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결정 이후, 충남연구원(원장 강현수)이 중국 하북성에서 갖기로 한 학술 교류 행사가 취소돼 파장이 일고 있다. 중국의 해당 하북성 사회과학원 측은 취소 이유에 대해 '하북성 인민정부로부터 한국과 상무(비즈니스), 학술 교류 행사를 모두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충남도 공공기관인 충남연구원은 내달 19일부터 23일까지 충남도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중국 하북성의 하북성 사회과학원 초청으로 흑룡강성 사회과학원과 '관광'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충남연구원이 중국 하북성 사회과학원, 흑룡강 사회과학원과 각각 학술교류 협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3자가 충남에서 모여 '지방정부 3농 포럼'을 개최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오후 하북성 사회과학원으로부터 돌연 '행사를 취소한다'는 통지문이 도착했다. 충남연구원에서는 강현수 원장 등 5명이 참석하기로 하고 중국 측에 토론문을 보내고 세부 프로그램까지 확정, 항공권 예약을 끝낸 상태였다.
충남연구원에 따르면, 하북성 사회과학원 측은 행사 취소 이유에 대해 '하북성 인민정부 유관 부문으로부터 한국과 상무(비즈니스), 학술 교류 행사를 잠정적으로 모두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화북성 사회과학원 측은 '어쩔 수 없이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 '죄송하다'는 입장도 함께 전해왔다.
이 같은 중국의 결정은 하북성 지방정부의 자체 판단이 아닌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후속 조치로, 순수 학술 교류는 물론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보복 대응에 나선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
박인성 충남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 중국팀장은 "갑자기 취소돼 매우 당혹스럽다"며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이 대대적인 대응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1월 중국 귀주성(구이저우성)에서 열리는 '충남의 날' 교차 행사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충남도는 오는 11월 귀주성과 '충남의 날' 행사를 귀주성에서 개최하기로 하고 관련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도 "준비는 예정대로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귀주성 '충남의 날' 행사도 취소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일로 '환황해권 시대'를 위해 중국을 상대로 관광객과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는 충남도의 걱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백제문화유적지구가 유네스코에 등재돼 중국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며 "사드 배치 결정 여파로 역풍이 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충남에는 한 해 평균 4만여 명의 중국 관광객이 백제문화유적지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