, 삼거리공원 확장 등 14개 새로운 과제선정은 당선전 성 시장이 내놓은 1백11개 공약으로 포함하기 보다는 당선 후 시책추진의 별개 공약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게 옳다는 분석이다.
시는 이들 1백11개 사업에 소요사업비를 2조3천91억원으로 잡고 임기안에 88건(79.3%) 1조2천2백63억원, 그리고 이후 계속사업으로 23건(20.7%) 1조8백28억원으로 추산했다.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은 90건, 비예산사업은 21건이며 전체예산중 1조1천7백61억원이 시비로 충당될 예정이다.
일부 공약,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프로축구단?프로야구단 유치’ 공약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또한 집단 축산단지 조성, 시립화장장 건립, 청내 여성 전문부서(과) 신설, 북부지역 상수도에 한강수 자원 확보?공급, 근로청소년 위한 복지회관 건립 등등 10여개 이상의 공약사항도 이렇다 할 해명없이 없어졌다.
시는 내부 검토를 통해 지난 11월22일 ‘민선3기 시민과의 약속 실천계획 확정’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자료에는 성 시장의 1백11개 공약사항에 대한 검토 조정내용이 비교적 상세하게 제시돼 있었다. 실현 불가능한 사업이나 사업효과가 불투명한 이유로 배제시켰다는 사업도 있었다. 하지만 위의 10여개 공약은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프로축구?야구단 유치공약은 시민들의 관심이 꽤 높은 편이다. 자료상에서 찾을 수 없어 담당부서에 문의했더니 시 담당부서는 “사업 실현성이 희박해 추진사업에서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자료를 재검토해 본 결과 ‘축구전용구장 건립추진’이 성 시장이 당초 내걸었던 ‘프로축구단?프로야구단 유치 및 축구?야구 전용경기장 건립’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전문축산경영인 육성 및 집단 축산단지 조성’도 ‘전문축산경영인 육성’으로 대체됐으며 북부지역 상수도에 한강수 자원을 확보 공급한다는 공약은 아예 사라졌다. 수도사업소 관계자는 “한강수 자원 확보를 통한 공급은 국가시책으로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며 “대신 북부 용수공급 확대로 대체했다”고 전했다.
시행정의 잘못된 시책을 질타하며 ‘소방도로 개설의 현실 보상화’를 공약사항으로 내걸었던 성 시장은 당선 후 오히려 시의 보상화 현실 불가능성의 주장을 대변하고 나섰다. 공약이 정반대의 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다. 서면공약으로 약속한 건 아니지만 봉서산 서부도로 개설관련 민원 재검토도 어쩌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바뀌어서 죄송”, 시장 해명이라도?
성 시장은 경제시장과 함께 누차 ‘열린 시정’의 의지를 내비쳤다. 그리고 말뿐만이 아니라 당선 이후 여러 부문에서 변화를 추구하며 실천에 옮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홍보 강화’에 중점을 두는 것은 내부에서 머무는 시책을 시민 모두에게 알리고 시 발전을 함께 도모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 시장이 내건 공약은 몇 차례에 걸친 내부 검토를 통해 걸러지고 조정돼 언론에 정비된 공약을 보도자료로 내놓았다.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라는 의도로 열린 시정의 한 행태로 보여진다.
하지만 ‘은근슬쩍’ 빠지거나 뒤바뀌어 있는 공약사항은 성 시장이 모토로 내세운 열린 시정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공약은 정확히 시민앞에 공개하고 책임있는 사과가 뒤따라야 주민불신을 최소화하는, 현명한 처신이라는 시각이다. 공약을 내걸어 당선되고, 이행여부에 대해서는 담당부서가 처리하는 애매모호한 방식은 결코 열린 시정, 열린 시장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차기 시장의 꿈을 가진 사람들도 연구 노력을 통해 값지게 얻은 ‘공약물’이 아니면 함부로 내뱉아 ‘당선용 공약물’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염두해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약을 잘못 내놓아 수백?수천억원이 낭비된 사례는 얼마든지 있으며, 공약해놓고도 이행치 않아 발생하는 주민불신 또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피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