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손현주.
사진작가 손현주(51)가 천안예술의전당에서 특별전 <섬으로 가는 길_Odyssey in Anmyeondo>을 준비하고 있다.
200여 점에 달하는 사진과 영상, 페인팅, 설치작품으로 이뤄진 대규모 전시회가 9월9일~25일까지 열린다.
천안 예술의전당 미술관은 1관 403㎡과 2관 489㎡로 이뤄져 있다. 작가는 2층과 3층에 위치한 2개의 전시장에 2010년 고향 안면도로 돌아가 섬을 돌며 찍어 온 사진작품과 근래 현대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해 온 영상과 페인팅, 설치작업을 끌어 들였다.
손현주 작가는 “밥상 물린 멍석 위에서 할머니에게 듣던 옛 이야기 같고, 누워서 보던 꿈이 담긴 유년의 별자리 같으며, 때론 섬사람들의 감정처럼 격정적인 바다이야기가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초가을에 들려주는 섬과 바다이야기는 작가의 30년 전 기억을 되살려 내기도 하고, 지난여름에 방문했던 바다를 추억하게 하기도 한다.
이를 감각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작가는 하얀 모래와 조약돌을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설치했다. 또 모래를 밟으며 거대한 바다를 느낄 수 있도록 사진을 배치해 실제 바다에 와 있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섬으로 가는 길>은 작가가 먼 인생길을 돌아 고향의 ‘섬으로 가는 (내면의)길’이며, 하루 2번 달의 주기로 인해 파도가 ‘섬으로 가는(닿는) 길’이고, 평생을 짠 내 나는 섬에서 살아온 섬사람들이 순환 마지막 기점에서 섬에 묻히면서 온전하게 ‘섬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 길목에서 만난 초현실적 상상들이 바닷가에서 작가와 자연스럽게 조우하며 사진은 생명력을 얻는다.
손 작가는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며 “사각 앵글에 비친 세상을 잘라서 담아내는 작업은 항상 내 몸과 마음을 설렘과 긴장 속으로 밀어 넣는다”고 말했다.
손현주_붉은바다 연작, 444×800cm, Pigment print, 2016
아름답지만 아픔을 품은 ‘붉은바다’
1관으로 들어서면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품인 ‘붉은 바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다는 섬사람들에게 기쁨이고 인내며 고통이자 생활이다.
섬은 보편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늘 하늘을 보며 그 날의 날씨를 점치지만 입 밖에 소리내기를 조심스러워 한다.
특히 요란한 새벽노을이 비치면 비가 올 것을 예측했고, 아름답게 여겨 탄성을 지르기보다는 못 본 척 사람단속 집안단속을 했다. 겸손하지 않으면 날씨의 휘둘림을 당해 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하늘이 북새를 피우고 소란스러워지면 섬사람들은 몸을 낮췄다. 하늘 빛은 바다 빛이다. 붉은 바다가 어떤 재앙을 몰고 올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안온한 저녁놀이 아닌 북새의 바다가 작가의 사진에서 꿈틀거린다.
가로폭 2미터의 대형 사진 4점이 등장하고, 가운데 작가가 온몸으로 그려 낸 거대한 <붉은 바다>가 섬의 격정을 토해낸다. 그 앞에는 <바다로 가는 길>이라는 설치작품이 놓인다.
손현주_붉은바다 Ⅱ, 111×200cm, Pigment print, 2016
바다 쓰레기를 줍는 섬 청소부
작가는 섬이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달라져가는, 펜션 1000개의 관광섬이 된 지금 섬의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사진적 시점으로 담담하게 ‘오래된 미래’를 짚어낸다.
그동안 사진을 찍고 쓰레기를 바닷가에 놓고 올 때 마음이 편치 않았던 작가는 이젠 그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섬 청소부가 되기로 작정했다.
사람들이 버리고, 조류에 쓸려 들어오는 수많은 쓰레기를 수거해 촬영하고, 예술로 재인식 시키면서 환경에 대한 각성을 촉구한다.
손현주 작가는 1965년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1990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편집부에서 20년간 근무하다 2010년 사직서를 내고 고향 안면도로 돌아와 카메라를 들고 섬을 돌기 시작했다.
저서는 <사랑이 파리를 맛있게 했다>(2016, 아트북스), <계절밥상여행>(2012, 아트북스), <와인 그리고 쉼>(2009, 포북) 등이 다수가 있다.
☞전시기간 9월9일~9월25일(천안예술의전당)
두여해변에서 설치작품을 구상 중인 손현주작가. 안면도의 모래와 자갈이 전시장에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