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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열 날 때 ‘무조건 응급실행’ 정답일까?

소아응급실 33% 발열환자…면역반응과정 자연스러운 현상

등록일 2016년09월0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현정 교수/순천향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발열은 소아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주된 증상 중 하나다. 소아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의 1/3 가량이 발열로 내원하며, 응급실에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중 하나도 “체온이 몇 도 이상이면 위험한가요?”다. 하지만 실제로 발열은 그 자체로 위험성을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발열이 응급상황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발열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인한 보호자들의 공포감이 가져온 결과다. 발열은 사람의 뇌를 손상시키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포감의 결과,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 해열제를 과다 복용시키기도 하고, 편안히 자고 있는 아이를 해열제를 먹이기 위해 일부러 깨우기도 하며, 심지어 열이 날 때마다 의료기관을 방문해 하루에 세 번 이상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병원에 내원해서도 해열을 위해 해열주사나 수액을 맞기를 요구하며, 이러한 처치가 열을 완전히 떨어뜨릴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이런 발열공포감을 어떻게 해소시킬 지 늘 고민한다.

대부분의 발열은 감염에 대한 신체의 면역반응 과정에서 발생한다. 소아환자의 발열의 주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이다. 대표적인 바이러스 감염 질병은 인후염, 장염, 후두염, 기관지염, 폐렴 등이다. 몸의 온도를 조절하는 기관은 뇌에 위치한 시상하부. 감염되면 신체의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여러 물질들에 의해 시상하부에서 열조절 기준점이 상승하고, 몸은 체온이 낮다고 인지하고 체온을 올린다. 하지만 시상하부 자체의 기능은 정상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체온이 상승하고 나면 다시 열조절 기준점이 정상으로 회복되기 때문에 체온이 41도를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발열 자체가 뇌손상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킨다는 증거도 없다. 생후 6개월에서 5세 사이의 환아에서 발열이 있는 경우 2~5%에서 열성경련이 발생할 수 있지만 열경련은 매우 예후가 좋고, 응급대처만 잘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감염에 의한 소아 발열은 대부분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발열환아가 내원하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즉각적인 해열을 치료목표로 두지 않는다. 환아의 증상 및 발열의 원인을 확인하고 주원인이 세균성 감염 등의 치명적 감염은 아닌지를 확인한다. 대부분의 바이러스 감염은 치료약이 없다. 처방하는 약들은 바이러스 감염의 치료제가 아니라 해열진통제 등 환아가 좀 더 편안하게 병의 경과를 지나갈 수 있도록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들이다.

해열제는 열을 낮추는 작용이 있어 복용 시 열이 다소 낮아지고 편안해 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열이 오르게 되어있고, 발열이 심하면 해열제를 복용해도 원하는 만큼 충분히 열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열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짧은 시간동안 해열제를 여러 차례 복용하면 과다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열이 잘 떨어지지 않더라도 열 자체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병의 경과가 끝날 때까지 충분한 수면과 함께 적절한 영양 및 수분을 공급하고, 이차적인 세균감염으로 진행되지 않는지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본다면 충분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올여름 극심한 폭염 때문에 열사병으로 인해 혼수상태 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뉴스가 반복되면서 발열로 내원하는 환아 보호자들의 공포가 더 가중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발열은 열사병과는 완전히 다르다. 열사병의 경우는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열을 떨어뜨려야 하고, 최악의 경우 뇌손상 및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나 우리 아이들에게 발생하는 감염으로 인한 발열과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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