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설명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4월13일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왜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답변이 쉽지 않다. 설명을 한다고 하는데 장황해진다.
반대로 투표 무용론자의 입장은 간단명료하다. ‘그놈이 그놈이다’ ‘투표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정치도 정치인도 싫다’ ‘정치이야기 하지마라’ 등. 두 번 말 섞기도 쉽지 않다.
최근 어느 대학 강연에서 한 학생이 ‘투표는 왜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법륜스님의 즉답이 SNS에서 화제다. 법륜스님은 그 학생을 이렇게 설득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국가 권력을 행사할 수 없으니 우리는 이 권력을 누군가에게 위임시켜야 한다. 이것이 ‘대의 정치’다. 그런데 이런 대의 민주주의의 허점을 이용해서 기득권 세력은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투표율을 낮추면 기득권 세력은 자신을 지지하는 소수만을 위해 일하며 지속적으로 권력을 독점한다.
청년 실업문제 해결이나 반값등록금 정책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14년 전 세계 무기 거래액이 718억달러인데, 그중 한국이 78억달러를 수입해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을 개발하는데 24조원이나 써버렸다. 일부 구간이나, 한 두개 강을 먼저 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개발했다면, 반값등록금 정책은 충분히 실현 가능했다. 예산을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는 국민의 힘으로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아서 다수당을 만들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쓰게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평만 하고 투표는 안할 것인가 되물었다.
이어진 질문은 ‘투표를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믿음 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법륜 스님은 누가 더 나은가 보지 말고, ‘누가 더 나쁜가’를 보고 그 사람을 빼고 찍으면 된다고 했다. ‘최악’과 ‘차악’ 밖에 없을 때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을 최악에 맡기게 된다. 법륜 스님은 헌법에 선택의 권리가 보장됐음에도 그 권리 행사를 안 하면 그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나 정치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국민한테도 있다고 결론짓는다.
특정정당의 정책에 동의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은 자신의 생각과 가장 동떨어진 정당의 당선을 저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투표다. 4월13일 투표해야 하는 이유다.