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립도서관은 '책 권하는 사회'를 위해 시민의 참여를 유도해 '도서 7800권'을 기증받았다.
“책 읽기 딱 좋은 계절이네요. 덥지도 춥지도 않고.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지면 책 한권 들고 거리로 나서 보세요. 벤치에 앉아 책 읽는 모습은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풍경입니다.”
올해 가장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권경자(56·아산시립도서관 관장) 관장을 송곡도서관에서 만났다. 1987년 4월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올해 30년째 공직에 몸담고 있다.
민원인과 최 일선에서 만나던 동사무소부터 홍보실, 환경사업소 등 다양한 보직을 경험 했지만 도서관은 그녀에게 가장 특별한 업무다. 작년 7월 사무관 승진과 함께 발령받은 시립도서관은 권 관장을 신세계로 안내했다.
도서관 일, “고되지만 재밌다”
“도서관 일은 고되지만 재미있어요. 일을 하려고 들면 한도 끝도 없는 곳이 도서관 이더라구요.”
도서관은 흔히들 다른 부서보다 일이 덜 힘들다고 생각한다. 본청과 동떨어져 특별히 업무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무탈하게 거쳐 가는 코스로 인식되곤 했다. 그러나 막상 와보면 도서관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
연간 누적 130만명 이상의 시민이 방문하고, 100만권 이상 도서를 대여해 간다. 권경자 관장이 관리하는 도서관은 송곡, 배방, 둔포, 남산, 어린이, 이동도서관 등 6곳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산시 16개 읍면동에 산재한 79개의 작은 도서관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과 지원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지금은 올해 11월 개관계정인 탕정온샘도서관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 작업에 여념이 없다. 권 관장은 온샘도서관을 전국에서 가장 특별한 도서관으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산시 곡교천변 은행나무길에 버스를 개조해 만든 소풍도서관에서는 책과 함께 야외에서 돗자리까지 함께 빌려주고 있다.
아산시 은행나무길에 버스를 개조해서 제작한 소풍도서관이 인기다.
시민기증 도서 7800권, 작가 친필사인 도서 1800권 확보
아산시립도서관은 정규직 18명, 무기계약 13명, 기간제 9명의 직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아산시 읍면동에 산재된 6개 도서관을 관리하는 것이다.
주말이나 휴무가 따로 없는 도서관 일을 꾸려가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인력충원이 절실하지만 쉽지 않다. 돌려막기 식으로 직원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 공공근로, 주말아르바이트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운영이 어렵다. 그렇게 해도 할 일은 끝없이 쌓인다.
당장 오는 11월 계획된 온샘도서관 개관이 올해 가장 큰 당면사업이다. 권 관장과 직원들은 온샘도서관을 특별한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아산시민의 자발적 기증에 의한 도서 확보다. 읽지 않고 책장에서 잠자는 도서를 깨워 기증해 달라는 범시민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여 7800권을 수집했다.
또 탕정도서관에 별도로 꾸며질 작가의 친필사인 도서를 수집해 200여 명의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작가의 친필사인 도서는 1800권을 수집했다.
은행나무길로 떠나는 책과 소풍
아산도서관은 올해 시민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대표적인 행사가 지난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책 읽는 습관을 키우기 위한 ‘독서저금통’을 만들어 지역서점연합회와 연계활동을 펼쳤다. 또 ‘작가와의 만남’ ‘인문학 강연’ 등 도서관별로 다채로운 행사를 추진하며 소통했다.
뿐만 아니라 독서진흥단체인 어린이책 시민연대 아산지회와 색동회 아산지회, 색동어머니회 아산지회의 ‘인형극’과 ‘빛 그림 상영’ ‘책 속 주인공과 함께하는 북아트’ 등 다양한 독서관련 프로그램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은행나무길에서 펼쳐진 ‘도서관, 은행나무길로 책 여행 나오다’라는 주제로 실시한 책 나눔 행사에는 20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은행나무길을 가득 메웠다.
이날 행사에는 임정진, 임정순, 정승희, 김경민 아동작가들이 참여해 ‘작가 사인회 및 작가가 들려주는 동화이야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소풍도서관 개관’, ‘책봉우리 봉사활동’ ‘다문화가정 동화구연’ ‘찾아가는 도서관’ ‘장애인독서프로그램 지원’ 등 올해 새롭게 추진한 사업들 모두 흥행 대박을 기록하며, 책과 친숙해지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권경자 관장은 “이미 도서관 문턱은 없어진지 오래”라며 “앞으로 도서관은 시민들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언제나 손만 뻗으면 책이 손에 잡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