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비리와 불법은 이미 너무 익숙해져 있어 웬만한 내용이 아니면 충격적이지도 않다. 두 사람 이상 모인 장소에서는 대통령과 그 주변사람들의 새로운 의혹이나 범죄사실에 대한 정보가 대화의 주된 소재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성향을 떠나 남녀노소 누구에게서나 쉽게 발견된다. 지난 26일은 전국적으로 190만명이 촛불을 들었다고 한다. 이날 현상을 일컬어 기미년 3·1 독립만세운동 이래 가장 역사적인 민중봉기라고 말하는 언론도 눈에 띈다. 각종 비리로 얼룩진 대통령을 비호하며 ‘촛불은 바람에 꺼진다’던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망언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온 국민은 국민적 분노를 꺼지지 않는 촛불로 보여줬다.
촛불민심은 천안과 아산의 집회에서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김진태 의원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한 한 시민은 “촛불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 박근혜 구속하라”는 현수막을 온양온천역 광장으로 들고 나와 그의 가족들과 함께 펼쳐 들었다.
그는 “현 상황에서 가장 큰 애국은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라며 “ 국가의 미래를 사적인 감정으로 엿 바꿔 먹는 대통령은 필요없다”며 흥분했다. 또 다른 시민은 “대통령이 스스로 책임지고 내려오지 않는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강제로라도 끌어내려야 역사에 오점을 덜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단에 오른 한 초등학생은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친구 최순실은 나란히 손잡고 교도소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어린이는 “국민의 요구에 답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은 사랑을 고백한 남자친구의 답변을 기다리는 마음보다 더 답답하다”고 말해 광장의 시민들이 폭소했다.
한 대학생은 “반칙과 특권이 판치는 세상에서 청년들은 더욱 실망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이 불공정한 세상을 뜯어 고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그들에게 부역한 모든 정치인과 공직자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절규했다.
한 주부는 “아이 엄마로서 더 이상 부정부패가 만연한 이 세상에 아이들을 맡겨 둘 수 없다”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러 나왔다”고 말했다.
천안 야우리광장, 아산 온양온천역에는 불의에 맞서는 정의의 목소리가 연일 울려 퍼지고 있다. 이번 주말 꽉 막혀 답답한 현 시국을 민중의 힘으로 풀어 나가는 그 현장에 나가서 함께 소리치며 역사의 산 증인이 되는 것은 어떨까. 광장에서 소리치는 우리 이웃의 목소리도 어느새 보다 멋지고 세련된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