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죽전원 식구가 된 광덕면 두메산골 소녀, 박경란(20)이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신성한 ‘투표권’을 얻었다.
죽전원의 시인으로도 명성(?)을 날리는 그녀의 생년월일은 1982년 12월11일. 8일만 늦게 태어났어도 이번 대통령선거 투표권은 5년 후에나 얻을 수 있었던 것.
이런 이유 때문인지 경란이의 선거 관심은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그녀만의 대통령은 이미 정해졌다. 투표권을 버리든가, 아직 누구를 선택할 지 결정 못한 사람들이 많음을 생각할 때 초보 투표권자 치고는 확실한 주권행사다.
“장민국 선생님이 7명의 후보자들 면면을 설명해 주셨어요. 다른 선생님 도움도 받구요.”
후보자들 얼굴도 모른다는 그녀가 선택한 인물은 단순히 잘난 얼굴이나 멋있는 이름이 아닌, ‘어려운 이들에게 관심’을 둔 후보다.
세상속에 버림받은 사람들, 사회에 화합하지 못한 사람들, 남보다 두배로 일해도 매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희망을 던져줄 수 있는 후보를 택한 것이다.
한때 뇌성마비인 자신을 비관하며 세상을 향해 원망도 했던 경란이.
그녀는 자작시(전국 뇌성마비 장애인의 한마당 잔치 문학부문 최고상 수상작)인 ‘새’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의 몸을 새라는 매개물에 덧입혀 마음의 자유를 노래하기도 했다.
「나는 여기서 새는 하늘에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우리는 하나가 된다」는 종장부분의 염원처럼 그녀는 특히 장애인에 대한 사회편견과 좀더 이들의 인간적인 삶 구현에 최선의 정책으로 노력해 줄 수 있는 새 대통령을 꿈꿔본다.
11일 오후 8시에 열린 2차 후보토론회. 관심은 있었지만 밤 10시 넘어 방영하는 줄로 잘못 알고 일찍 잠자는 바람에 보는 것을 놓쳐 버렸다.
“마지막 남은 3차 토론회는 꼭 볼 거예요. 내가 찍는 사람이 누구고 어떤 정책을 나누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죠.”
그녀의 밝은 얼굴 만큼이나 첫 참정권 행사의 소중한 한 표가 귀히 쓰일 모양이다.
경란이 말고도 죽전원엔 2명의 새내기 투표자가 더 있다. 임영재와 맹만재는 둘 다 만 20세로 이번에 참정권이 주어졌다.
임영재는 손가락을 펴보이며 자신이 찍을 후보자를 넌지시 자랑한다. 그도 선생님들의 후보자 설명을 통해 자신의 대통령을 이미 정해놓고 선거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희망처럼 온전한 대통령이 뽑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