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수) 충남도청 브리핑실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충남지역 정당노동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즉각 중단과 박근혜 정권의 퇴진 등을 주장했다.
오는 11월28일(월) 교육부가 공개할 예정인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지난 9일(수) 오전11시 충남도청 기자실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충남지역 정당노동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역사왜곡과 친일미화를 위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 역사왜곡을 추진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은 즉각 퇴진할 것 등을 주장했다.
충남, 충북, 세종지역의 교육감도 지난 9일(수) 공동성명을 통해 오는 28일(월) 공개를 앞둔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교육부에 요구했다.
1년 전 박근혜 정부는 각계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역사교과서 국정제를 확정고시하면서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집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새 국정 역사교과서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친일·독재미화를 의심 받아왔다.
‘최순실 교과서’ 의심받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시민단체들, ‘야당도 국정교과서 폐지 법제화 서둘러야’
더구나 최근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주요 인물인 차은택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주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최순실 교과서’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1월 국무회에서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올 4월 청와대 출입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에서는 “그 나라의 역사는 한 인간으로 말하면 혼이고, 그 나라의 국토는 한 인간으로 말하면 신체다”라고 비유했다.
지난 9일 충남도청 브리핑실 기자회견에 나선 민족문제연구소 최종진 충남지부장은 “대통령의 입에서 무속신앙에서나 쓰는 단어들이 나오고, 그녀의 역사인식에 대한 우려와 의구심도 그만큼 컸었는데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이 밝혀지면서 비로소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최 지부장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본격 추진됐던 지난해 하반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했던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최순실 씨의 최측근 차은택 씨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결국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는 ‘최순실 교과서’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게 된 상황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교과서?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사 국정교과서가 박정희 ‘탄생’ 100주년에 맞추어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쓰이도록 억지로 밀어붙인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발행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원래 작년에 확정된 2015 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는 2018년부터 쓰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국정교과서 발행 중단만이 많은 사람이 ‘최순실 교과서’라고 믿는 국정 교과서를 밀어붙였을 때 예상되는 일대혼란을 막는 가장 간단하고도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국정 교과서 발행 작업을 중단해도 2017년에는 기존의 검정 교과서를 쓰면 되기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혼란이 일어날 일도 없다. 수정 고시 후에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에 어떤 교과서 발행제도가 가장 바람직한지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극적인 야당의 태도도 함께 비판했다. 여소야대가 된 4·13 총선 이후 야당이 발의한 국정교과서 폐지 법안은 매우 현실적인 대안인데 법안만 발의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적극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해 역사교과서 ‘조건부 찬성’ 입장을 냈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수용 불가 입장을 표명하는 등 국정교과서 반대 목소리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총은 지난 13일 대의원회 결의문을 통해 “대한민국의 뿌리가 1919년 3월1일 독립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있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며 “역사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 건국절 제정 등 교육현장 여론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제작될 경우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충남 김지철·충북 김병우·세종 최교진 교육감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요구합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 김병우 충북교육감,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지난 9일(수) 공동성명을 통해 오는 28일(월) 공개를 앞둔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교육부에 요구했다.
교육감들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상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고 밝히고, ‘넓고 긴 안목과 바른 사관으로 엄정하고 올곧게 추진돼야 할 역사교과서 편찬 사업조차 국정농단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복면집필, 깜깜이 집필이라는 비판도 모자라, 이제 ‘최순실 교과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교과서’라 부르기도 참담한 지경‘이라며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당장 중단하고 수정 고시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참담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 국정화 역사교과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불통 행정”이라며 “시간적으로 촉박한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막아내기 위해 성명서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희>
좌부터 김지철, 김병우, 최교진 교육감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성명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당장 중단하고 수정 고시하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신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을 다시 새겨 본다. 사상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온 국민이 참담함을 넘어 분노로 들끓고 있다. 공적인 국가 권력을 사익의 도구로 전락시킨 자들로 인해 민주주의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고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왜 그렇게 고집했는지 의문의 실마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넓고 긴 안목과 바른 사관으로 엄정하고 올곧게 추진돼야 할 역사교과서 편찬 사업조차 국정농단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펴보며 미래로 나아가는 엄중한 일이다. 전제군주 시대에도 역사기록은 임금이 함부로 간섭하지 못했다. 역사교과서는 특정 정권의 입맛에 따라 만들어지는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복면집필·깜깜이 집필이라는 비판도 모자라, 이제 ‘최순실 교과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교과서’라 부르기도 참담한 지경이다. 조롱거리로 전락한 역사교과서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 이미 타당한 근거와 명분, 추진 동력을 상실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폐기돼야 마땅하다.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그것이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당장 중단하고 수정 고시하라!
2016년 11월 9일
충청남도 교육감 김지철
충청북도 교육감 김병우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최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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