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소형 인쇄물.
대통령 후보 7명의 책자형 소형 인쇄물이 전국 유권자 가정에 배달됐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양적인 데 있다. 이회창과 노무현 후보는 법적 한계인 16쪽을 채운 반면 이한동(4쪽)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모두 2쪽 분량이다. 돈이 있고 없음이 확연히 구분되는 인쇄물이다.
이회창 후보는 ‘나라다운 나라’를 표어로 채택했으며 노무현 후보는 ‘행복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한동 후보는 ‘믿음직한 사람’으로, 권영길 후보는 ‘일하는 사람들의 대통령’을 내세우고 있다. 김영규 후보는 ‘사회주의 대통령’을, 장세동 후보는 ‘으뜸의 나라’를 표방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그동안 딱딱한 이미지의 반감을 의식한 듯 유아적 그림을 입혀 부드러움을 담았고, 첫머리에 이회창식 선언문을 게재해 놓고 있다.
반면 각계각층의 사진으로 깔끔한 편집이 돋보이는 노무현 후보 인쇄물은 첫 장에서 ‘국민이 만들어 준 기적같은 단일화’를 강조하며 국민과 노무현의 연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들 후보는 16쪽 분량 외에도 1면이 자신의 사진을 배제했다는 것. 끝면엔 미아사진을 담아 닮은꼴을 나타냈다.
이한동 후보는 애국심을 강조했다. 군 병장 제대까지 구타당한 사실을 숨겼던 외동아들을 자랑하며 검은 돈으로 재산 한푼 늘린적 없는 자신이 법을 지키는 대통령 후보라고 주장.
단 2쪽짜리 인쇄물을 만든 권영길 후보는 지면효율을 위해 한쪽은 공약을, 다른 한쪽은 인사말을 담았다. 노동자를 위한, 그리고 농민?사회적 약자?평등과 자주를 위한 공약이 깔끔하게 편집돼 있고 스스로 ‘가장 잘 생긴 후보’라고 주장하듯 얼굴을 한 면 가득 채우고 있다.
김영규 후보는 ‘한국 최고 부자 30명의 재산은 14조9천6백70억원’임을 강조, 몇몇 부자들이 일하지 않고 번 돈을 사회로 환수해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가꾸자고 역설. 가장 값싼 인쇄물을 만든 그는 뒷면 한쪽에 ‘소형 인쇄물에 들어간 돈은 총 1억3천만원. 1천7백70만장에 대한 예산이 있는 자에게는 껌값이지만 사회당에게는 매우 큰 금액’임도 밝혔다.
같은 2쪽 분량이지만 글자수가 가장 적은 인쇄물이라면 단연 장세동 후보다. 앞부분엔 자신의 얼굴을, 뒷부분에도 자신의 얼굴과 간단한 공약사항을 다룬 것이 내용의 전부다. 그가 강조하고 있는 공약은 ‘역사와의 화해와 국민대화합’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