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의회 여운영 의원은 1일 오후 1시30분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며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 선언했다.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과 온양온천역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을 보면서 ‘나의 촛불은 왜 저 자리에 없을까?’ 반성과 ‘불의에 항거하지 못하는 비겁자’ 라는 자책 속에 괴로운 마음을 달랠 수가 없었다.”
충남 아산시의회 여운영(47) 의원이 1일(목) 오후 1시30분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 선언하며 한 말이다.
여운영 의원은 “설마설마 했던 박근혜-최순실을 비롯한 그 주변 인물들의 각종 게이트와 공모 정황이 하루가 멀다하고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새누리당에 몸담고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서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며 “죄인 같은 참담한 심정으로 준엄한 시민의 뜻에 따라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여 의원은 이어 “불량정권을 탄생시켜 국가를 혼란스럽게 만든 사람들 중에 저도 포함됐다는 생각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라며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의 판단이 옳고, 그 촛불을 함께 들고 싶다”고 고백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한때 민주화운동에 가담했던 자신의 대학시절을 돌아보게 됐다는 반성도 곁들였다.
여 의원은 “대학시절에는 노동자·농민 재야단체 등과 연대해서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진 군사정권에 항거하며 싸웠었다”며 “그 열정은 다 어디가고, 뒷골목에 숨어서 말 한마디 못한 채 현 사태를 지켜보기만 하는 제 자신이 너무 미웠고,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위해 목숨까지 바쳐야 했던 선배님들의 희생에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여 의원은 “전국에 불타오르는 촛불행렬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고 정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촛불혁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고 싶었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었고, 비겁하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여 의원의 탈당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배신자’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반대로 응원해주는 목소리도 들린다. 여운영 의원을 지지하는 몇몇 일반당원들은 동반탈당을 하며 여운영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한편 이번 여운영 의원의 탈당을 지켜보며 지역정가에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나온다. 지역밀착형 생활정치를 하는 기초의원들을 정당공천제도의 틀에 묶어놓은 것 자체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나 의정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진로를 묻는 질문에 여운영 의원은 “우선 의정활동에 전념할 생각”이라며 “당장 아산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에 앞서 본회의장 의석에 앉아있는 여운영 의원.
여운영 의원은 누구?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대학시절 배웠던 법학도로서의 전공지식을 살려 아산시만의 특성을 살린 지역형 생활정치를 실현하겠다며 일찍부터 지역정가에 투신했다.
여운영 의원은 2006년 제5대 아산시의회 최연소인 33세로 당선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는 충청을 기반으로 했던 국민중심당 공천으로 당선됐다. 그러다 지역정가와 지인들의 권유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2010년 제6대 아산시의회 재선의원이 됐다.
그러나 2014년 제7대 아산시의회 의원선거에서는 선거구 변경과 공천순번 후순위 등의 이유로 낙선했다. 그러다 올해 4월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진행된 제7대 아산시의원 나선거구(온양 1·2·3·4동) 재선거를 통해 다시 등원하며 3선의원이 됐다.
여 의원은 초선에 도전할 때 온양4·5동에서, 재선 때는 온양5·6동·송악에서 당선됐다. 선거구가 모두 다른 지역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생활정치인이면서 지방행정전문가로 평가받던 여 의원의 컴퓨터 파일에는 늘 아산시가 닮고 싶은 국내외 도시들과 각종 민원현장 사진들로 가득차 있다. 시의원의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입법 활동도 활발했다. 법대를 졸업한 그는 전공지식을 살려 수많은 조례를 발의했다.
그 중에서도 ‘우수농산물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으로 학생들에게 우수한 농산물을 이용한 무상급식의 근거를 마련했다.
또 ‘자전거이용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아산시가 10대 자전거 거점도시가 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특히 전국에서 최초로 ‘지역아동센터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학습과 보육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온양1, 2, 3, 4, 5, 6동으로 숫자만 나열한 획일적이고 개성없는 동명칭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려고 했다.
여 의원은 역사와 지역 특성에 걸맞는 고유한 마을 이름을 되찾아 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으나 현실성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그러나 향토사적으로는 매우 의미 있었던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나 홀로 선거운동’을 기획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운동과 유사한 내용이었지만 원조를 따진다면 여 의원이 먼저였다. 그러나 당시 박원순 시장은 당선, 여운영 의원은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