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충남 아산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조성한 호수공원 음악분수대가 수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아산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충남 아산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조성한 호수공원 음악분수대가 수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아산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20일(수) 아산시의회(의장 유기준)는 아산신도시 호수공원 음악분수대 현장을 방문했다. 호수공원은 현재 바닥을 드러낸 채 부유물의 부패가 진행돼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 또 진흙 속에는 철근 더미가 녹슨 채 방치되고 있으며, 용도를 알 수 없는 각종 재재들이 뒤엉켜 있다.
아산신도시 한 가운데 조성됐지만 관리되지 않는 호수공원에 대해 아산시와 LH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아산신도시 호수공원이 조성되고 나서 7년의 시간이 흘렀다. 호수공원은 아산시의회 시정질문이나 행정사무감사에 단골로 등장해 모든 의원들이 날선 공격을 퍼붓는 공동타깃이 된지 오래다.
LH의 홍보만을 믿고 아름다운 호수공원과 음악분수대를 상상하며 아산신도시에 정착한 시민들의 분노 게이지는 이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LH는 당초 아산신도시 랜드마크인 호수공원 음악분수대의 설계가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따라서 ‘음악분수대’를 철거하고 ‘고사분수대’로 대체해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23억7000만원이 투입된 음악분수대를 철거하고, 13억4200만원짜리 고사분수대를 다시 설치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산시민이나 입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아산시의회 안장헌 의원은 “지금까지 잘못 설계한 음악분수대에 쏟아 부은 막대한 예산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물었다. 또 “지난 7년간 아름다운 호수공원의 낭만은커녕, 각종 악취와 유해곤충 서식지로 전락해 피해 입은 시민들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해 줄 것인가” 물었다.
안장헌 의원(사진왼쪽)은 “아산신도시 호수공원 음악분수대는 누가봐도 LH의 사기분양이 명백하다”며 “졸속 설계와 공사로 경관을 해치고, 신도시 입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LH를 상대로 아산시는 법적대응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안장헌 시의원, “LH는 사기분양 책임져라”
안장헌 의원은 “아산신도시 호수공원 음악분수대는 누가봐도 LH의 사기분양이 명백하다”며 “졸속 설계와 공사로 경관을 해치고, 신도시 입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LH를 상대로 아산시는 법적대응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아산시, LH, 안장헌 의원의 현장 대화를 정리했다.
아산시: 상류에서 내려오는 퇴적물과 부유물질이 음악분수대에 쌓이고 있다. 음악분수대가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퇴적물과 부유물질로 노즐이 막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음악분수대는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LH에 10여 차례에 걸쳐 항구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LH는 음악분수대를 철거하고, 고사분수로 변경하기로 했다.
안장헌(아산시의원): 호수공원 음악분수대는 아산신도시 랜드마크 성격이었다. 음악분수대를 고사분수대로 변경한다는 결정은 누구의 뜻인가. 시민이나 의회의 의견은 물었는가.
아산시: 묻지 못했다. 필요하면 묻겠다.
안장헌: 당연히 시민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또 LH는 호수공원을 지금까지 방치한 것에 대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일말의 책임감은 있는가.
LH: 처음 설계했을 때와 달리 어려움이 있었다.
안장헌: LH는 수 십 억원이 소요되는 공사를 하는데 현장도 살피지 않고 엉터리 설계를 했는가.
LH: 시설물은 계속 유지관리 해야 한다.
안장헌: 아산신도시를 분양하기 위해 홍보할 때는 호수공원과 음악분수대를 자랑했다. 그러나 이제는 호수공원도 아니고, 음악분수대도 없다. LH는 사기분양을 한 것이다. 이제 와서 고사분수로 변경하려는 것은 아산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LH: 음악분수는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위치상 어려움이 많아서, 효율성을 위해 고사분수로 변경하는 것이다.
안장헌: 처음에는 호수공원과 음악분수가 있다고 홍보한 것 맞는가.
LH: 맞다.
안장헌: LH는 허위광고로 사기분양 했다. 7년간 호수공원과 음악분수 기능을 못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맞다. 어떤 책임을 느끼는가.
LH: 제 개인적인 생각이 LH 입장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배상을 하겠다.
안장헌: 소송하면 배상해주고, 가만있으면 아무것도 안 해주고 그러면 안 된다. 아산시는 적극 나서서 LH에 책임을 묻기 바란다.
호수공원은 현재 바닥을 드러낸 채 부유물의 부패가 진행돼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
‘23억7000만원’ 허공에 날린 LH
아산신도시 중심부에 자리잡은 호수공원 음악분수대는 2009년 23억7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설치했다. 호수공원 주요시설은 음악분수대와 전기용량 950㎾의 기계실, 잠자리섬 2개소, 정화습지 1개소 등이 포함됐다. 당시 시공업체는 경남기업이 맡았으며 레인보우스케이프가 하도급으로 참여했다.
아산시 배방읍 장재리에 위치한 아산신도시 호수공원 면적은 2만9168㎡로 담수면적은 1만9911㎡를 차지한다. 호수공원 저류지의 기능은 홍수가 발생하면 하천수를 유입시켜 수위, 유량, 유속 등을 조절해 홍수피해를 감소시키는 역할도 하도록 설계됐다.
아산시는 호수공원 음악분수대를 LH로부터 2011년 12월 인수받았다. 이후 2012년 5월~9월까지 5개월, 2013년 4월~6월까지 3개월간 운영했다. 그러나 토사와 부유물질로 인한 노즐막힘 등 잦은 고장으로 가동을 멈췄다.
이후 지금까지 호수공원과 음악분수대는 방치돼 시설물이 하나 둘 망가지고, 바닥을 드러낸 호수에는 악취나는 해충서식지로 바뀌어 흉물이 됐다. 호수공원은 현재 각종 자재들이 뒤엉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음악분수는 2013년 하루 3회 30분씩 3개월(4월~6월)간 운영한 결과 전기요금 3230만원, 안전관리비 1000만원 등 4230만원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바닥을 드러낸 호수공원 진흙 속에는 철근 더미가 녹슨 채 방치되고 있으며, 용도를 알 수 없는 각종 재재들이 뒤엉켜 있다.
‘음악분수’ 철거, ‘고사분수’ 대체…시민동의 없었다
아산시는 2013년 7월 이후 호수공원 음악분수대 운영을 중단하고 LH에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 달라며 보완을 요청했다. 이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왔다. 차일피일 미루던 LH가 최근 내놓은 대책은 음악분수 철거와 고사분수 변경이다.
LH는 음악분수를 해체해 철거하고 고사분수로 만들기 위해 현재 구조물인 데크, 옹벽, 여울 등을 철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LH의 이러한 결정에 아산시민이나 아산시, 아산시의회의 의견은 묻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안장헌 의원은 LH의 책임지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LH의 잘못을 아산시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납득할만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LH의 일방적인 사업계획 변경이 아니라 아산시민들에게 용역결과를 공개한 후 시민의 의견을 듣고, 시민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음악분수대를 시공하고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면, 당초 음악분수대를 설계하고 시공하게 된 배경과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LH는 자신들이 발주한 용역결과에 따라 ‘음악분수대’를 ‘고사분수대’로 변경하고 있으며, 4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