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6일(수), 천안시의회 대회의실에서는 ‘천안시장애인활동지원24시간확보를위한시민연대(24시간시민연대)’와 양승조 국회의원의 간담회가 열렸다.
“활동보조가 되지 않는 시간은 사회적으로 죽어있는 시간입니다.”
천안시는 최중증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을 위한 예산을 올해 이미 확보해 놓았다. 하지만 이 예산은 현재 한 푼도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사회보장기본법을 내세워 ‘야간순회서비스’ 외에 다른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중복사업으로 규정하고, 교부세 삭감 등 패널티를 경고하고 있어 섣불리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26일(수) 오후5시, 천안시의회 대회의실에서는 천안지역 2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천안시장애인활동지원24시간확보를위한시민연대(24시간시민연대)’와 양승조 국회의원(천안병·국회보건복지위원장)의 간담회가 열렸다.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 간담회에서 최중증장애인들과 24시간 시민연대 관계자들은 24시간활동보조서비스의 조속한 실시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원론적 답변에 맥빠진 당사자들
4살 때부터 류마티스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심혜경 씨는 “나 같은 경우는 손을 못 쓰고 못 움직이니까 야간이 제일 힘들다.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게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욕창과 방광염으로 세 번이나 입원했다. 신변처리를 못해 119가 출동한 적도 있다. 진짜 사람답게 살고 싶다. 누군가 항상 옆에 있으면 마음 놓고 잘 수가 있는데, 아파도 연락 한 번 못하고 그게 참 힘들다”고 말했다.
양정원(지체장애1급·봉명동)씨는 “활동보조인 없이 혼자 있을 때는 늘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지난 5월 혼자 자다가 깨어나 보니 중환자실이었던 적이 있었다. 소변줄이 막혀 소변이 역류했던 것이다. 의사는 조금만 늦었으면 뇌사상태에 빠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일을 겪고 나니 혼자 잠드는 것이 더욱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한 여성장애인은 “활동보조인이 없던 시간, 중2 딸이 불편한 엄마를 업으려고 아등바등 애를 쓰다 안 되니까 결국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천안에서는 지난 6월 명모(40대·루게릭장애1급)씨가 활동보조인과 남편이 부재한 잠깐 사이에 호흡기가 빠져 사망했다. 9월에는 조모(50대·뇌병변1급 및 신장2급)씨가 피곤한 남편이 옆방에서 자고 있는 사이에 뇌사 상태가 되어 사망했다. 안타깝게 사망한 2명의 중증장애인은 남편이 있다는 이유로 하루 4시간에서 많게는 9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다가 활동보조인이 없는 시간에 호흡기가 빠져 생을 마감했다.
당사자들의 계속된 절규에 양승조 국회의원은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 관련 법개정이 시급한데 현 정권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함께 배석한 천안시의회 박남주 의원도 “의회 차원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담당과장은 “타 지역 사례를 검토해 실행여부를 확인해 보겠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원하는 구체적 약속이나 시원한 대답은 나온 것이 없었다.
(사)한빛회 이연경 대표는 “최중증장애인들에게 있어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는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다. 사업명을 달리 하던가 천안시복지재단 등을 통해서라도 법개정 전까지 우회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주어야 한다. 간담회가 끝나고 당사자들도 다소 맥빠져하는 분위기 였다”며 “비장애인들이 웰빙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죽지 않기 위한 삶, 생존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24시간 보조서비스는 반드시 조속하게 실현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지지서명 ‘24시간 보조하라’
현재 최중증장애인이 최대한 지원받을 수 있는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은 월 521시간(보건복지부 월391시간, 충남도추가시간 월130시간)이다. 이는 한 달 중 약 18일 정도만 24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다. 일요일과 공휴일엔 1.5배가 가산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4시간 서비스 지원 대신 ‘야간순회서비스’를 적용하라고 한다. 이에 천안시도 2000만원의 예산으로 올해 9월부터 3명의 장애인에게 야간순회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시간에 화장실을 억지로 가거나 몸이 뒤집혀져야 한다는 점, 새벽에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락날락 한다는 점 등이 불편해 현재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2명이 서비스지원을 포기하고 최종 1명만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체사업으로 장애인활동보조를 이어가는 지자체도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광주시장의 의지로 부임 후 첫 승인결재로 활동보조 24시간 지원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광주에 거주하는 독거 중증장애인(와상, 호흡기장애 등) 10명에게는 하루 24시간 활동보조인이 지원되고 있다.
24시간시민연대는 지난 10월7일부터 매주 금요일 2시간씩 천안야우리에서 시민캠페인 및 서명전을 벌였다. 이날 간담회가 열리기 전까지 950명 가량이 서명했고 10월28일 마지막 캠페인에서는 1000여 명을 가볍게 넘겼다.
이들은 앞으로 장애인들의 생존과 인권을 위해 올해 24시간 활동보조를 확정하고 내년 예산에 반영시킬 때까지 지속적인 활동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