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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킹이 천안을 자유롭게 하리라’

담배공원을 문화공연장으로 만든 청년들- 임대건(25·상명대 연극과·‘럭스레고’ 대표)

등록일 2016년11월0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17살이고, 알바생입니다. 서서하는 알바해요(웃음).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노래 불러 보는 것은 처음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긴장감이 역력해 보이던 단정한 청년이 모자를 다시 한 번 고쳐 쓴다. 기타를 잠시 조율하던 그는 긴 숨을 들이마시더니 이내 차분하게 기타를 튕기기 시작한다.

차갑고 습한 밤공기 사이로 퍼지는 부드러운 기타 선율과 그에 잘 어울리는 청년의 목소리는 이내 사람들을 끌어 당기기 시작한다. 아이들과 함께, 친구와 함께 공원 인근을 지나던 이들은 하나 둘 무대 주위로 시선을 돌렸고 무대 주변은 마치 서울의 대학가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난 10월22일(토) 저녁 7시, 천안 신부동 신부공원에서는 공연기획사 ‘럭스레고(대표 임대건)’가 주최한 ‘천안청소년버스킹가요제’가 열렸다.

버스킹은 ‘길거리에서 공연하다’라는 의미의 버스크(busk)에서 유래된 말로 거리에서 자유롭게 공연하는 것을 뜻한다.

버스킹하는 공연자를 버스커(busker)라 부르며 버스커들은 악기, 작은 마이크, 휴대용 앰프 등을 들고 다니며 거리 곳곳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음악을 즐긴다.천안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천안청소년버스킹가요제는 이날이 네 번째. 오는 11월5일(토)까지 총5회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정말 자유로운 무대라는 것이다. 전문적인 가수나 연습생,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무대에서 또는 남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과 끼를 선보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가신청이 가능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무대를 꾸민다.

아마추어들의 무대다 보니 휴대폰을 들고 가사를 보며 부르기도 하고, 바람에 악보가 날아가 하던 연주를 멈추기도 한다. 음정이나 가사가 틀리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런 실수들조차 웃음과 여유로 받아들인다.

물론 가끔은 기성 가수 못지않은 실력자가 등장해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수많은 낯선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 느끼는 짜릿한 무대의 쾌감에 공연을 신청하는 참가자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대중문화가 살아있는 천안 만들고 싶어’
 

럭스레고 임대건 대표

이번 공연을 기획한 ‘럭스레고’의 임대건 대표. 임씨는 각종 이벤트와 음악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즐기는 것을 사랑하는 스물다섯 대학생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힙합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그외에도 마술, 연기 등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죠. 학교는 저의 꿈들을 붙들어 매는 공간이었어요. 건강상의 문제도 있어서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했죠. 이후 시간 날 때마다 서울 홍대 무대를 찾아가 랩을 하고 공연에도 참가하며 제 꿈을 키웠답니다.”

88만원세대, N포세대, 캥거루 세대, 수저계급론 등 다양한 말들이 요즘 젊은 세대들의 암울함을 대변한다.

하지만 이런 세태 속에서도 자유로운 젊음의 에너지는 억눌렸던 감정과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분출구를 만들어 낸다.

임대건씨가 만든 ‘럭스레고(luxlego)’도 이런 취지에서 출발했다.

빛이라는 뜻의 「lux」에 ‘가지고 놀다, 쌓아올리다’라는 뜻이자 ‘Let’s go’의 준말이기도 한 「lego」를 합성해 ‘빛을 가지고 놀다. 빛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은 공연기획사를 만든 것이다.

18살부터 23살까지 공연이 목마른 지역의 청년 8명이 함께 시작한 ‘럭스레고’는 이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 버스킹만 300여 회에 달한다고.

“지난해 1월에는 3000만원을 들여 천안시청 봉서홀에서 큰 공연을 한 적도 있죠. 결국 1000만원이라는 빚을 지기도 했지만요(웃음). 버스킹을 하면서 라면과 쌀을 얻어 생활하기도 했어요. 막노동과 아르바이트로 팀을 유지하면서도 공연이 너무 하고 싶어서 달랑 각목과 비닐로 공간을 만들어 공연을 한 적도 있죠.”

지역의 예술가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언제든 무대에 설 수 있게 하는 기획사를 만들고 싶다는 임대건 씨.

“학교 동아리, 모임들을 차치하고 천안에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은 150여 명 이상일거에요. 이들 아티스트들이 주체가 되는 기획사를 세워 마술, 연극, 뮤지컬 등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렇게 지역 공연문화를 활성화시켜 서울에 집중돼 있는 대중문화도 천안에서 충분히 향유하게 만드는 게 제 꿈이랍니다. 꼭 이루고 말거에요. 천안시민여러분들도 문화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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