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전국 최초 '민간인 희생자 미신고 유족' 신청 접수
충남도(도지사 안희정)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미신고 유족에 대한 신고 창구를 마련했다. 이는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일을 자치단체가 발 벗고 나선 일로 인권행정의 선례로 평가받고 있다.
충남도는 최근 도내 15개 시군에 업무처리 지침을 시달했다. 각 시군청과 읍면동 사무소에 '한국전쟁 희생자 미신고 유족'에 대한 신고 창구를 마련, 명예회복 기회를 마련하라'는 게 골자다.
충남도가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미신고 유족들의 신고를 받는 것은 정부산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 2005년 신청을 받은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당시 제정된 특별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2005년 5월 출범한 위원회로 한국전쟁 전후에 정부에 의해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등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신고를 받아 조사했다. 하지만 1차 신고 접수와 조사를 끝으로 활동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2010년 12월 해산했다.
1차 신고 접수된 희생자는 짧은 신고 기간과 홍보 부족으로 신고, 조사가 이루어진 희생자는 전체 약 100만 명(추정 인원) 중 1%에도 미치지 않는 6700여 명에 불과했다. 신고 시기를 놓친 전국유족회 등 유가족들은 법 연장또는 제정을 통해 미신고 희생자에 대한 추가 신청을 받을 것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나서지 않자 충남도가 직접 나서 민원해소에 나선 것이다. 앞서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2014년 말, 도내 한국 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에 의해 숨진 민간인희생자 유가족 대표들을 만나 "희생자들의 넋을 잘 위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올해 도정의 주요 방향이 하나로 인권 행정을 제시했다.
충남도는 우선 올해 12월 말까지 도내 각 시군 민원실과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민간인 희생자 미신고 유족에 대한 신청을 받기로 했다. 신고 접수는 지난해 제정된 '충남도 민간인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고 있다.
신고 대상은 1950년 6월 한국전쟁을 전후 민간인 희생자다. 희생자의 유족은 물론 목격자 등 희생자에 대한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신고방법은 시군청 민원실이나 읍면동 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비치된 신고서 양식에 따라 작성한 후 제출하면 된다.
각 시군 유족회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충남 도내에는 지난해 9월 결성된 한국전쟁유족회 충남도연합회 산하에 태안유족회, 홍성 유족회, 공주유족회, 아산 유족회, 서천유족회, 서산 유족회, 부여유족회 등이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충남도는 시군을 통해 분기별로 신고서를 취합한 후 이를 민간인 희생자 피해실태조사 및 백서발간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민간인희생자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진실규명을 위한 기초자료로도 쓰일 예정이다.
충남도 인권증진팀 관계자는 "유족회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있어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고 인권 증진과 진상 규명을 위해 미신고유족 신고접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반상회보, 이통장회의, 시군 홈페이지 게시 등을 통해 미신고자 신청 접수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2010년 활동 종료)는 대전과 충남지역에서 1만 5000여 명이 6·25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과 부역 혐의 등으로 군인과 경찰 등 국가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