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갑질 논란의 시작은 지난 21일 오전 11시, 도교육청 교육행정국 소관 행정 사무감사장에서 시작됐다.
충남도의회가 충남도교육청 특정 직원의 비리 연루 의혹을 제기한 후 해당 직원(장학관)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장기승, 아래 교육위원회)는 행정 사무감사를 전면 거부했다. 이어 교육위원회는 김지철 도교육감의 사과와 A장학관의 문책을 압박하고 있다. 도교육청 A장학관이 도교육위원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반면, 도 교육청은 도의원의 명예훼손성 발언에 대한 직원 개인의 항변에 도의회가 과잉대응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21일 오전 11시경 도교육청 교육행정국 소관 행정 사무감사장이다. 이 자리에서 김용필 의원(무소속, 예산1)은 의사 발언 도중 '스쿨넷 비리 의혹'과 관련 도교육청 A장학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연루설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A장학관에 대해 “충남교육청 스쿨넷 사업 TF팀 소속으로 활동을 주도하며 스쿨넷 업무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며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업체 관계자들이 교육청을 갈 때마다 A장학관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며 비리 연루 의혹을 기정사실로 했다.
A장학관 실명 거론하며 “업체 관계자들이 수시 접촉” 비리 연루 의혹 제기
스쿨넷 사업은 학교에 인터넷과 나이스(NEIS)를 제공하는 사업(사업비 약 185억 원)이다. 지난 6월, 스쿨넷 사업을 놓고 충남교육청 전산직 공무원들과 특정 업체 사업자가 공모해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의혹이 제기,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김 의원이 이 사업과 관련해 공식석상에서 A장학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리 연루 의혹을 확산시킨 것이다.
비위행위 당사자로 지목된 A장학관은 이날 오후 4시 10분경 김 의원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또 “개인에게 주어진 권리행사를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해당 문자메시지 전문이다.
“먼저 활발하고 폭넓은 의원님의 의정활동에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 오전 의원님께서 제 실명까지 수차례 거명하시면서 제기하신 지적사항과 관련하여, 의원님께서도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말씀하셨겠지만, 오해를 받는 제 입장에서는 억울한 점이 많습니다.
향후 오늘 행감 의사록을 확인하여 의원님의 말씀 내용을 검토한 후 국민으로서 개인 OOO(A장학관 본인 이름)에게 주어진 권리행사를 심각하게 고민하겠습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그냥 넘어가고 싶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판단하에 이런 말씀 드려서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늘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김 의원은 이 문자 내용을 곧바로 의원들에게 공개하고 “(나에게) 겁박성 문자를 보내 의회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장기승 위원장(새누리, 아산3)과 소속 의원들은 문자 내용을 이유로 김 교육감의 공개 사과와 A장학관에 대한 인사 조처를 요구하며 행정 사무감사를 중단을 선언했다.
“억울한 점 많다. 개인 권리행사 고민하겠다”가 협박+의회무시?
문자메시지를 보낸 A장학관은 “김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으로 수용할 수 없어 항변 글을 보낸 것”이라며 “제 실명을 거론하며 비리 연루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최대한 공손하게 호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A장학관이 해당 도의원에게 개인 의견을 밝힌 것이어서 도교육감 사과 대상이 아니다”는 의견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도의회가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되레 도의회가 A장학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도의원이 의혹을 제기할 수 있지만 공식 석상에서 근거 없는 ‘설’을 근거로 특정 직원의 실명까지 거론한 것은 지나치고 심각한 명예훼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해당 직원의 글은 ‘협박성 발언’으로 보기 어렵고 정당한 자의적 조처로 보인다”며 “이를 ‘협박 문자’라며 문책을 요구한 것이야말로 도의회의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충남의 한 교육시민단체 관계자도 “해당 직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면 근거를 갖고 비위 혐의를 입증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해당 도의원이나 도의회가 사과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리 연루 직원으로 지목해 공포한 후 ‘억울하다’는 항변에 ‘의회 무시’로 몰아붙이며 의원들의 고유 업무인 행정 사무감사까지 거부한 것은 개인에 대한 의회 폭력이자 도민에 대한 무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