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더 빨리 봉사를 시작했을 것을.”
주경숙(47?좌부동)씨가 온주복지관(관장 김일용)과 인연을 맺은 지 6개월. 가장 후회되는 것은 좀더 일찍 어려웃 이웃을 대하지 못한 것이다.
6개월 전 그녀는 단란한 가정의 주부였다. 장성한 자녀들은 서울에 가서 살고 있고 옆을 지켜주는 남편과 평범한 생활을 하던 그녀였다.
그런 주씨가 봉사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온주복지관에서 공공도우미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난 후였다.
“예전부터 봉사하고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봉사가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신청했다”며 6개월 전을 회고했다.
주씨가 처음 담당하게 된 봉사는 무료급식. 혼자 사는 노인과 마을회관 노인들의 급식을 담당하게 됐다. 주씨는 일주일에 네 번씩 어르신들의 밑반찬도 만들고 직접 장도 본다.
“어르신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서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하지만 하다보니 그냥 집에서 먹던 반찬을 좀더 많이 하는 것이예요. 좀더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골라야 된다는 나만의 밑반찬 만들기 비법이 생겼죠”라는 주씨.
무료급식이 있는 날 오전은 밑반찬 만들기 및 도시락을 싼다. 노인들에게 배분하고 남은 도시락들을 이것저것 챙겨서 그녀가 또 가는 곳은 장애인들의 집이다. 거동이 불편해서 제대로 밥을 해 먹을 수도 없는 장애인들에게 도시락은 하루 한끼의 귀한 식량이다.
그러나 밥 한끼보다 장애인들은 주씨를 더 아낀다. 밥 먹는 일보다 주씨의 다정스런 얘기를 듣는 게 이들의 낙이란다. 덕분에 주씨도 장애인과 노인 등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좀더 일을 일찍 시작했을 텐데”하며 주씨가 아쉬워하는 것도 친구들 때문. 어떤 노인들은 주씨가 오는 날이면 사탕 한 개라도 더 주려고 하는 분도 생겨났다. 장애인들도 밖에 나가기가 어려워 차마 부탁하기 힘든 물건까지 주씨에게 사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친구들이 생긴 것이 고맙지, 굳이 자신이 하는 일을 봉사라 칭하지 않는다. 2002년 반을 이웃들과 그녀는 이렇게 지냈다.
주씨는 “2002년은 할 수 있는 일을 미뤄 친구들을 늦게 만났지만 이렇게 정답게 지내게 됐으니 너무 좋다”며 “내년에는 이 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한다.
경제적 형편이 좀더 좋아서 더 많은 이웃을 돕고 싶을 때도 있지만 같이 일하는 김영애(좌부동)씨를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란 생각도 든다. 김씨도 생활이 어려운 처지에서 아무말 없이 남을 돕고 있기 때문. 처음 봉사를 시작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길잡이가 되어준 친구기도 하다.
이제 이렇게 많은 친구를 얻고 보니 힘도 나고, 하는 일에 자신감도 생긴다. 무엇이 필요하다고 하면 군말 없이 도와주는 남편도 많은 힘이 된다. 늦게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는 더 잘해 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2002년의 반은 후회로 남았지만 나머지 반이 이웃사랑으로 채워진 것처럼 2003년 아니 그 이후에도 이웃사랑으로 더 이상 후회없는 인생을 살겠노라며 주경숙씨는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