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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에서 ‘2016’ 체제로…고교생 눈에 띄어

‘보수’로 이름난 공주-예산에서도 박근혜 ‘퇴진’ 촛불

등록일 2016년11월1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문화재청이 위탁 운영하는 부여군에 있는 국립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학생들도 ‘박근혜 하야투쟁’ 대열에 합류했다.

‘1987년 체제’가 끝나가고 있다. 새로운 ‘2016년 체제’가 다가오고 있다. 1987년,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했던 전두환 정권이 굴복했다. 6월 항쟁은 민주화를 달성한 분기점이자 우리 사회의 새로운 체제를 형성했다.

6월 항쟁의 두드러진 점 중 하나는 도시 봉급자(화이트칼라)의 참여다. 신흥 중산층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하루 100만 명의 인파가 거리로 나섰다. 군부독재가 종지부를 찍었다. 대통령 직선제가 16년 만에 부활했다. 제도적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공고화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지금을 ‘1987년 체제’로 부른다.

‘1987년 체제’ 끝내고 ‘2016년 체제’ 온다

‘1987년’이 끼친 영향이 크기도 하지만 경제 양극화, 반목, 남북대결, 헬조선 등 시대정신과 어긋나는 요소들이 여전히 널브러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2016년 체제’를 맞고 있다. 역사는 오늘은 ‘6월 항쟁’에 이은 ‘11월 항쟁’, 아니 ‘12월 항쟁’이라 이름 붙일지도 모른다.

29년 전 6월 항쟁에 도시 봉급자가 대거 참여했다면 11월 항쟁은 풀뿌리 지역의 참여가 돋보인다. 대도시는 물론 시군 단위 지역별 ‘정권 퇴진’ 시위가 번져나가고 있다.

전통적인 농업도인 충남을 예로 들어 보자. 비교적 인구가 많은 천안, 아산, 서산 지역의 시위 참여는 당연해 보인다. 당진에서도 촛불과 거리시위,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보수적인 곳으로 이름난 충남 공주에서도 매주 목요일마다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시위 양상도 예전과 사뭇 다르다. 잠깐 모였다 흩어지는 게 아닌 거리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짜증을 내는 시민보다 경적을 울리거나 손을 흔들어 호응하는 시민들이 훨씬 많다. 어르신들의 입에서도 “대한민국과 위장 결혼한 대통령은 파혼해야 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다. 이 곳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전폭적 지지 보냈던 예산주민 “우리가 바라는 건 대통령 하야”

지난 대선에서 충남 시·군 중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낸 곳은 예산군이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예산군 지역 유권자 5만2000여 명 중 3만7000여 명(득표율 70.35%)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16대 대선에서 당시 예산을 지역 기반으로 출마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얻은 표가 3만7000여 표(71.9%)였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얻은 표는 9400여 표(19.7%)에 불과했다. 예산 주민들이 박 후보에게 보낸 지지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런 예산에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외침이 거침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박근혜 하야 예산군 시국대회’가 예산읍 분수광장에서 열렸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부부, 친구와 함께 촛불을 든 학생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시국대회는 대통령을 규탄하는 발언들이 쏟아지는 성토의 장이 됐다.

6월 항쟁에 대학생의 참여가 많았다면 이번엔 고등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이날 예산에서 열린 시국 대회에서도 예산고등학교와 예산여자고등학교 등에서 온 고등학생 3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예산여고에서 온 학생은 자유 발언대에서 “우리가 한목소리로 외치면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다.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것은 국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참여 또한 적극적이고 연쇄적이다. 지난 5일 충남지역 20여 개 모든 대학의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퇴진을 외쳤다.

부여읍에서 “박근혜 퇴진” 구호 외친 학생과 시민

지난 5일에는 문화재청이 위탁 운영하는 부여군에 있는 국립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학생들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 대학 학생들이 찾은 곳은 부여읍사무소 앞이다. 이날 학생들과 일부 주민 등 총 100여 명은 이곳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거리행진을 벌였다. 개별 대학에 이어 충남지역총학생회연합은 천안 시내에 모여 시국선언과 함께 거리 캠페인을 벌였다.

각 대학교수들도 연일 ‘시국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교수들과 학생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국선언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큰 도시인 대전에서는 9일째(9일 현재 기준) 촛불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 참여 인원도 수천 명에 달한다.

‘뚝배기 도시’ 대전은 9일째 촛불시위 중

흔히 충청도민을 ‘느리게 불붙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불을 지피는 사람들’로 꼽고 있다. 그래서 ‘뚝배기 도시’라고도 한다. 대전·충남 풀뿌리 지역민의 참여는 국민 대다수가 정권에 등을 돌렸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6월 항쟁이 제5공화국의 실질적인 종말을 가져왔다면 이번 항쟁은 박근혜 정부의 굴복과 몰락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6월 항쟁은 민주화를 달성한 분기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항쟁은 1987년 체제를 끝내고 ‘2016 체제’를 부르고 있다. ‘2016년 체제’는 시민, 인권, 상생, 환경, 복지, 평화, 자치, 분권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12일, 충청에서만 3만3000여 명 상경

“타고 갈 차 구하기가 제일 힘들어요”

충청지역에서 ‘박근혜 하야 촉구 대규모 촛불집회’에 참여 예정 인원이 세종·충남에서만 2만여 명, 충북에서 1만여 명, 대전 3000여 명 등 모두 3만3000여 명에 이른다.

먼저 민주노총세종충남본부에서만 최소 8000명이 참여한다. 민주노총세종충남본부 관계자는 “산별단위로 조직하고 있는데 차량(버스)을 구할 수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분위기가 좋아 참가자 모집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며 “기차표도 동나고 차량도 예약할 수 없어 차편을 구하는 것 외에 다른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국농민회충남도연맹에서는 13개 시군 농민회에서 5000명이 참여예정이다. 이중 규모가 큰 당진시농민회에서만 30여 대의 버스를 예약했다.

시군별 시민사회단체는 별도로 약 30여 대의 버스가 서울로 향한다. 버스를 기준으로 홍성 5대, 공주 4대, 아산 3대, 당진 2대, 서산과 예산 각각 1대 등이다. 나머지 시군도 참여인원을 모집 중이다.

공주시민사화단체 관계자는 “지난 주말 서울 집회를 갔는데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온 후 발 디딜 틈이 없어 일행이 있는 대열을 찾아갈 수 없었다”며 “때문에 일반인을 상대로 참가자 모집은 엄두가 안 나 단체 중심으로 참여 인원을 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도권과 가까운 천안을 비롯해 태안·보령 등은 모두 개별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1만 여명이 참여한다. 민주노총충북본부 김성봉 대외협력국장은 “민주노총충북본부와 충북 7개 시군 농민회에서 현재까지 8000여 명이 참여한다”며 “참여희망 인원이 계속 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충북에서는 시민사회단체를 포함, 최소 1만 여명이 참여한다. 

청주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청주 성안길 입구 맞은편 차없는거리(파리바게트앞)에서 민중총궐기충북준비위와 백남기충북투쟁본부 공동주최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충북 제천에서도 매주 목요일 제천시민회관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대전에서는 3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 소속 참여자가 대부분이다. 매일 촛불집회(서구 둔산동 갤러리아타임월드 백화점 앞)를 열고 있는 민주수호대전운동본부에서는 일반시민들의 참여를 돕기 위해 대형 버스 4대를 준비했으나 문의가 많아 버스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충남지역언론연합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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