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호 교수 /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복통이나 설사가 지속된다고 해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도 없지만, 설사 및 복통증상을 오래 방치해도 안 된다. 복통과 설사는 쉽게 치유되는 감염성장염의 증상일수도 있고, 완치가 어려운 만성염증성장질환의 증상일 수도 있다.
감염성대장염은 무더운 여름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다양한 종류의 세균, 바이러스 등의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발열,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때로는 혈변이 동반될 수 있어 만성염증성장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기도 한다. 보통 급성기에는 만성염증성장질환과의 감별이 어려울 수 있지만, 대부분 2~3주 이내에 증상 및 검사소견이 호전되고, 만성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 쉽게 감별이 가능하다. 그러나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된다거나 잦은 재발을 보이는 경우에는 만성염증성장질환과의 감별이 어려울 수 있다.
만성염증성장질환은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결핵성장염 등으로 구분되는데 각 질환별 감별이 쉽지 않다. 특히 크론병과 결핵성 장염의 구분은 더 어렵다. 만성염증성장질환은 한번 발병하면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고, 악성종양으로 진행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궤양성대장염은 수주일 이상 지속·반복되는 혈변과 설사, 점액변, 대변절박증, 뒤무직 등의 증상이 흔히 발생하게 된다. 크론병도 수주일 또는 수개월에 걸쳐 지속되는 복통, 설사, 체중감소, 혈변, 항문통증 등의 증상이 흔해 증상만으로는 두질환의 감별이 어렵다. 하지만 지속적인 설사, 복통 및 체중감소를 동반한 항문주변의 농양이 같이 나타나면 크론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과 같은 만성염증성장질환은 대장암을 진단할 때처럼 조직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환자의 임상양상, 내시경 및 방사선검사소견과 조직학적소견 등을 바탕으로 주의 깊게 진단해야한다. 만성적인 증상이나 의심소견이 있을 때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말단회장을 침범하는 만성염증성병변이 관찰되는 경우엔 크론병과 결핵성장염과의 감별이 특히 어렵다. 결핵성장염의 경우 조직검사를 통한 항산균도말검사, 중합효소연쇄반응법(PCR)검사, 배양검사 등의 다양한 검사에서 결핵균이 검출되어 결핵성장염으로 확진되는 경우가 절반에 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질환에 대한 정확한 감별이 이루어지지 않아 크론병 환자에서 결핵치료제가 투여된 경우에는 결핵약독성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가능하고, 크론병의 치료지연으로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결핵성장염환자가 크론병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에도 면역억제제 투여로 면역기능의 저하가 발생해 장결핵을 악화 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필자는 대전·충청지역 대장전문교수들과 크론병과 결핵성장염의 감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감별률이 95%이상인 예측모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폐결핵이 동반되거나 횡행궤양 등은 결핵성장염의 특징적인 소견임을, 또한 종주성궤양, 구불결장침범 및 만성설사는 크론병의 특징적인 소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결과는 두질환의 감별에 큰 도움이 주고 있다.
만성염증성장질환은 진단이 늦어지면 나쁜 예후를 보이거나 심한 경우 합병증으로 인해 장 절제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설사, 복통 및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거나 혈변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