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없이 살 수 있는가”
옥시를 취급하는 대형 매장들의 반응에서 오만함마저 느껴진다. 매장에 진열한 상품을 계속 팔아야겠다고 말한다. 특히 L사는 옥시를 찾는 소비자가 있는데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판매 중단을 요구하느냐며, 오히려 불매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에 역공을 가한다.
가습기살균제 사고로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피해를 입었을까. 확인된 사망자만 146명, 작년에 신고 돼 조사 중인 사망자 79명, 올해 추가로 신고 된 사망자 14명 등 모두 239명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옥시제품으로 직간접 피해를 입은 숫자를 더하면 최대 수십만명에 달할 것으로 환경·시민 단체는 추정한다.
최근 온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도 옥시제품 철거를 거부하는 매장에서는 어떤 제품을 판매하고 있을까.
옥시크린(표백제), 데톨(손 세정제), 옥시싹싹(곰팡이 제거제), 물먹는 하마(제습제), 냄새먹는하마(공기청정제), 쉐리(섬유유연제), 하픽(화장실 세정제), 게비스콘(위염 치료제), 스트렙실(인후염 치료제) 등 누구나 한 번쯤은 사용해 봤을 제품이다.
일반 가정의 욕실이나 세탁실 또는 장롱 깊숙한 곳 어디엔가 이 제품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늘 사용하는 너무도 친숙한 제품이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다.
물건을 계속 진열해 판매하겠다는 사업가들의 배짱은 지금까지 사용해 온 이 제품 없이 소비자들이 살아갈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진 탓일까. 그래서 수 백 명의 인명을 앗아간 충격적인 사실에도 그토록 오만한 것일까.
옥시 피해자들은 사고 이후 수년간 피해의식과 자책감으로 고통을 겪어왔다고 한다. 최근 옥시를 단죄하자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며 그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가해 기업들은 책임을 속 시원하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가 가해기업들에 대한 처벌은 시작도 못했다. 우리 가족 또는 이웃인 피해자들은 배상은커녕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탐욕에 이성을 잃은 자본권력을 이 국가와 사회가 너무도 오랜 세월동안 통제하지 못하고 방치해 온 것이다. 이제 우리 이웃과 정의로운 사회와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응답해 줄 때다. “옥시가 없어져야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