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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간 홀로 남매 키워 온 트럭기사 아버지

경제력 잃어버렸지만 뒷바라지 부담은 늘어가 / 희망2016-조현수(가명·55)

등록일 2016년05월2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조현수(가명·55)씨의 큰 딸 사랑(27)씨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큰 딸 사랑이(가명·27)는 지적장애가 있어요. 애엄마는 사랑이가 어렸을 때부터 집을 나가고 들어오고를 반복했어요. 백일이 갓 지난 둘째녀석을 데리고 부산으로 애엄마를 찾으러 간 적도 있어요. 돌잔치도 계약금만 주고 치르지도 못했죠. 하지만 아버지가 어쩌겠어요. 일을 하면서 들락날락 아이들을 보살폈죠. 한 10년 전에는 아내에게 악이 받히고 원망도 컸었는데, 세월이 흐르니 그런 감정도 흐려지대요. 이혼은 했어도 애들 엄마니까 그냥 잘 살았으면 싶어요. 요즘은…”

천안 성거읍의 한 투룸.

조현수씨는 자녀 남매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보다 키도 덩치도 커 보이는 27살의 큰 딸 사랑씨는 오랜만에 손님을 맞았는지 한창 신이 난 눈치다.

커다란 목소리와 웃음으로 여러 번 인사를 건네던 그녀는 복지사와 기자에게 한 잔 가득 찰랑찰랑한 냉수를 떠다주고 이내 옆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대화에 관심을 보인다.

아버지 현수씨는 그런 사랑씨를 조심스레 타이르며 가슴속 깊이 묻어 둔 사연을 하나둘 들려주기 시작했다.
 

남매 육아 전담, 트럭기사 조씨

조현수씨는 6남3녀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렸을 때, 어머니도 8살 쯤 돌아가셨다고 한다.

부모님을 여의자 현수씨와 다른 형제들은 25살 차이의 서울 큰 누나네로 모두 이사를 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셋째 형제까지는 초등학교 밖에 다니지 못했고 넷째부터 현수씨까지는 그래도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일찍 사회에 나가 부산의 외삼촌 댁에 기거하며 신발공장에 다니던 큰 형은 조씨를 불러 같이 일할 기회를 만들었다. 현수씨는 여기서 7살 어린 아내를 만나 29살에 결혼을 하게 된다.

그는 아내와 함께 그녀의 언니가 있는 천안으로 이사를 와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전기 공사일을 배우기도 했고, 봉명동의 돼지농장에서 고된 일을 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교차로를 통해 화물차를 운행하면서 납품하고 배송하는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성거읍에 정착하게 됐다.

조씨는 이때부터 아내가 수시로 가출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아내의 가출은 정말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고, 나중에는 반복되는 가출만이라도 막으려고 부단히 애를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세게 쥐어도 어느새 빠져나가 버리는 손 안의 모래알처럼 아내는 현수씨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나중에는 상황에 적응하고 혼자 아이들을 기르는데 집중하기 시작했죠. 애들 운동회 같은 날은 부모들하고 온 다른 애들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김밥도 못 싸주고 학교 앞에서 돈까스를 사먹였던 게 지금도 아픈 기억이에요. 낮이고 밤이고 일하는 시간이 들쑥날쑥하니 아이들을 돌보기 더 힘들죠. 낮에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애기들을 재우고 늦은 밤에는 울산, 대구같이 먼 곳으로 장거리 일을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피로가 겹치고 사고도 몇 번 나고 결국 할부로 샀던 차를 처분하기까지 했답니다.”

그래도 사랑씨는 공립장애인학교를 다니며 전공반을 졸업할 때까지 기숙사생활을 했고 둘째인 아들도 고등학교에서 들어가서는 기숙사생활을 했다.

이제 남매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한 집에서 같이 생활하기 시작한지 3년차. 조현수씨는 여러 사정으로 일을 그만둔 채 장성한 사랑씨를 돌봐왔고, 아들은 원하는 대학교,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삼수 도전 중이다.
 

다시 일해야 하는 아버지

현재 아버지 조현수씨는 사랑씨를 돌보는 조건으로 수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오는 9월 이후에는 일을 시작해야만 현재의 수급을 이어갈 수 있다.

현관문의 비밀번호도 제대로 못 누르는 사랑씨를 두고는 일을 다닐 수 없어 이제 어딘가에 맡겨야 하는 상황. 그동안 나이를 먹은 사랑씨도 사회성 연습을 위해 벌써부터 공동생활이 필요했다.

천안 소재의 등대의집, 구산원, 사랑의집 등의 시설에 입소를 알아보기도 했지만 아직 좋은 대답을 듣지 못한 상황.

“작년에 고용복지센터의 취업성공패키지에 등록해서 지게차 자격증도 땄어요. 이제 일을 해야 하는데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에요.”

준비는 나름해왔지만 오랜만의 재취업이 걱정되는 현수씨. 하지만 그보다 걱정인 것은 바로 남매를 위한 앞으로의 뒷바라지다.
 

이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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