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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열심히 살았건만, 70생에 남은 것은…’

‘대출전환으로 수급받아 숨통이라도 트였으면’/희망2016 김미주(가명·천안서북구·70)

등록일 2016년08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미주(가명, 천안서북구, 70) “26년간 남편이랑 더위·추위랑 싸우면서 가게 하나를 운영해 겨우 살길을 만들어 놨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살던 집에서까지 쫓겨날 형편이에요. 5월달 까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을 받았었는데 제도적인 맹점 때문에 그게 끊긴지도 벌써 석달째네요. 저희가 손자녀석을 계속 돌봐야 하는 상황인데 이제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의자에 기대 앉았던 김미주 할머니는 연신 한숨을 내쉰다.

방안에 누워있던 손자는 거실로 나와 인터뷰 중인 할머니에게 매달리기 시작한다. 이제 6살인 유성(가명)이는 지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부모님은 예전에 이혼했는데 아버지는 부양을 기피하고 연락한지도 오래됐다. 엄마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만날 수 없는 상황.

유성이는 언어발달이 늦어져 문장으로 말을 하지 못한다. 현재 바우처를 통해 일주일에 2번 가량 언어치료를 받고는 있지만,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아 그 시기에 맞는 적절한 사회성 발달마저 우려되고 있다.
 

자랑스럽던 큰 딸이 가족들의 멍에로

김미주 할머니의 남편 이영호(78·가명)씨는 강원도 원주가 고향이라고 한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해 특별한 직업 없이 허드렛일을 하다가 남의 집 농장 일을 돕게 됐고, 착실하게 일을 잘하자 농장주인이 김미주 할머니를 소개시켜 주어 둘이 결혼의 연을 맺게 됐다고.

결혼 후 큰 딸을 낳은 뒤 천안에 산을 관리하는 일이 생겨 부부는 이사를 하게 됐고 오랫동안 그 일을 하다 돈을 모아 시장통에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로 여러 부침 가운데서도 26년여 가까이 가게를 잘 운영해 집도 사고 돈도 조금 모을 수 있었다. 부부는 슬하에 1남2녀를 두었다. 

큰 딸은 여상을 졸업하자마자 공무원이 돼 부모를 기쁘게 했다.

하지만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에 들어간 기쁨도 잠시. 당시 그녀가 일하는 부처는 사회보장보험이 전면적으로 개편되면서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였다. 매일 밤 야근을 하고 관련 업계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녀의 몸과 마음은 조금씩 정상에서 빗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업무과로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고 23세에 결혼을 한 큰 딸. 하지만 기본적인 경제개념이 흐트러지면서 신용카드로 고가의 물건을 계속 구입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입·퇴원을 반복하고 약물치료를 받는 중이다.

그녀는 건강이 조금만 회복되면 사업을 한다면서 부모에게 돈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딸의 의욕과 역량을 믿었었기에 사업자금을 보태주었던 부모는 딸과 함께 조금씩 나락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큰 딸은 명품을 수입해 판다며 부모와 친척들의 돈까지 끌어 판을 벌였다가 실패했고, 돌잔치 및 피로연 등을 주관하는 파티플래너 사업을 추진하다 또다시 가족들에게 커다란 부담을 지우고 말았다. 이외에도 이것저것 일을 벌여 날린 돈이 7억여 원에 달한다고.

작은 가게 하나로 가족을 지켜내고 노후까지 준비해야 했던 노부부에게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잦은 병치레와 어린 손자, 아직 제 뜻을 펴지 못하고 있는 막내아들뿐이다.
 

사채는 부채에 포함되지 않는다니…

“큰 아들은 회사를 다니는데 처가살이를 하는 중이고 특히 요즘 형편이 좋지 않은가 봐요. 막내아들은 고등학교때 화재로 심한 화상을 입어 오랫동안 병원치료를 받고 후유증으로 안면장애3급을 받았어요. 일반적인 회사에는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랍니다. 여러 사업을 구상중이라는데 지금껏 수입은 전혀 없어 애만 태우고 있어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오래 전 1억1000여 만원의 대출을 받아 매입했다.

하지만 큰딸이 김미주 할머니 명의로 카드로 만들어 쓴 탓에 2600만원의 사채를 얻어 갚아야 할 몫이 늘었다. 제도적으로 사채는 부채에 포함되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6000만원 가량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대부업체에서 받았던 사채를 제1금융권으로 전환만 해도 수급이 유지되고 숨통이 트이련만 이제 수입도 없고 신용도 낮은 노부부에게 그 일은 그리 쉽지가 않다.

“현재 원리금분할상환으로 은행에 50여 만원, 대부업체에 20여 만원, 신용회복하는데 15만6000원이 나가고 있어요. 지금 수입이라곤 우리 부부 노령연금하고 아이 양육비 10만원이 전부에요. 이제 거의 막다른 상황이에요. 저도 얼마 전 고관절 수술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하고 남편도 속병이 들었는지 매일 아픈 곳 투성이에요. 부디 남은 삶에서는 조금이나마 이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안타까운 사연을 쏟아내던 김미주 할머니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져 있었다.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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