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혁 교수(순천향대병원 감염내과)
해외유학을 앞두고 외국에 있는 학교에 제출할 서류 때문에 외래를 내원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예방접종을 잘 받았는지, 결핵은 없는지 조사하는 서류로 유학기간 동안 전염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고, 유학생을 통해 전염병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서류작성과정에서 보면 대개 유아기에 시행되는 많은 예방접종은 잘 챙기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부모들이 아이들의 예방접종에 소홀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예방접종은 유아기뿐만 아이라 성장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MMR(홍역·풍진·볼거리) 2차, DPT 5차를 접종하고, 이후 Td 또는 DTaP 백신을 매 10년마다 접종해야 안다. 영유아기에 A형 간염,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으면 이후에라도 접종해야 한다. 또한 만성질환이 있거나 50세 이상인 경우 해마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추천한다. 어릴 때 수두에 걸린 경우 대상포진 백신, 만성질환이 있거나 65세 이상인 경우엔 폐렴알균 백신 접종도 추천한다.
독감예방주사 맞고 나서 독감에 걸렸다?
독감예방주사, 즉 인플루엔자 백신에는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들어 있지 않다.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일부 단백질(Hemagglutinin)만 추출해 사람에게 투여하고, 면역체계가 그것을 인식해 방어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코로 흡입하는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것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시판되지 않는다. 독감예방주사로 인해 독감에 걸릴 수는 없다. 다만, 독감예방주사를 맞은 직후에 바로 방어능력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 2주, 보통 3~4주는 지나야 방어능력을 갖게 되므로 그 전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독감에 걸릴 수 있다.
인플루엔자(독감) 3가 백신보다 4가 백신이 좋다?
그간 제약회사에서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A형 2가지와 B형 1가지 균주에 대한 백신을 생산해 오고 있었다. 인플루엔자 B형에는 Yamagata 주와 Victoria 주라는 2가지 아형이 있는데, 3가 백신에는 이 중 한 가지만 포함되어 백신에 포함된 아형이 유행하지 않으면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작년부터 B형 두 가지를 모두 포함시킨 4가 백신이 시판되고 있으며 3가 백신보다 예방범위가 더 넓다고 말할 수 있다.
임산부는 백신을 맞으면 위험하다?
MMR, 수두백신 같은 생(生)백신은 절대 임산부에게 접종해선 안 된다. 그러나 사(死)백신인 인플루엔자 백신은 모든 임산부에게 투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 임산부가 독감에 걸려 일반인보다 더 심한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모든 임산부는 접종을 받아야 하며, 반드시 불활성화 독감 백신으로 맞는 것이 안전하다.
독감 예방백신은 접종 후 2~4주 뒤 효과가 나타나고, 그 후 8주정도 독감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가 지속된다. 독감유행 시기는 12~2월로, 특히 이 시기에 출산을 앞둔 산모는 10~11월 사이에는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