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돌아온 2016년의 여름휴가. 우리에게 있어 휴가의 첫 번째 목표는 ‘쉼’이다. 어디를 다녀왔냐 보다는 ‘푹 쉬었느냐’의 문제다.
딱히 답은 없다. 멀리까지 계획을 세웠지만 오가는 교통문제로 스트레스가 생길 수도 있고, 가뜩이나 배편까지 마련했지만 태풍이라도 불면 모든 게 허사로 끝난다. 그런 면에서는 가까운 곳이 좋을 수 있다. 시쳇말로 ‘집에서 찬물에 발이나 담그고, 수박이나 먹으면 그만’이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래도 멀리’, ‘그래도 즐길만한’ 것들을 찾아 여름여행을 떠난다.
여름피서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두서없이 몇가지 제안해본다.
여름휴가기간에 꼭 읽고싶은 책 한권을 반드시 사서 읽어보라. 심신을 전환하는 데는 책읽기가 무엇보다 도움이 된다. 인생의 지혜가 담긴 자기계발서나 철학서도 좋고, 여행작가를 통해 가보고 싶은 해외여행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연인간의 사랑 또는 친구간의 우정도 좋은 소재이며, 아예 지구를 넘어 우주로 상상력을 확대해 힐링하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휴가를 제대로 즐기려면 ‘휴가기간’ 설정에 자유로움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의 여름휴가는 대부분 7월 말에서 8월 초순에 추진된다. 이로 인해 수요와 공급이 요동을 치면서 피서객은 갑자기 ‘갑’이 아닌 ‘을’로 작용한다. 바가지 상혼이 흔해지며, 어디를 가든 사람에 치여 원래의 목적을 상실하기 일쑤다. 근로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집중휴가제’를 갖는 곳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건이 보장된다면 가급적 근로자에게 휴가기간을 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휴가에 대한 창의성도 보다 다양해지길 바란다. 여름피서는 대부분 바닷가나 하천, 워터파크 등 물놀이에 집중된다. 좁은 땅덩어리에 전국민이 몰리다 보면 북새통을 이루는 건 둘째치고, 각종 사건사고로 불행해지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행복해지기 위한 여행이 후회속에 살아가야 되는 단초가 돼선 안된다. 도심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으니, 차라리 도심지 속에서 보낼 수 있는 ‘여름문화’를 찾아보자. 개념을 가진 먹거리 탐험도 좋고 공포카페 같은 곳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공포영화나 마음속까지 뻥 뚫리는 공연물을 감상하는 것도 나름의 방법.
그러고 보니 여름휴가는 있는데, 겨울휴가가 없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휴가’를 선택적으로 두는 것도 좋겠다. 여름을 피하기 위한 피서(避暑)가 있다면 겨울을 피하기 위한 피한(避寒)을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들이 붐비는 휴가철은 어느 때보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