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0일 전동면에 위치한 세종시 추모의 집 에서 '행정자치부 과거사 관련 업무지원단' 주최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합동 추모제 및 임시 안치식'이 열렸지만 무성의한 준비로 유가족의 원성을 샀다.
“방안 제사도 이렇게 허술하게 안 지낸다. 이 따위로 하려고 전국에서 불러 모았나?”
유가족들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뿔이 났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1시30분경. 세종시 전동면 '세종 추모의 집' 광장에 전국 각지에서 1500여 명의 유가족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행정자치부 과거사 관련 업무지원단(아래 과거사 업무지원단)'이 주최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합동 추모제 및 임시 안치식'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행사장을 찾았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발굴해 충북대학교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한 유해(1619구)를 다시 이곳으로 옮긴 후 이날 공식 안치식 겸 추모제 행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행사장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일제히 탄식을 쏟아냈다. 우선 추모제를 위해 차려 놓은 젯상이 누가 봐도 초라했다. 100만 민간인 희생자의, 세종 추모의 집에 안치된 1600여 명의 영혼을 달래는 젯상이라고 하기엔 빈약했다.
추모사 조차 보내지 않은 행자부 장관 "충남 추모제땐 도지사 참석했는데…"
떡과 전, 사과, 배 등 10여 가지로 가짓수도, 양도 적었다. 외부 초청인사들도 혀를 차며 한마디씩 했다.
"사전에 유가족들과 논의해 일부러 간소하게 차린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성의가 너무 없는 것 같다"
무성의가 느껴지는 건 젯상만이 아니었다. 행자부 과거사업무지원단이 주최한 행사인데도 홍윤식 행자부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또 자료집에서조차 추도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열린 충남지역 민간인희생자 추모제 때는 충남지사까지 참석했다. 준비도, 정성도 충남 행사의 반의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때려치워라"
급기야 몇몇 유가족은 이범석 행자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장에게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이렇게 하찮게 보이냐"며 "제사를 지낼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범석 업무지원단장은 예산탓으로 돌렸다. 그는 "애초 안치식만 하려다가 유족회의 뜻에 따라 합동위령제까지 겸하게 됐다"며 "예산 한도 내에서 하다 보니 부족한 행사가 됐다"며 "송구하다"고 말했다.
행사를 공동주관한 (사)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아래 전국유족회) 임원들도 행사 진행 여부를 놓고 현장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과거사지원단장 "전국단위 위령 시설, 품격 있게 조성"
전국유족회는 논의 끝에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고 행사 이후 엄중히 항의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예정보다 40여 분이 지난 이날 오후 2시 10분경 '추모제 및 안치식'이 시작됐다.
이범석 업무지원단장은 추도사를 통해 "지난 8월, 전국단위 희생자 위령 시설의 사업부지를 대전 동구로 결정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그때까지 이곳에 희생자 유해를 임시 안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단위 위령 시설은 역사교육과 세계적 인권 상징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품격 있는 시설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추모제와 안치식 행사도 이 모양인데 전국단위 위령 시설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고 맞받았다.
이날 행사는 어수선한 가운데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과 안병욱 전 진실화해위원장의 추도사와 결의문 낭독, 분향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