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 교수( 순천향대병원 심장내과)
극심했던 폭염도 이제 그 끝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있고 더위는 9월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겨울철에 위험한 질환이지만 지나친 냉방으로 실내외 온도차 심화에 따른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여름철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추운 날씨에는 교감신경계의 활성도가 높아져 말초 혈관들이 수축해 혈압이 오르고 이로 인해 뇌졸중,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반면 여름철에는 높은 기온으로 인해 피부의 혈관이 확장되고, 땀 배출이 늘어나 체내 수분과 염분의 양이 줄어들게 되어 혈압이 평소보다 낮아진다. 여름철에 비해 겨울철 평균 수축기 혈압은 5~10mmHg, 이완기혈압은 3~5mmHg 정도 높아진다. 이런 현상은 특히 노인층 65세 이상에서 더욱 심화된다. 젊은 환자들은 낮은 기온에서도 총 말초혈관 저항의 상승이 어느 정도 제어되어 심박출량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반면 노인들에게서는 심박출량이 크게 증가하여 혈압이 상승되는 현상을 보인다. 한 연구에서 노인과 젊은 사람에게 얼굴과 손에 추위를 노출시키고 6시간 뒤 중심 체온을 측정했더니 젊은 사람의 중심 체온은 변화가 없었던 반면 노인들의 중심 체온은 0.4도씨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온 차에 대한 신체의 방어능력이 노인들은 훨씬 떨어지고 고령의 고혈압 환자가 기온 차에 얼마나 취약해 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여름철에는 에어컨 등의 냉방기 사용이 일반화되어 실외는 매우 덥지만 실내는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실내외 기온차가 심하다. 많게는 5~10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이는 급격한 혈압 상승, 변동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실내외 기온차를 5도 이내로 유지하도록 냉방기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급작스런 냉수샤워도 피하는 것이 좋다.
더운 여름철에 야외활동이 잦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탈수로 인해 오히려 정상보다 혈압이 낮아지거나 기립성 저혈압으로 어지럼증을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섣불리 약물을 중단하지 말고 평소보다 수분섭취를 늘리고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자칫 혈압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 젊고 동반질환이 없는 경도의 고혈압 환자라면 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드물지만 고령이거나 중등도 이상의 고혈압환자 그리고 특히 심뇌혈관 질환이 동반되었거나 위험도가 높은 환자라면 임의로 약을 중단해선 절대 안 된다. 혈압 변동이 심해지고 자칫 반드시 복용해야만 하는 약물을 잘못 중단하는 수 있어 기저 질환의 악화나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고혈압은 감기처럼 일시적으로 앓고 완쾌되는 질환이 아니다. 평생 관리하고 조절해야만 오랜 유병기간에도 합병증을 줄여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기온에 따른 혈압의 변화에 대해 잘 파악하고 이에 맞춰 일상생활에 적용해 현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