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청산, 애국 강조하던 조동빈 지사
조동빈 옹은 생전 충남의 최고령 애국지사였다.
충남도와 천안시는 명절 및 광복절 등 국경일은 물론 시의 주요 행사마다 조동빈 옹을 챙겼고 문안도 자주 했었다. 생존 애국지사로 지역의 자랑이었던 조 옹은 앞서 2004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숨겨두었던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바 있다. 아래는 당시 인터뷰 내용 중 일부.
“고향은 원래 평양인데, 상해에도 있다가 동경무전에서 공부했었지. 스무살 때 북경에 있었는데 지나사변(중일전쟁)이후에 젊은 사람들은 다 학병이나 징용에 끌려가고 있었어. 그러느니 차라리 광복군으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 처음에 안휘성 부양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훈련을 받았어. 옛날에는 자그마한 시골이었는데 지금은 인구가 400만이라더군(2011년에 1000만 돌파). 거기서 훈련을 받는데 그때 뭐 장비가 있나 돈이 있나 맨발에 구식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훈련을 했었어. 지금 말하면 테러부대지. 전면전은 엄두도 못 내니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구출작전 등이 주요 임무였고 지하공작 훈련이 대부분이었지. 그러다 광복을 맞았어.”
“옛날에 우리 동지 중에 김중근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지하공작 나갔다가 북경에서 일본놈에게 잡혀갔지. 너무나 당당한 자세에 일본놈들은 살살 꼬드기는 방법으로 정보를 빼내려 했지만 형무소에 들어간지 3일만에 목을 매 자살했어. 그 어려웠던 환경에서도 그만큼 광복군의 훈련이 잘 돼 있고 정신상태가 투철했다는 증거야. 김중근 같은 경우는 가족도 없는 총각이라 우리 빼고는 알 수가 없어. 그런 사람이야말로 알려지지 않은 애국지사라고 할 수 있지.”
“이승만 시절에는 광복군이라고 내세우지도 못하고 다녔어. 그러다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63년부터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고, 90년에 노태우 대통령때 훈장을 받았지. 독립유공자들과 그 자녀들 중 유복하게 잘 살고 있는 집은 사실 흔치 않아. 친일파들이 아직도 활개치고 있으니까. 친일파규명은 어쨌든 분명히 해야된다고 봐. 죄를 묻든 묻지 않든 역사는 역사니까.”
“평양에 남동생하고 여동생이 하나씩 있어. 하지만 북한에선 내가 광복군이었는지, 남한에 있는지 알지도 못해. 혹시나 동생들이 해코지 당할까봐 만나고 싶지 않아.”
<이진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