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에서 급성 경막하출혈과 두개골절로 중환자실에 있다가 지문감식을 통해 신원을 알게 됐고, 호스피스 시설을 찾던 중 평안의 집에 오게 됐다. 언어가 통하지는 않았지만 튜브를 통해 식사를 공급했고 세면과, 면도, 기저귀를 갈아줄 때 바라보던 그윽한 눈물…우린 말없는 대화 속에서 서로의 사랑을 나누었고, 결국 46년의 삶을 이곳에서 마무리 지었다.」
창립한 지 만 3년이 지난 천안 사랑의 호스피스(회장 심석규?천안평안의집 원장 겸임)가 궤도 안착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다. 최근 한 독지가 도움으로 10개 병실을 증축하고 있는 평안의 집은 2001년 11월 준공, 지금까지 1백30명의 환우가 거쳐갔고 현재도 20여명이 평안의 집과 가정에서 평안한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 60여개 이상의 호스피스가 활동하고 있지만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실상 많지 않은 현실. 이 때문에 어떤 이는 경기도 포천에서, 또 다른 이는 서울대병원에서 천안 구성동 산자락에 위치한 평안의 집을 찾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부족해요
호스피스 기본 교육을 받고 회원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아직 소수며, 막상 죽어가는 환우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해야 한다는 현실 앞에 얼마를 못버티는 사람도 있다. 처음 40여명으로 출발한 호스피스의 현재 활동회원은 10명 남짓. 일일 2명도 안 되는 자원봉사자가 잠깐씩 방문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부족분은 지난해 교통사고 이후 교회 목회를 떠난 윤하중 목사 내외가 맡고 있다. 아산 성심(정신)병원 원목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윤 목사는 아내와 함께 매일 이곳으로 출퇴근하며 환우들의 어려움을 보살피고 말벗이 돼주고 있다. “현 사회에서 꼭 필요한 봉사활동이 있다면 그건 호스피스 활동”이라는 윤 목사는 “그러나 죽음 앞에 선 이들을 대상으로 봉사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며 시민관심을 촉구했다.
“처음 나 한명의 작은 도움으로부터 시작한 호스피스였기에 인적?물적 열악함도 그저 감사함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심석규 원장. 그는 현직의사로, 점심때와 저녁시간을 이용해 수시로 환우들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돌보는 직분을 3년 동안 홀로 감당해오고 있다.
“내가 바쁠 때 도와주는 의사는 몇 있다”고 말하는 심 원장은 3년 동안의 고생(?)에도 불구, 마음의 즐거움으로 꽤 밝은 모습이다.
호스피스는 이들 자원봉사자 외에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장작보일러 사용을 위한 땔나무 일꾼도 필요하고, 간호사 등 2명 정도의 유급직원도 둬야 할 형편이다.
“냄새나는 신발속에 얼굴을 감춘 채 그저 섬기는 일만 하는 발처럼 ‘발처럼 살자’는 것이 호스피스의 생활관이죠. 후원금 등 아직은 많은 부분이 부족하지만 계속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