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온 말이니, 웬만한 사람들은 독서와 가을을 등호로 나타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책읽기는 계절이 따로 없다. 겨울은 추위를 피해 뜨듯한 방에서 읽기 편하고, 봄은 만물이 다시 시작되는 시기라서 독서를 통해 마음자세를 준비할 수 있어 좋다. 뜨거운 뙤약볕의 여름이라 해서 책읽기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조선 후기 화가 이명기의 ‘송하독서도’나 김희겸의 ‘산가독서도’에는 책을 읽으며 여름날을 보내는 선비의 피서법을 소개해놓고 있다.
날씨가 좋은 가을은 어쩌면 ‘독서하기 싫은 계절’일지도 모른다. 궁상맞게 집이나 실내에 있기보단 단풍 든 산행도 하고 갤러리도 찾아다니며 야외활동하기 딱 좋기 때문이다. 실제 도서 매출실적이 가장 저조한 때는 가을이라는 통계도 있다. 항간에는 출판업계가 마케팅 차원에서 가을이 독서하기 좋은 계절임을 알렸다고 한다.
이유야 어쨌든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것은 필수 요건이다. 모든 지식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지혜가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식과 지혜라는 것이 다양한 방법으로 습득될 수 있다 하지만 ‘책’처럼 월등한 질을 보장해주는 것이 어디 있을까.
우리는 흔히 우유에는 칼슘이 풍부하고, 눈에 좋은 것이 결명자라는 걸 안다. 지식을 공급해주는 것이 책이라는 것도 우유나 결명자처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누군가 보고 듣고 배운 것을 기록한 ‘책’을 통해 더 높고 넓고 깊은 데로 나아간다.
우리는 ‘복잡다단(複雜多端)’한 사회에 살고 있다. 예전에는 마을일만 알면 됐던 것을 요즘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직간접적으로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글을 통해 배워야 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두고, 내가 사는 사회의 흐름을 파악하며, 자신의 정서를 좋은 방향으로 조정하고 유지하는 일들이 ‘책’을 통해 이뤄질 때 우리의 눈은 이상을 바라보지만 마음은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가을은 바야흐로 사색의 계절이다. 항상 비좁은 건물 속에서 일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을은 공기 맑고 경치 좋은 야외를 선물한다. 마음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며 정신적으로 여유로워지는 시간이 된다. 낯선 길찾기에 내비게이션을 켜듯, 이럴 때의 ‘독서’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이정표가 돼줄 것이다. 가을이 지나기 전에 ‘좋은 책 세권읽기’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